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제약영업사원들의 수난시대다. 영업사원들은 동쪽에서 뺨 맞고 서쪽에서도 뺨을 맞지만 그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상황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열린 대한약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경희대약대 정세영 교수는 정부의 약가인하에 따른 제약업계 구조조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해고자 명단 1순위부터 3순위를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명단에는 연구소, 영업사원, 임직원이 포함됐다.
이중 영업사원들은 제약업계를 떠나 다른 직업군으로 이직하고자 해도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동종업계에서만 경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은 벌써부터 생계걱정에 앞날이 막막하다. 소위 '영맨'이라 불리는 이들의 고뇌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경력 4년차의 국내 상위제약사 영업사원은 "국내외 구분할 것 없이 구조조정이 들어갔다는 소문들이 무성하다"며 "이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영업사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제약산업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약 1년사이 정말 급변했다. 초반에 그만 둔 친구들이 부러울 정도다. 지금은 이직하고 싶어도 제약경력은 다른 직종에서 잘 인정해주지 않아 이직자체가 어렵다. 결혼도 해야하고 남들은 기반을 쌓을 나이에 난 지금 퇴직과 이직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제약영업은 열번 잘하다가도 한번 실수하면 돌아오는 눈초리가 매섭다. 예전에는 흘려들었지만 요즘 같은 형국에 '안되면 나가라'는 말을 듣게되면 등줄기에서 땀이 난다"며 "내가 왜 제약영업에 발을 들여놓은 건지 후회된다. 지금 내 나이에 다시 취업준비생이 되야겠냐"고 토로했다.
다른 국내사 영업사원은 "정부는 고용은 늘리고 실업률을 줄이겠다고 하면서 왜 제약업계 종사자들을 실직자로 만들려고 발악하는 지 모르겠다"며 "우리도 국민아니냐, 나도 정부를 위해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이런 나에게 정부가 주는 건 생계압박이냐"고 분개했다.
또 "지금 희망퇴직을 받는 외자사의 경우는 그나마 보상을 잘 해주는 걸로 안다. 이렇게 보상이라도 잘 해주면 억울하지나 않지 자진사퇴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회사에 의해 사표를 던진 이들도 공공연하다"며 "정부정책에 회사가 힘들고 회사정책에 우리가 죽을 맛"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제약업계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 복지부에 대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이 심적 고통은 느껴본 자만이 알 것"이라며 "이 상황들을 통계나 이론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영난에 빠진 회사의 첫번째 선택은 구조조정이다. 운영비 감축, 인센티브 지급기준 강화, 연봉제 전환 등 영업사원과 관련된 회사의 지원자금이 우선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방침과는 달리 대규모 실직사태를 초래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제약인들의 생계를 매몰차게 외면하고 있는 정부가 정책 강행시, 이들을 위해 어떤 대비책을 내놓을 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