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테너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72.Luciano Pavarotti)가 지난 6일 별세했다.
그의 주요 사망 원인은 췌장암. 췌장암이라는 질병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유도 췌장암에 대한 위험성이 우리사회 내에서도 많이 알려져 익숙하지만 대부분이 “나와는 상관없는 질병”쯤으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진 박사는 췌장암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암의 2.2%를 차지하며, 암으로 인한 사망의 5번째 원인이 될 정도로 이젠 우리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암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김진 박사에 따르면 췌장은 상복부 깊숙이 위치하는 무게 70-120 그램, 길이 12-20 센티미터 가량 되는 장기로서, 음식물을 소화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분비하며, 혈당 조절에 필요한 인슐린을 만드는 기능도 한다. 우리 신체의 다른 모든 부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췌장에서도 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췌장암은 여자보다는 남자에서 1.5배 더 잘 발생하고, 50세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육류나 지방 성분이 많은 식사를 하는 사람에서 2배 더 발생하며,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에서는 그 발생률이 낮다.
담배를 피는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의 발생 위험이 2-3배 높고,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는 약 15배 가량 췌장암이 더 잘 생긴다.
췌장암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복통, 구역, 구토, 체중 감소 등이며, 황달, 당뇨병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은 췌장암이 상당히 진행해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증상 자체가 그다지 특징적이지 않아서 증상만으로 췌장암을 적기에 진단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몇 가지 검사법을 동원하여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데, 흔히 이용되는 것이 초음파 검사 및 복부 CT 촬영이다. 이를 통해 췌장암이 의심될 경우에는 내시경을 통하여 췌장 내부에 조영제를 주입하고 사진을 찍는 검사(ERCP)를 하여 보다 정밀한 진단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근래에는 필요한 경우 자기 공명 영상(MRCP)을 이용하거나, PET와 같은 특수 검사를 병행하기도 한다. 또한 혈액 검사를 통해 CA19-9라는 종양 표지자를 측정하여 진단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김 박사는 췌장암으로 진단이 되면 가능하면 수술을 하는 것이 결과가 가장 좋다며 비교적 큰 수술이어서 수술에 따른 위험부담도 높은 편이지만, 원자력의학원의 수술 성적은 세계 굴지의 병원들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수술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 방법이기는 하나, 췌장은 소위 ‘침묵의 장기’라고 할 만큼 암이 발생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 당시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되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와 같은 방법을 택하게 되는데, 이들 방법의 치료 성적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다행히 새로운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어 이들 약제 단독 또는 방사선 치료와의 병용 등을 통해 부작용은 적으면서도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약물이나 신경 차단술 등을 통한 통증 조절이 필요한 경우도 많으며, 담도 폐쇄로 인해 황달이 발생한 경우 내시경을 통해 담즙이 흘러나갈 관을 삽입하거나, 피부를 통해 담즙이 나올 관을 삽입하기도 한다.
또 원자력의학원에서 가동하는 사이버나이프를 췌장암의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사이버나이프를 췌장암의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다른 항암치료와 병행하여 이를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치료 성적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