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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허대석, 의사 자정노력 당부하며 “자신감 갖길”

의료시스템 개혁…전문가 소신 갖고 주도해야

의료시스템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의료인들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일관성 있게 왜곡된 의료제도의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의료와 관련된 긴급한 문제로 국민이 힘들어할 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료계가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소신과 자신감으로 의료시스템개혁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허대석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공개한 ‘근거와 가치’에 실린 ‘의료시스템, 신뢰회복을 위한 길’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허 교수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의료사고와 근절되지 않는 리베이트 관행, 특히 작년의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며 국민의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료분야에서 신뢰의 부재는 믿을 수 없는 의사와 의료기관에 환자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것이기에 그 자체가 불행”이라며 “의료시스템의 신뢰회복은 의료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책임은 언제나 의료인에게 전가된다. 억울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의료시스템을 개혁하는 것도 의료인의 의무”라는 생각을 밝혔다.


허 교수는 의료시스템 신뢰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의료인의 자정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의사에게 의료행위에 관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한 면허제도의 전제조건은 전문가들의 자율성”이라며 “의사집단은 자율적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동료집단이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통제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사 집단은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자정 기능이 없다 보니 사건이나 사고로 문제가 발생해 세상에 알려지고, 의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제3자가 개입해 처벌하고 단속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료분쟁도 의료진의 실수로 인한 의료사고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불가피한 의학적 상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건처리가 의료현장에서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아 최근 의분법이 개정된 것”이라며 “의사들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의료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만든 법으로 의사들이 통제된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전문가 집단의 단결도 주문했다.


허 교수는 “필수의료행위들의 원가가 보전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메르스 사태가 보여준 한국의료시스템의 많은 문제점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저수가정책”이라며 “그러나 의료계는 힘을 모아 일관성 있게 제도개선을 요구하기보다는 필수의료의 저수가로 발생한 손실을 대형병원은 장례식장 운영 등의 다른 수익사업으로, 개원의들은 비급여 의료행위를 통해 우회적으로 보전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사태 때 장기간의 집단파업까지 하면서도 결국 약사들의 입장을 주로 반영한 법이 통과된 것은 개원의사 단체와 대형 병원들이 이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허 교수는 “여러 가지 의료현안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학회 등이 국민의 입장에서 올바른 정책방향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만을 고려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전문가집단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허 교수는 의료문제로 인한 국가비상시에는 능동적으로 나설 것을 당부했다.


국민건강에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의사단체가 전문가집단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적 자료에 근거해 정보를 분석하고,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합의점을 찾고 한 목소리로 문제의 해결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동안 발생했던 상황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언론 매체에는 비전문가들이 나와서 근거 없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의사들은 개별적으로 나서서 일관성 없는 의견을 제시해 더 큰 혼란을 일으켰다”며 “의료문제로 인한 국가비상시에 의사단체들이 희생적인 자세와 전문가의 식견으로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도 의사들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허 교수는 의료인으로서의 자신감을 갖고 의료시스템 개혁을 이끌어 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사회분야별 신뢰도를 조사한 연구들을 보면 정치인, 언론, 공무원 등을 제치고 의료계가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결과들은 의료계가 조금만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면 사회 구성원들을 이해시키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료제도를 바로 잡아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은 비용부담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우수한 의료인들이 서로 끊임없이 경쟁하며 노력한 것이 바탕이 된 것”이라며 “일부 의사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일반화시켜 매도하는 것에 피해의식을 느끼지 말고 잘하고 있는 것을 홍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근거 없는 의료기술로 환자들이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잘못된 관행도 개선되도록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신뢰가 국민 모두를 위한 의료시스템 개혁을 이뤄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