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활약하는 남자 간호사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응급실과 수술실 그리고 중환자실 등 강도 높은 업무가 있는 곳에 가면 어김없이 그들의 활약상을 지켜볼 수 있다.
그렇지만 척박한 근무환경 탓에 남자간호사의 이직률과 수명은 기타 직군에 비해 그리 길지 않다.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QI팀에서 근무하는 김진호 씨(31)는 이러한 남자간호사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표본이 되는 게 꿈이다.
경희대학교 간호학과 제 1호 남자간호사인 김 씨는 한 달 여 전 사내공채를 통해 QI팀에 입성했다. QI팀의 경우 업무 특성상 간호사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남자 간호사의 지원은 처음 이었다.
“중환자실에서 2년 3개월 정도 근무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간호사의 업무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고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들 병원을 떠나가는 동료와 후배들을 보며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고 결국 QI팀을 선택했죠.”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QI팀의 업무가 그의 마음을 끌었던 것. 사실 교육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후배와 동료들의 카운슬러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던 바람은 커져갔다고 했다.
김 씨는 “QI팀의 교육업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점은 남자간호사의 업무 영역확대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QI팀으로 적을 옮긴지 이제 막 한 달을 지나고 있어 아직 업무 익히기에 여념이 없지만 남자 간호사 출신이라는 이점은 이미 십분 발휘되고 있다.
“중환자실의 업무와 달리 QI팀은 병원의 각종 평가들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타부서와의 교류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때 남자간호사 출신 이라는 점은 업무 추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남녀의 역할에 차이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남자간호사 출신이기 때문에 부서와의 작업을 좀 더 부드럽게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QI팀에서의 경력이 쌓이고 업무에도 농익게 되면 그는 신입 간호사들의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게 목표다.
“해마다 수많은 남자간호사들이 배출되지만 이직률은 굉장히 높죠. 이는 본인이 정말 어떤 업무를 원하는지 모르고 취업에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런 부분은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기에 본인도 정작 실전에 나오지 않고서는 잘 캐치해 내지 못하죠.”
그는 이러한 이유로 병원의 남성간호 인력이 제대로 된 기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QI팀의 업무를 통해 실제적인 교육에 나서 남성간호사가 임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디든 병원인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많은 후배와 동료들이 남자간호사라는 특수한 직업의 굴레에만 얽매이지 말고 시야를 넓게 가져 보다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 역시 주일학교 교사라는 경험을 통해 간호사의 경력을 접목한 지금의 꿈을 생각해 냈어요. 단순 직업인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지 말고 내가 과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여러 경험을 통해 잘 파악한 다음 간호사의 업무와 연계하면 지금보다 남자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에도 합의점은 나오지 않을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