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정확한 사실 확인과정도 거치지 않고 마치 청와대가 의정 중재안을 거부해 불가피하게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해 파장이 예상된다.
의협은 7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총파업 투쟁 돌입을 강행하기로 했으며 총파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민 건강상의 위해는 청와대에서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이 새누리당 국민건강특위와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중재안을 마련해 당정협의 결과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까지 보고됐지만 최종적으로 청와대가 이를 거부하고 말아 예정대로 오는 10일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총파업을 3일 남기고 의협이 제기한 이 같은 ‘청와대 책임론’은 많은 의사회원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켜 투쟁의 불씨가 한껏 더 지펴지는 계기가 됐다.
많은 의사들은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SNS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마음껏 터트리며 총파업 참여의 결의를 다졌고 전공의 비상대책위는 “오는 10일 총파업에 전공의들도 동참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는 등 투쟁 참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의협이 제기한 ‘청와대 책임론’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 국민건강특별위는 의협이 주장한 것처럼 의협과 공식적인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고 당정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서 이를 거부한 사실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의협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것처럼 정부에 원격의료, 투자활성화대책, 건강보험 및 의료제도 개선 방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요구사항에 3월10일 집단휴진을 철회하겠다는 내용이 없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요구사항이 당초 의료발전협의회의 협의과정에서 유지해온 원칙과 입장에 부합하지 않아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점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도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의협은 7일 저녁 8시 20분 경 “정상적인 내부 검토 및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된 채 보도자료가 배포된 점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혀 청와대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을 촉발시킨 이날 오후 보도자료가 사실과 다름을 인정했다.
의협의 총파업 청와대 책임론에 대해 박인숙 의원(새누리당 국민건강특위 의료서비스발전분과위원장)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배포하며 파업의 명분마저 물타기하는 전형적인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의료파업 사태를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타협의 끈을 놓치지 않고 당사자 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박인숙 의원과 노환규 회장은 6일 밤까지 대화를 이어갔다.
박 의원은 “의협이 자신과의 단독협상 내용을 마치 새누리당 국민건강특위와 청와대까지 개입된 것처럼 사실관계를 호도했고 협상결과가 의도대로 되지 않자 협상 중간에 논의된 중재안 등을 언론에 그대로 공개했다”고 의협의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박인숙 의원은 이와 관련해 “오는 10일 총파업에 돌입함으로 인해 국민들이 겪게 될 혼란과 고초는 고스란히 의사협회의 책임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한의사협회가 당정협의까지 거친 의협과 정부여당의 중재안을 청와대가 거부한 것처럼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려 총파업 열기를 한껏 높여 놓았지만 단 몇시간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말아 결과적으로 의협이 ‘기만전술’을 펼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의협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한 유감과 사과를 표했을 뿐 별다른 입장은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 총파업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 정부와 국민에게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신뢰도가 크게 하락될 위기를 맞은 의협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