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이 유방암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자 산부인과계가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는 “국가암 검진으로 인한 암 조기발견으로 우리나라가 암 치료 선진국이 되었지만, 최근의 과잉검진 논란으로 자칫 검진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14일 밝혔다.
의사회는 “유방암뿐만 아니라 각 진료과목에 따라 아직도 검진을 제때 받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자궁경부암을 들었다.
자궁경부암 병변 부위가 넓고 증상이 심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자궁을 적출할 수밖에 없는데, 성 개방 풍조와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로 인해 미혼여성들이 성경험 이후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진을 미루다가 자궁적출을 하는 여성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자궁경부암연구회 한형장 위원은 “처음으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은 30대 미혼여성이 병변 부위가 너무 넓어 결국 자궁을 적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의사회는 “미혼여성들의 산부인과 검진 기피현상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이런 여성을 진료실에서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지난 2012년 우리나라 18세 이상 여성 3명 중 1명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되었고, 5명 중 1명꼴은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고위험군 감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수년 후부터는 20~30대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 조사 결과는 2006~2011년 자궁경부암 세포검사를 받은 18~79세 여성 6만 775명을 대상으로 한 감염실태 연구논문을 분석한 것으로, 전체의 34.2%인 2만 787명이 감염되었고, 17.5%에 해당하는 1만 628명은 자궁경부암 등으로 진행될 수 있는 고위험군이었다.
특히 성생활이 활발한 편인 18~29세 여성은 49.9%로 2명 중 1명 꼴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감염되어 있어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였다.
한형장 위원은 “성관계를 시작하면 유형에 관계없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 위험이 급증하므로, 초경을 시작한 10대 소녀 때 백신을 미리 접종해 예방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국내 HPV백신 접종률은 9~18세 여성 9%로 미국(53%), 영국(75.4%), 호주(80.0%) 등에 아직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이라면, 매년 1회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며 성인 여성이라 하더라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도 가급적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는 감염 후 별도의 치료 없이 1년 이내 자연 소멸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여성이나 고위험군 HPV에 지속적으로 반복감염이 되는 경우라면, 상피세포이형성증과 상피내암을 거쳐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방심해선 안 된다.
따라서 자궁경부암 검진 결과 HPV 감염으로 나타난 여성은 산부인과 전문의 상담 하에, 6개월에 1회 꼴로 주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0대 소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을 꼭 챙기고, 성생활을 시작한 20~30대 여성이라면 년 1회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진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는 등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자궁경부암 예방에 대해 관심이 있는 여성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2008년부터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운영 중인 웹사이트 ‘와이즈우먼의 자궁경부암 예방’(http://www.wisewoman.co.kr/hpv)을 통해, 자궁경부암 예방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 및 전문의의 무료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