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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발사르탄 사태, ‘한국의 기형적 제네릭 제도의 총체적 산물’ 비판

식약처, “이번 사태는 제네릭 원료선 변경제도나 공동/위탁 생동과 상관없어!” 반박

이번 발사르탄 사태는 한국의 기형적 제네릭 허가 제도가 만든 총제적 산물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제네릭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약가를 보전해 주는 현행 약가제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이번 발사르탄 사태의 본질은 제네릭 품질 관리 제도의 문제나 공동/위탁 생동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고 전면 반박하며, 다만 최초의 원료 허가 시 식약처 실사 후 사후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안이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주최로 ‘발사르탄 사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지난 7월 7일 중국 제약회사가 만든 ‘발사르탄’ 성분의 일부 고혈압 치료제에 세계보건기구가 2A 등급으로 분류한 발암 의심물질이 포함되었다는 발표가 나며, 고혈압 환자의 불안과 공포가 가중된 바 있다.


국민의 20%가 고혈압 환자인 국내 사정상 이번 발사르탄 사태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식약처는 즉시 잠정 판매 중지 및 제조∙수입 중지 조치를 내리며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했으며, 현재 해당 원료를 수거하여 문제가 된 ‘NDMA’가 얼마나 함유되었는지 검사한 후 발표 예정에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료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주제 발표는 서울대학교 임상약리학교실 이형기 교수가 ‘발사르탄 사태, 왜 일어났나?’를 주제로 하여 진행했다.


이형기 교수는 이번 발사르탄 리콜 조치 경과를 설명했다. 7월 5일 유럽의약품청이 최초의 리콜을 공지한 이후 7월 7일 우리나라 식약처는 82개사 219품목을 잠정 리콜한 바 있다. 이후 이틀 뒤인 9일 식약처는 54개사 115품목으로 리콜 명단을 축소 확정했으며, 미 FDA는 13일 되어서야 최초의 리콜 공지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로 바라본 식약처의 위기 관리 대응에 대해 “선 확대 발표, 후 축소 수습으로 일관성이 결여된 부분은 사실”이라며, “의협이나 약사협에 사전 고지를 하고 재고나 반납, 보상에 대해 복지부, 심평원 등 관계 기관과의 사전 협의가 부재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미국 FDA의 대응 방식을 예로 들며 이 교수는 “식약처의 신속한 초동 대처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세련되지 못한 위기 관리 방식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이형기 교수는 이번 발사르탄 사태의 원인으로 국내의 기형적인 제네릭 현황을 들었다. 그는 발사르탄 리콜회사와 품목의 개수를 예로 들며 “영국은 2개사의 5품목, 미국은 3개사의 10품목, 캐나다는 6개사의 21품목인데 반해 한국은 54개사의 115품목”이라며 “유독 한국에서 동일 성분 제네릭 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001년 초반 의약분업 강행 시 정부의 준비 미비로 제네릭 수를 급격하게 늘리기 위해 공동/위탁 생동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기형적 시스템을 탄생시켰다고 지적하며, “공동 위탁 생동을 통해 제네릭으로 등록된 품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발사르탄 사태로 해당 제네릭에 대한 공동생동 현황을 찾아보니 건일제약 등 5개사 공동 생동 실시했으며, 여기서 허가된 품목이 이번 문제가 된 제품 명단에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여전히 공동/위탁 생동의 문제점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형기 교수는 “모두의 것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며, 공동으로 생동시험을 실시함으로써 문제 발생 시 책임 여부 또한 모호해지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특히 이번 발사르탄 사태로 제네릭의 품질을 보장하는 GMP 제도와 운영에 적신호 켜졌다”라고 강조하며, 제네릭 허가 후 원료선 변경 절차가 너무 쉬워 고가의 원료를 사용으로 허가를 받은 후 품질 보장이 어려운 저가 원료로의 변경이 용이한 점을 꼬집었다.


이후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원료 변경 시 까다로운 절차를 예로 들며, 이번에 문제가 된 발사르탄 원료제조사에 대해 식약처가 단 한번의 실사도 없었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형기 교수는 이날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의 제네릭 약가 보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제네릭은 원칙적으로 양질의 품목을 특허 만료 이후 신속히 대체함으로써 국가의 의료비용 절감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한국은 제네릭의 약가가 비싸기도 하고 점유율도 큰 구조”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국의 경우 제네릭 점유가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에 의한 점유가 아닌 불공정 거래에 의한 점유일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했다.


한국 정부가 제네릭 약가를 어느 정도 보장해준 이유는 제약사의 신약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기대와는 다르게 그 잉여분을 불공정 거래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


이형기 교수는 끝으로 발사르탄 사태는 ▲정치 의제에 따라 턱없이 낮춘 제네릭 진입 장벽, ▲제네릭 품질관리를 보증할 제도 미비, ▲도덕적 해이라 할 법한 제네릭 가격 우대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비과학적이고 유래가 없는 위탁/공동 생동제도의 철폐, ▲해외 원료의약품 제조업체 실사 및 주기적 정보 갱신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 ▲제네릭에 상대적으로 고가의 약가를 보전해주는 약가제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후 패널 토론에서 식약처는 이형기 교수가 문제 제기한 부분에 대해 전면 반박하며 입장을 전했다.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김상봉 과장은 “한국의 경우도 원료선 변경이 원칙적으로 품질 평가 후 이뤄진다”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며, “이번 발사르탄 사태는 제네릭 품질 관리 제도와는 관련이 없으며 공동/위탁 생동에 대한 지적도 마찬가지”라고 전면 반박했다.


또한 발사르탄 원료제조사에 대한 식약처의 실사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주제 발표 내용도 사실과는 다르다”고 강조하며, 모든 제조사를 모두 실사할 수는 없지만 최초 들어오는 원료 허가 시에는 공정에 대한 실사를 원칙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과거 해당 원료제조사 다른 원료에 대해 최초로 허가 받을 당시 실사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허가 후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현재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의 제네릭의 특이한 점유 현황에 대해서는 식약처도 문제의식 공감하고 있다”고 전하며, “허가와 공급 관점에서의 규제 환경을 이 기회에 자세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 역시 “제네릭 약가 수준에 대한 문제제기와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복지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하며, “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지적된 공동/위탁 생동, 약가 등을 전체적으로 검토 중이며,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개선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패널 토론은 메디플레스 세종병원 오병희 원장을 좌장으로 하여, 대한의사협회 김정하 의무이사, 대한약사회 이모세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장, 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운영위원장,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김상봉 과장,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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