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른바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지정할 수 있고, 의사가 이들 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 처방전에 명칭 대신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및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이는 지난 2000년 민주당 정부에서 시행했던 의약분업의 원칙을 깨뜨리고 의사에게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 규정까지 뒀다. 의사가 의약품을 명칭(상품명)으로 처방하더라도 약사는 그것의 성분명을 알아내기 어렵지 않다. 약국 내 동일한 상품이 없더라도 합법적인 대체조제의 과정을 거친다면 얼마든지 조제가 가능하다. 수급불안정 의약품은 대개 원재료의 수급이 힘들어졌거나 지나치게 낮은 약가 산정으로 인해 제약사가 생산을 포기하게 된 의약품을 일컫는데, 이는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수급을 해소해야지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한다고 해서 갑자기 없는 약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는 말인가. 진정으로 국민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의료기관의 원내조제를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야 한다. 환자에게 수급불안정 의약품의 처방이 필요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이 사전
대한민국 의사는 지금까지 타 국가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저수가 아래서도 사명을 다해 일해 왔다. 또한 지난 3,4년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더믹 위기에서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않고 헌신적으로 일해 왔던 의사들에게 칭찬과 격려는 못할망정 정부가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쳐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지금 이른바 필수의료의 위기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뿐만 아니라 무방비로 방치된 의료기관 내의 폭력이나 의사에 대한 가혹한 형사처벌 그리고 터무니없는 의료소송금액 등으로 의사들이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벌어진 일이다. 지역의료 위기 역시 지역의 인프라 부족도 있지만, 얼마 전 야당 대표의 피습사건처럼 무조건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왜곡된 의료이용 행태도 한몫을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로지 다가올 4월 10일 총선에만 혈안이 되어 모든 문제를 의사 수 부족으로 오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의사 수가 훨씬 적었던 10년 전, 20년 전에는 왜 소위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이 없었단 말인가. 그동안 의협은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위기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대안을 제시해왔으나, 보건복지부는 오로지 용산의 오더임을 핑계로 대면서 무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