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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약물노출= 기형출산?” ‘공포심’ 이기면 출산율 획기적 제고

제일병원 한정열 교수 “카운셀링, 저비용-고효율 인구정책”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우리나라 출생아가 50만명 수준이다. 출생아와 임신중절의 비율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80%, 높게 잡으면 200%로, 연 40만 건의 임신중절이 행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중 약물 등의 노출에 의해 기형을 우려한 임신중절이 10% 수준으로, 결국 연 4만 건의 임신중절이 기형 우려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동대 제일병원 마더리스크프로그램의 한정열 소장은, 이같은 거대한 규모의 임신중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적절한 상담을 들었다. 약물에 노출됐다고 해서 모두 기형출산을 하는 것은 아니며, 상담만 제대로 잘 받을 경우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안더라도 출산까지 가는 임신부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약물과 기형의 연관성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 FDA도 경중에 따라 A B C D X 등으로 등급화하고 있고, 어떤 약물은 특정시기-특정성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장 민감한 기관형성기만 피하면 기형출산의 확률은 더욱 떨어진다. 이러한 전문적인 정보를 접해보지도 않고 ‘공포감’에 젖어 중절을 결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부분만 제대로 잡아줘도 국가 인구정책에 대단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제일병원이 작년 9월 △노출약물이 없는 군(A군), △일반약물 노출군(B군), △피임약 노출군(C군) 등 3개 군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추적조사 결과에 의하면, A군의 기형발생율은 3.0%, B군은 3.7%, C군은 2.3%로 ‘베이스 라인’인 3% 내외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여드름 약 로아쿠탄(isotretinoin)에 노출된 환자가 있었다. 기형발생률 20%, 기능저하 확률 40%로 상당한 수준의 위험을 안고 있던 환자였는데, 상담을 다 받은 후에도 임신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현재는 집 근처의 병원을 다니며 관리를 하고 있다”

무분별한 ‘기형에 대한 공포’만 없애줘도 상당한 수준의 상담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상담 후 출산을 결정하는 비율은 놀랍게도 92%. 바로 이 부분에 한 교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고령화-저출산 시대를 대비한 정부의 노력이 대단하다. 불임수술처럼 눈에 보이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과도 높은 카운셀링 사업에도 좀더 많은 관심이 따라야 한다”

한편 한 교수는 제일병원의 마더리스크프로그램에 대한 여타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이용을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 병원에서 펠로우십을 이수하거나 마더리스크 개별교육을 이수한 선생님들이 각자의 병원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꼭 교육을 이수하지 않더라도 의심이 가는 환자의 상담을 의뢰하거나 내원을 권유하면 우리의 전문적인 상담기술로 환자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고, 환자는 다시 자신의 주치 의료인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례들이 확산될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경쟁력도 향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