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의 스마트케어서비스 시범사업은 실패작이다.”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 이하 의원협회)는13일 성명을 통해 산업부의 스마트케어서비스 시범사업이 의학적,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타당성이 부족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산업부는 지난 3년간 총 3,447명의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스마트케어서비스 시범사업(만성질환자 원격서비스)의 최종결과를 12일 발표했다.
고혈압, 당뇨,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단순 약물 복용하는 환자들에 비해 치료효과 개선이 있으며, 향후 원격의료 허용 시 만성질환관리 방안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며 바이오융합을 통한 ‘헬스케어 신시장 창출전략’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특히 세계최초로 대표적 융합 신산업인 유헬스(u-Health)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시범사업을 시행해 SK텔레콤과 LG전자 등 2개 컴소시엄을 최종선정하고 건강관리서비스 주체로는 녹십자헬스케어와 에임메드를 참여시켰다.
당초 이 사업은 개원의 중심의 시범서비스와 대학병원 중심의 임상시험으로 구성됐지만, 최종결과는 대학병원이 시행한 임상시험 결과이다.
의원협회는 이에 대해 “35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된 것에 비해 사업수행 성적이 너무 초라하며,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원격의료 개정안을 지지할 정도의 충분한 의학적,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발표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의료의 실상을 명확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용두사미 시범사업
의원협회에 따르면 산업부는 사업초기 세계최대규모로 만성질환 1만2000명을 대상으로 521억원 규모의 사업을 계획했으나 최종결과는 3447명에 355.4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의사협회가 이 사업을 원격의료 시범사업으로 규정하고 개원의의 참여를 만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협회는 “이 사업의 수용성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이 정도의 사업이라면 30~5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충분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부의 스마트케어서비스 시범사업을 위해 원격진료 실시를 위한 법적 기반이 미비했고 복지부에 유사 사업(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이 존재하며 성과측정 및 사업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타당성 부족
의원협회는 시범사업의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당뇨 환자 484명(대조군 240명, 시험군 244명)에서 원격의료서비스를 받은 시험군(원격 모니터링군)이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당화혈색소(HbA1c) 수치로 평가했을 때 치료효과 개선(0.31%~0.34%, p-value<0.001)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협회는 “6개월 동안 시험군은 0.31%, 대조군은 0.11% 감소했고(차이 0.20%), 12개월 후에는 시험군은 0.34%, 대조군은 0.09% 감소해(차이 0.23%). 임상시험 6개월, 12개월 모두 시험군이 대조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감소했다고 볼 수 있지만, 양 군간에 0.20~0.23%의 차이는 임상적으로 아주 미미한 것으로 시험군에 막대한 사업비가 투자된 것을 감안하면 이 사업은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355.4억원이 투입된 사업에서 당뇨병에 대한 스마트케어서비스의 효과가 단지 83명(시험군 45, 대조군 38)에서의 성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고혈압에 있어서도 6개월간 시험군은 대조군에 비해 수축기 혈압이 단지 3.24mmHg 감소한 것에 불과하고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을 병합한 군이 원격모니터링 단독군보다도 혈압강하효과가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연구자체가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의원협회는 특정 임상시험이 의학적 타당성을 가지려면 최소한 그 임상시험의 연구 디자인을 밝히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사업계획에서 밝힌 바와 같이 SCI급 임상시험결과를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경제적 타당성도 부족
의원협회는 산업부가 직접 참여한 의사가 원격의료의 주체인 의사와 대상인 환자 모두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 기기 오작동과 안전성 문제 등으로 “끔찍할 정도로 형편 없었다”고 고백했고 중간평가에서도 경제성과 현실성, 특히 서비스 호환성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특히 양 컨소시엄이 서로 다른 u-헬스 서비스 플랫폼 구축하면서 서비스의 호환성 여부도 검증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고 평가단의 강도 높은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 강조했다.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도 “사업의 투입비용과 상담시간 등을 분석한 결과, 센터 당 월평균 4,620명(7인 근무기준) 이상 서비스 제공 시 손익분기 발생한다는 것은 센터 당 하루에 154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엄청난 업무로딩은 환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병원 중심 임상시험 결과 의원급에 적용할 수 없어
의원협회가 무엇보다 강하게 비판한 것은 대학병원 중심 임상시험 결과를 의원급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
의원협회는 산업부가 발표한 최종결과에 대해 “의원급 의료기관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대학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 대학병원은 안정적인 만성질환자에게 보통 3~6개월의 장기처방을 하지만, 개인의원은 대부분 1달치의 처방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개원가에서 대학병원에 다니는 환자들을 보면 혈압이나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는 전언이다.
결국 개인의원에서는 원격모니터링이나 원격진료가 아니더라도 환자들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만성질환자들을 잘 치료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시행한 임상시험 결과에서 아주 미미한 효과를 보았다고 해서 곧바로 개인의원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이 사업이 과연 의원급 의료기관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밖에도 “2개의 컨소시움 중 하나에서의 결과만 발표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자료 누락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번 사업은 의사-환자간 원격진료가 아닌 원격모니터링에 의한 원격건강관리의 효과를 주로 다루고 있어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지지하는 근거를 전혀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시범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평이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 입법예고안에 병의원이 없는 도서·벽지 주민, 거동이 없는 노인·장애인,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및 정신질환자 등에 대해서는 동네의원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산업부가 향후 지역별 서비스이용 특성을 반영한 권역별 지원기관을 추가 지정할 것이며, 대도시형은 건강관리서비스 중심으로, 도서지역ㆍ도농복합지역은 원격의료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원협회는 “의료산업의 핵심인 의사와 개인의원을 깡그리 무시하고 대학병원, 대기업, IT 헬스케어 기업, 민영건강보험회사, 건강관리회사 등을 지원하기 위해 쓸개까지 빼줄 듯이 행동하는 정부에 대하여 의사와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의원협회는 “결론적으로 산업부의 스마트케어서비스 시범사업 최종결과 발표는 복지부가 추진하는 원격모니터링, 의사-환자간 원격진료의 당위성을 지지하는 타당성을 입증해내지 못했다”며 “정부가 근거없는 자료를 동원해 정책을 강행한다면, 필시 정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란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