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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현대의료기기 시연에 의사들 실소 그리고 고발

윤리적 측면에서 히포크라테스의 ‘악행 금지의 원칙’ 위반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12일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의료기기기 중 하나인 골밀도 측정기 사용을 시연해 보였다. 두 가지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료계는 해석했다. 하나는 재작년 말 이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범위 확정, 또 하나는 내년 3월 재선을 노리는 김필건 회장의 노이즈 전략이라는 거다. 김필건 회장은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시연해 보이면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했다. 보건부는 나부터 잡아가라”고 말했다. / 이에 대한 의료계 반응은 검사수치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부분과 검사 위치 또한 제대로 잡지 못한 부분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실소를 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 최대집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에 김필건 회장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의협은 △1월13일 하니매화레이저 생산공장 항의방문, △오는 1월 30일 전국대표자궐기대회를 거쳐,△ 전국의사대회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 김필건 회장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시연을 본 의사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특히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를 이명진 초대 의료윤리연구회장으로부터 들었다.[편집자 주]



대한한의사협회는 1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개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무조정실은 2014년 12월 28일 규제기요틴 과제중 하나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발표했다. 그런데 1년이 넘도록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의 반대로 현대의료기기 허용 범위를 정하지 못하고 있어 이제는 구속도 각오하고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골밀도 측정기를 시연한 김필건 회장은 “이 분(29세)은 밑에 점이 찍힌다. 골밀도 자체가 정상 수치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골다공증이 나이에 비해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건 회장은 “그래서 골수를 보충시키는 약을 사용해서 좀 활용을 하면, 이런 상태를 좀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건 회장은 “이게(골밀도 측정기 사용이) 무슨 어려운 내용이 있나?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이런 걸 하겠다고 하는 데 양의사협회에서 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건장한 20대 남성이 T-score –4.41 Z-score –4.30 ‘검사오류’

김필건 회장의 골밀도 측정기 시연을 본 의사들은 김필건 회장이 검사오류를 범했거나, 수치를 정확히 해석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J의사는 “임상에서 골밀도검사를 하고 있는 의사로서 참 할 말이 없다. 80세 이상 할머님들도 T-score가 -4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29세 남자가 -4.4 라는 것은 이 사람이 다발성골수종이나 그런 심각한 그리고 희귀한 질환을 앓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질병의 치료는 먼저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출발한다. 그런데 충분한 의학적 지식 없이 검사를 한다면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되고, 결국 엉터리 치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N의사는 “건강한 20대 남성이 초음파를 이용한 골밀도진단기 검사 결과 T-score와 Z-score가 각각 -4.41과 -4.30이 나왔다면 이는 정규분포에서 하위 0.05%이내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수치는 정규분포에서 표준편차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결과치는 검사오류일 가능성이 매우 큼을 시사한다. 그러나 김필건 회장은 검사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건장한 20대 후반 남성이 터무니없는 수치를 보인 것은 검사 위치를 잘못 잡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J의사는 “한방이 현대의료기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를 몸소 시연해준 거다” △L의사는 “이와 같은 코미디는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과유불급이다.” △K의사는 “개그콘서트에 아이디어를 팔아야하지 않을까?”라고 실소했다.



◆ 전문인으로서 스스로 성숙하지 못한 행동하지 말아야

이명진 초대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사진)은 “한의사 스스로 전문인으로서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김필건 회장의 현대의료기기 시연과 사용 주장은 윤리적 측면에서는 ‘악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명진 초대 회장은 “한의사가 환자를 돕겠다는 선의의 마음은 있다. 하지만 선의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따라줘야 한다.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지식, 환자에게 도움 되는 지식으로 치료해야 한다. 내가 흉내 낼 수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명진 초대 회장은 “김필건 회장은 간단하게 수치가 나오는 쉽게 다룰 수 있는 기기라고 주장한다. 현대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해석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그렇게 단순한 수치로 해석하지 않는다. 수치의 의미, 연관성, 수치의 추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전문가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치만 달랑 본다면 못 보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악행금지의 원칙은 의료윤리 4원칙인 △자율성 존중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 중 하나이다. 선행의 원칙보다 우선한다.

악행금지의 원칙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이명진 초대회장은 “히포크라테스 시절 의사들이 환자에게 칼을 사용하면(소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래서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에 ‘나는 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결석 환자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맡기겠습니다.’라는 선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한계를 알라는 충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