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5개 보건의료단체와 보건의료노조가 손을 맞잡고 공동 캠페인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료단체와 보건의료노조 등 6개 단체는 28일 오후 6시 서울역 광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보건의료 영리화 저지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5개 보건의료단체 공동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보건의료를 영리자본의 돈벌이 투자처로 만들려는 정부의 보건의료 영리화 정책이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음에 따라 위기의식이 높아져 이를 바로세우기 위한 투쟁은 범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선에서 국민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인과 병원노동자들은 영리화정책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격진료 허용으로 재벌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대신 의사와 환자간 직접 진료체계를 무너뜨리고 오진과 의료사고의 위험으로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는 것.
또 영리자회사 허용 역시 의료기관을 자본의 돈벌이 투자처로 전락시켜 의료기관의 극심한 영리행위와 국민의료비 폭등, 의료기관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인약국 허용에 대해서도 대자본에게 막대한 이윤을 안겨주는 대신 동네약국을 몰락시켜 약값 부담 상승과 과잉 투약 등으로 국민에 피해를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6개 보건의료단체는 “오늘부터 직접 시민들을 만나 정부가 강행하는 보건의료영리화정책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보건의료제도를 바로세우기 위한 대국민 홍보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으로 의료 영리화 저지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또 정부에 대해 “보건의료영리화 정책 강행을 중단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거듭 촉구했다.
각 단체장들, 입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의료영리화 반대에는 '한 목소리'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진료현장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일할 사람들이 오늘 여기에 나와 너무나 서글프다”며 “정부는 오늘 시위를 다른 시위처럼 생각하지 말고 고통받는 국민과 의료인을 진정 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격의료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가 계속해서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더 큰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세영 회장은 “정부는 너무나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 이미 영리자회사 폐해를 경험하고 있는 치과계 입장에서 돈의 흐름이 불투명한 사무장병원 난립은 큰 해가 될 것을 알기에 큰 우려가 된다. 의료의 자본화는 결국 재벌에 판을 깔아 주고 걸리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 아무리 제지한다고 해도 강력해지고 말 것이다. 결국 태어나지 말아야 할 아이”라고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은 “정부는 공적영역인 의료를 자본에 넘기려 한다. 자본의 속성은 다름 아닌 이익창출이다. 이 때문에 자본에 노출된 국민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 심화될 결과는 자명한데 정부는 아니라고만 한다. 대상이 국민도 의료인도 아닌 결국 자본가라는 명백한 사실을 호도한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정책입안자가 올바로 국민의 뜻을 전달하고 안되면 국민 힘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전문가는 사회적 책임을 갖고 국민에게 지식을 제공해야 하지만 정부는 공공분야인 의료를 자본화해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려 한다”고 전제한 뒤 말을 꺼냈다.
그는 “법인약국 허용으로 동네약국은 다 사라지고 대기업 유통빵집, SSM과 마찬가지로 서민을 죽일 것이며 의료비 상승을 초래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 돌아갈 것이다. 오늘 우리 전문가 단체의 목소리는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의료 영리화 저지에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하는 동시에 법인약국저지와 영리화 저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료 선진화는 필요하지만 의료 영리화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노모의 의료비 부담으로 일가족이 동반자살하고,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꾸준히 내는데도 불구하고 따로 민간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현실과 그 외 수도권쏠림 현상, 왜곡된 의료공급체계 등 바꿔야 할 현실이 너무나 많은데도 정부는 원격진료와 자회사 설립 등을 도입하고 정작 바꿔야 할 것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유 위원장은 “오늘 5개 단체가 최초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국민 홍보로 잘못된 정책을 알리고 각종 행동을 통해 국민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기재부가 특히 밀어붙이는 정책은 건강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면서 “비정상 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OECD최저 보장성을 높이고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며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한간호협회는 내부사정으로 불참했다.
의사협회 임원, 분신시도 하려다 제지당해
이날 행사에서는 대한의사협회의 한 임원이 분신을 시도하려다 제지당하는 돌방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방상혁 간사(기획이사)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의사들이 말을 해도 들어주질 않는 현재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하던 중 갑자기 “오늘 준비한 게 있다”며 휘발유통을 들고 나와 자신의 몸에 부어 온몸을 적셨다.
방 이사는 휘발유로 가득한 자신의 몸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다가 주위 사람들의 강력한 제지로 불을 붙이지는 못했다.
그는 휘발유 온 몸을 적시고 휘발유 냄새가 사방팔방으로 퍼진 가운데, “의협은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다.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투쟁에 나서는 것인데 아무리 말을 해도 전달되지 않는다”라고 소리치면서 울먹였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노환규 회장도 매우 놀란 기색을 보이며 온 몸을 휘발유로 적신 방상혁 이사와 얼싸안고 흐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