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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골수성백혈병, 조혈모세포이식 어려운 고령환자에 다양한 치료옵션 열어줘야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러브 스토리’, ‘가을동화’와 같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비운의 여주인공들이 갑자기 불치병인 백혈병에 걸려 몇 달밖에 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설정들이 종종 등장한다.


실제 급성골수성백혈병 (Acute myelogenous leukemia, AML)은 치료를 안 한다면 1년 내에 90%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최근엔 치료방안의 급성장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수명 연장은 물론 상당 수의 환자가 완치에 이를 수 있는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이란, 대부분 정확한 원인 없이 세포 변이에 의해 발병하며, 백혈구가 악성세포로 변해 골수에서 증식, 말초혈액으로 퍼져 나와 간, 비장, 림프선 등을 침범하는 혈액암이다. 연령대별로 유병률을 살펴보면, 30대에는 10만 명당 1명, 70대에는 10만 명당 15명으로 고령층에서 압도적으로 많아,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이미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다행히 최근 신약의 개발 및 집중항암화학요법이나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발전으로 치료 성적이 눈부신 급성장을 보여, 많은 경우 완치 또는 장기간 관리가 가능해졌다. 다만 여전히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은 젊은 환자들과 달리 집중항암화학요법이나 동종조혈모세포이식술을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으로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다양하고 새로운 치료제 옵션의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도 급성골수성백혈병의 1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을 받은 '비다자(성분명 아자사이티딘)' 등과 같은 혁신적인 신약들이 고통 받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어주고 있지만, 현재 보험정책에서는 치료제가 있어도 폭 넓은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세포유전학적 고위험(poor-risk cytogenetics) 검사가 완료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해, 조기 치료가 매우 시급한 환자들이 생명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많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고령의 환자에서 표준치료요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비다자'와 같은 약제의 급여 개선이 시급하다.


이처럼 암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의 경우 대부분의 치료제들이 고가인 탓에 급여 등재를 위한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치료제들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여러 대안이 있음에도 비급여로 남거나 국제 가이드라인보다 적응증이 제한되는 치료제들이 많다. 때문에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보지도 못한 채 피가 마르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강력한 치료 효과를 위해 `고령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제 옵션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이다.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의 특성상 1차 치료에서 조속히 강력한 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완치도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치료제 옵션의 확대로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