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현 체계에서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적발은 한계가 있다며 공단에 이관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2월 10일, 우리 사회의 각종 비정상적인 관행들을 개선할 것이라며 80개의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과제’를 발표하고 범부처 차원의 ‘정상화 추진협의회’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도 정부정책에 발맞춰 오는 10일 ‘건강보험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진료비 거짓·부당청구 관행 개선’과 ‘무자격자에 대한 건보급여 낭비 방지’ 등 관련 과제 개선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진료비 거짓·부당청구 등 비정상적인 관행을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자(공단)가 아닌,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현재의 체계에서는 공단이 부적정한 가입자의 부당수급(진료)에 대한 ‘적기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며 ‘진료비 청구·심사·지불 체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또 심평원으로부터 세부적인 진료비 심사내역을 제출받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공단은 심평원으로부터 ‘진료비 심사내역’을 받기는 하지만 세부적인 심사조정내역은 받지 못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세부적인 줄단위 심사조정내역은 BMS(부정급여 적발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며 자료가 세밀할수록 깊이 숨겨진 보험사기와 부정급여, 부정청구를 적발해 낼 수 있다”며 “현재 한정된 자료로 사후에 개략적인 조사만 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밖에 의료기관으로부터 비용청구를 받는 기관이 항목에 따라 공단과 심평원으로 각각 다르고 이에 따라 접수받는 시간이 다른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종대 이사장은 “동일인물에 대한 비용(건강검진비용, 진료비용, 장기요양비용), 동일 의료기관이 청구한 비용(건강검진비용, 진료비용)을 같은 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놓고 비교·대조하면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비용 청구를 받는 기관이 공단(건강검진비용, 장기요양비용)과 심평원(진료비용)으로 각각 다르고, 심사기관 역시 각각 다르며, 공단에 접수되는 시점도 각각 다를 뿐 아니라 진료비의 경우 세밀한 심사조정내역조차 받지 못하는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모든 자료가 한 기관에 집중 관리되고, 한 기관에서 심사하며 같은 시점의 자료를 비교 대조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심사와 보험사기 및 부정수급·부정청구에 대한 적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대 이사장은 “현행 건강보험의 진료비 청구·심사·지불체계는 재정누수를 방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거듭 밝히며 “공단이 건강보험 재정관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상식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심평원에 심사를 의뢰하고 있는 자동차보험과 비교하면 건강보험의 진료비 청구·심사·지불체계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이사장이 이처럼 정부정책 추진과 관련해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현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공단이 ‘진료비 거짓·부당청구 관행 개선’을 위한 선결과제로 진료비 심사청구권을 공단으로 이관할 것을 적극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건강보험 관련 업무를 놓고 해묵은 양 기관의 권한쟁의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