의료법 개정과 성분명 처방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려던 의협에 ‘공정위의 제약계 리베이트 조사 결과 발표’가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제약계 리베이트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국내외 제약사, 도매상 등 20여 곳의 현장 조사를 진행, 올초 2월에 조사를 마쳤으며, 그 결과만을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 완료 후 공정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각종 언론을 통해 상당 부분의 제약사-의사간 리베이트 부분을 포착했음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을 뿐 그 구체적 자료에 대해선 정확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공정위 관계자들의 발언이 계속되면서 향후 공정위 조사가 병원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당시 공정위가 현장 조사 자료를 분석하는 단계에 있어 이러한 전망이 사실상 의료계에는 체감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우연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게 정부가 의료법 개정과 성분명 처방 사업을 강하게 밀어 부치고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시점인 9월에 공정위 리베이트 조사 결과 발표가 맞물려 있어 의료계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자칫 공정위 발표로 ‘도덕성’ 문제로 희석될 우려가 크게 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의협은 내부 정보 수집 결과, 공정위의 리베이트 조사 결과를 상상 이상의 폭풍으로 간주하고 한시적 처방으로 선언적 수준의 자정 선언을 발표해 피해를 최소화 해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공정위 조사 발표의 영향으로 성분명 처방을 저지하고자 하는 의사들의 뜻이 희석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공정위 조사를 가지고 의사들의 도덕성을 얼마든지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성분명 처방과 대국민 신뢰 두가지 모두를 잃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계로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공정위 조사의 시발점이 됐던 제약사들 또한 좌불안석인 것은 마찬가지다. 처벌 제약사들의 경우, 리베이트 의사와의 신의, 수십억대의 과징금, 부도덕 기업으로 낙인 찍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의료계와 마찰이 심각해질 경우 ‘제약사와 의사’간 밀착을 강조해 어느 정도의 수위로든 압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밀가루약 파문, 최근에는 원료 합성 눈속임으로 인한 폭리 등으로 기업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공정위 조사 결과 발표가 확대되기라도 하면 국민들에게는 더 이상 제약사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라는 나쁜 이미지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이렇듯 정부가 리베이트라는 메가톤급 폭탄을 쥐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의료계와 제약계가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적절히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느냐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