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지난 3월 10일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에 불참한 시도의사회장들에 대한 처리(?)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충청남도의사회(회장 송후빈)는 지난 20일 천안컨벤션센터에서 제65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충남의사회는 이번 의협의 대정부 투쟁에서 전국의 시도의사회 중 가장 활발하게 참여했던 의사회다.
저녁 8시께 김영완 의장의 주재로 시작된 본회의는 56명의 대의원 중 31명의 참석으로 성원되어 지난해 회무보고와 감사보고, 결산보고, 사업계획(안) 및 예산(안) 심의 등이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는 회의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대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회에 상정할 부의안건을 심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날 건의안은 두 가지 사항이 논의됐는데 첫 번째 안건인 ‘집단휴진에 적극 참여했던 의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보 내지 선처할 수 있도록 의협 중앙회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라’는 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두 번째 안건인 ‘집단휴진 투쟁에 불참하거나 반대한 일부 시도회장의 사퇴를 권고하자’는 안건은 회원들의 입장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상정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서산시 류종철 대의원은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이 이번 투쟁에서 이탈해 반대한 것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오늘 대의원회에서 논의해 결의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내 반대의견에 부딪혔다.
신현길 충남시의사회 부회장은 “그냥 넘어가는 게 낫겠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바뀔 사람은 바뀔텐데 괜히 까발려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투쟁에 대한 공과를 따지기 시작하면 의사사회는 분열되고 만다”고 말했다.
아산시 이주병 대의원은 “의협 대의원회에서 특별히 파업을 지지한다고 발언한 적도 없는데 불참한 시도의사회장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철신 부회장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투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징벌을 하면 의사사회는 완전히 분열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그것보다 참여하지 않은 회원을 징계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단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의정 협의사항 대로)원격의료 시범사업을 6개월 실시하고 난 이후 다시 투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다시 투쟁하려면 지금 의사사회가 분열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투쟁에 불참한 시도의사회장들을 처벌하라는 의견은 수그러드는 듯 했다. 하지만 이즈음 의장이 나서 그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펼치며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김영완 의장은 “사실 의협 중앙회장이 사단장이라면 각 시도회장들은 연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연대장들은 아무리 사단장이 꼴 보기 싫더라도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다. 전쟁 중에 상관명령 불복종은 총살감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며 불참한 시도의사회장들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서산시 김재환 대의원은 의장의 의견에 “노환규 회장은 사고 치라고 뽑은 것”이라고 힘을 보태주는 한편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이 왜 집단휴진을 하지 않았는지 들어볼 필요도 있다”며 16개 시도의사회 간사로서 이번 투쟁의 의협측 협상단으로 참여했던 송후빈 회장에게 그들이 이탈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송후빈 회장은 “지금 여기서 이 문제에 대해 말할 순 없다. 다음 달에 있을 의협 대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충남시의사회는 이번 의협의 대정부투쟁에 전국 시도의사회 중 가장 활발하게 참여한 의사회다. 서울은 지난 3월 10일 20% 내외의 휴진율에 그쳤지만 충남은 그 세배에 육박했다. 이에 대한 억울함을 표하며 서울시의사회장을 겨냥해 불만을 표시한 이도 있었다.
충남 태안군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이기면 태안군 대의원(태안군의사회장)은 “시골의사회 회장인 저도 모든 회원을 참석시키려 했는데 서울의사들은 휴진은 커녕 왜 파업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충남의사회 대의원회는 지난 3월 10일 집단휴진에 불참한 시도의사회장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불참 시도의사회장들에 대해 사퇴를 권고하는 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거수로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투표 결과, 그때까지 남아있던 대의원 재석 대의원수 18명 중 찬성 6표, 반대 8표, 기권 4표로 결국 이 안은 부결됐다.
김영완 의장은 “부결됨에 따라 상정하지는 않겠지만 이 뜻은 꼭 갖고 갈 것”이라며 이날 충남의사회 정기총회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향해서도 “아프지만 투쟁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며 상처를 다듬으려는 충남의사회의 고민을 기사에 담아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