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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건강보험 20조 흑자, 어디에 쓸까 ‘동상이몽’

의료계 “적정수가” 시민단체 “보장성 강화”

2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흑자의 사용을 두고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각자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의료계는 적정수가 보전을, 시민단체는 보장성 강화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인순·김광수·윤소하 의원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가입자 권리찾기,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는 보장성 강화에 재정흑자 사용을 강조하며 모든 비급여를 포함하는 신포괄수가제도의 확대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신포괄수가제는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중간이기 때문에 높은 적용가능성이 장점”이라며 “의사 행위로를 포함해 고가이면서 변이 높은 진료비는 별도 보상한다. 또 장기입원에 대한 보상과 환산지수를 적용해 일정기간에 걸쳐 의료기관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포괄수가 통제로 인한 수입 감소 우려와 신의료기술에 대한 제한적 보장 등을 이유로 의료계의 반대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한 적정 수준의 수가를 설정하고, 전문가 참여 기반의 투명한 수가결정기전 및 신의료기술에 대한 보상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현 정부는 3대 비급여 해소에는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의학적 비급여 해소에는 한계를 보였다. 누적흑자는 이에 써야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무상의료운동본부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재정흑자 운용 논의는 사회적 합의의 대상을 강조하면서 가입자-정부 동수의 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정 위원장은 “20조 흑자는 현 정부의 건강보험정책 전반의 실패를 반증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우선적인 재정학적 판단과 반성, 시정이 우선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고지원 축소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20% 지원은 최소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암울한 재정전망을 내놓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재정부담과 재난적 의료비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고지원, 기업부담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경감 등의 재정전략을 내놓아야 한다”며 “여기에 금융투자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아닌 흑자의 공적투자(공공병원 확충, 저소득층 보험료 감면 및 의료비 대납 등)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건강보험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토론자로 나서 건강보험 재정흑자 사용 방향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의료계는 기본적으로 저부담·저수가·저급여 구조를 지적하며 의사 진찰에 대한 적정 행위료가 이뤄져야 의사들도 신뢰받고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3저 구조로 건강보험제도가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관행가에 비해 많이 낮아져 수가와 행위량으로 수입이 결정되는 의료기관에서는 결국 의료왜곡이 일어나고 의료행위의 고유가치가 훼손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율이나 국민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에 비해 너무 낮다”며 “암이나 중증질환은 생존율이 높지만 진찰과 교육 시간이 많이 드는, 1차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 성적은 우리나라가 낮은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흑자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어디에 써야하느냐를 생각해 보게 된다”며 “한 예를 들면 제가 재활의학과인데 3개월 지나면 입원료 등을 확 깍는다. 퇴원을 못시키면 병원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1년 이상 재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러한 잘못된 급여기준때문에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 이사는 “비급여도 다 같은 비급여가 아니다. 필수의료영역에 해당하는 비급여는 확실하게 국가가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가입자는 더 냈다 공급자는 덜 받았다는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결국 의료비 지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상적인 진찰의 행위료의 값어치가 올라간다면 의사들도 신뢰 받고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건보노조 등은 재정흑자를 보장성 강화에 써야함을 강조하며, 건강보험 거버넌스에서의 가입자 역할 및 국고지원 강화 등을 주문했다.


민주노총 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은 “사회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공적 의료보험구조에서 시장원리를 제어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과 보험자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며 “국가는 의료영역 전반의 공급구조 및 전달체계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역할을 보험자는 가입자의 이해실현을 위해 공급자 통제와 재정책임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갈 연구원장은 “보장성 강화는 의료영역 전반에서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수단을 배경으로 포괄적인 진료비 지불제도로 전환돼야 한다”며 “급여와 비급여가 혼재돼 혼합진료 상태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과 공적 재원으로 90% 수준의 보장성이 강화되는 방안이 마련돼야 건강보험제도는 애초의 정책목표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노조 이문희 정책위원장은 “막대한 흑자는 가입자에게 보장성확대로 가입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건보공단 곳간에 쌓아둔 것”이라며 “따라서 재정수지상의 흑자는 가입자에 대한 부채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거버넌스의 축은 국가·가입자·보험자와 공급자이며, 여기에 건정심과 심평원이 얽혀들어 있다. 국가는 건강보험의 관장자로서 운영의 최종책임을 지면서도 가입자를 대리하는 보험자의 결정 영역을 보장해 줘야 한다”며 “보험자의 자율적 영역 확보는 가입자의 권리가 확장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건강보험 제자리 찾기는 가입자의 권리 찾기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재정흑자 20조원은 흑자기간 동안 보험료 수입은 높아졌는데 지출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험료를 과도하게 올린 결과”라며 “통계청 국민의료비 지표에 따르면 흑자기조가 시작된 2012년 부터 공공재원 비중이 확 줄었다. 가입자 중심으로 부담시키고 정부지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고착화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결국 가입자를 쥐어짰고 남은 돈은 투자운용사에 맡겨 부풀리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급여 행위를 급여행위로 전환하는 행위별 보장성 강화 방식이 정말 가입자 의료비 부담 완화 효과가 있는지 분석해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