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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부산지법 '환자입증 불가능'판결→피해구제법 새 불씨

경실련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이대로 폐기돼선 안된다”

지난해 8월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과 관련해 최근 부산지방법원의 판결과 함께 또다시 이목을 끌게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의료소비자시민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은 17일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또다시 의료사고구제피해법안의 폐기를 반대하며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실련은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했으나 의료계의 압력과 눈치 보기에 급급한 국회의원들에 의해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9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의료사고 입증책임의 어려움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획기적인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실련과 시민단체들이 말하는 판결은 2005년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 받은 후 양쪽 다리가 마비된 이모씨가 병원과 담당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방법원은 "의료행위상 손해 발생 증명책임은 환자 측에 있지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보통 사람이 이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직후 갑자기 하반신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한 경우,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을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의료사고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경실련은 “이번 판결은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의료진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 것”이라며, “그동안 의료사고 관련된 민·형사 소송이 원고(환자)입증주의 채택으로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증명해 왔던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임을 증명해 준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경실련과 시민단체는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와 그 가족들의 피해를 법적, 제도적으로 구제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입증책임전환과 함께, 이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의 국회통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처럼 시민단체들이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을 반기며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의 제정을 촉구하는 데에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의 영향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불과 며칠 전인 4일과 9일, 치과와 성형외과에서 20대 남성과 여성이 수술을 받은 후,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지난 10일에는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하지만 매년 수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 발생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의료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 의료사고의 대부분을 환자가 증명해야만 한다”며, “특히 수술 중에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마취상태의 의식 없는 환자나 수술실 밖에서 대기하는 보호자가 의사의 과실을 밝힌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이를 가려가는 과정에서 다시 겪게 될 2차, 3차 고통 또한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이처럼 입증책임을 환자에서 병원과 의료인에게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논의과정에서 법안소위를 통과시켰다가 재회부 시키는 해프닝을 빚는가 하면, 당리당략과 의료계의 압력에 휘둘려 논란만 거듭하다 이제는 총선을 핑계로 방치해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며 비난했다.

경실련은 “국회가 법안소위에서 통과시켰던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아울러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 귀 기울여 17대 국회 마지막 남은 기회에 법제정에 충실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