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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웰빙


군집면역의 역습, 수그러들지 않는 홍역 대처법은?

KMI, 20~30대 적극적인 MMR 접종 필요성 강조

최근 홍역이 국내에 산발적으로 유행하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홍역은 일단 유행하면 방역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해도 유행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세계 최고의 방역 시스템을 갖춘 미국도 홍역으로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유럽 전역도 홍역이 확산 ·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동남아 등 다른 개발도상국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가운데 충분한 효과를 보이는 홍역 예방법은 무엇일까? 홍역 대처법에 대해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회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감염력 높은 홍역, 예방이 최선

홍역은 발생 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홍역의 감염 경로는 기침에 의해 나오는 호흡기 분비물의 공기 감염, 비말 감염 및 접촉 감염이다.

기침으로 나온 호흡기 분비물은 수십 미터 이상 멀리 퍼져나갈 수 있다. 홍역 환자가 지하철 내에서 기침을 한 번 하면 이론적으로는 열차 내 모든 사람이 홍역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홍역은 잠복기가 평균 2주 정도로 긴 편이며, 보통 피부 발진이 나타나야 진단할 수 있다. 그런데 홍역은 발진이 나타나기 4일 전부터 4일 후까지 감염력이 있다. 발진이 나타나기 전 증상이 없거나 감기 기운이 있는 홍역 환자가 나흘간 바이러스를 공기감염 형태로 계속 뿌리고 다닌다는 의미다.
 
이렇게 증상 없는 환자를 방역당국에서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발진이 생겨 환자임을 알게 돼도 접촉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설령 알더라도 접촉자 · 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 등의 기본적 대응 이외 당장 홍역 확산을 막을 만한 마땅한 방역 수단은 별로 없다.
 
또한, 홍역은 '홍역을 치르다'는 관용어구가 존재할 정도로 감염력이 높다. 실제 홍역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홍역 환자에 접촉하면 90% 이상 홍역에 걸린다. 

일반적으로 홍역 환자 1명이 15~20명 정도를 감염시킬 수 있다. 면역이 없으면 홍역 환자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홍역에 걸릴 수 있다. 

이 같은 공기 감염 형태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홍역을 예방할 거의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 홍역 예방접종, 개인뿐 아니라 '군집면역'에도 기여

홍역은 MMR(홍역 · 유행성이하선염 · 풍진) 백신을 접종해 예방한다. 2회 접종이 권장되며, 1차 접종의 예방 효과는 93% 정도다. 2차 접종 시 효과는 97% 가까이 된다.

홍역 예방 접종은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군집면역(herd immunity)에도 기여한다. 군집면역은 특정 집단에서 해당 감염병에 대해 면역력을 갖는 구성원 비율을 의미한다. 방역 당국은 홍역의 경우 군집면역이 95% 이상은 돼야 홍역 전파가 차단된다고 판단한다.
 
홍역 환자 1명이 20명을 감염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20명 모두가 홍역에 대한 면역이 있으면 질환은 더 이상 전파될 수 없다. 20명 중 18명에게 면역이 있으면 1명이 2명에게 질환을 전파한다. 2명은 4명에게 전파한다. 이렇게 2배씩 환자가 증가하면 지역사회 내 홍역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

즉, 전 인구의 95%가 홍역에 대한 군집면역을 가져야만 지역 사회에서 홍역 유행이 일어나지 않는다.

◆ 전 세계 홍역 확산 주원인 '反 백신 정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년간 전 세계에서 보고된 홍역 환자 수는 22만 9천여 명에 달했다. 이는 2016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년간 발생한 17만 명과 비교해 약 5만 9천 명이 증가한 수치다.
 
현재 전 세계 홍역 확산의 주원인은 '反 백신 정서' 때문으로 파악된다.

앞서 1998년 앤드류 웨이크필드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해당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 란셋(Lancet)은 논문을 철회했으며, 앤드류 박사의 의사 자격은 박탈됐다.
 
그런데도 이 논문으로 인한 반 백신 정서는 계속 유지됐다. 특히 유럽 · 미국을 중심으로 MMR 백신 접종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백신 접종률이 80%, 심지어 50%도 안 되는 지역이 속출했다.
 
이렇게 군집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홍역이 발생했고, 현재 유럽과 미국은 군집면역의 역습을 당해 홍역이 대유행 중이다.

◆ 국내 군집면역 상태 양호하지만 일부 '허점' 존재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홍역에 대한 군집면역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국내 소아의 MMR 백신 2회 예방접종률은 95~99%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20~30대에 허점이 있다. 
 
홍역은 걸리게 되면 평생 자연면역을 획득한다. 질병관리본부는 1967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홍역에 걸려 자연 항체를 가진 것으로 간주한다.
 
1965년 홍역 백신이 국내에 도입됐으나 필수 접종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40세 이상은 접종을 받지 않았더라도 홍역에 걸려 평생 면역을 획득한 사람이 많다. 

1983년부터 홍역에 대한 1회 예방 접종이 필수 접종으로 시작됐고, 1997년부터 홍역에 대한 2회 예방 접종이 필수 접종으로 시작됐다.
 
이 때문에 1983~1996년생은 1회 예방 접종만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현재 20~30대는 홍역에 대한 충분한 면역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홍역에 항체를 가진 20대는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유행을 막기 위한 군집면역 목표 수준인 95%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실제 최근 국내에서 홍역은 아직 접종을 받지 못한 영 · 유아 및 20대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 20~30대 중심 적극적인 MMR 백신 접종 필요

국내 홍역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MMR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 MMR 접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첫째, 홍역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20~30대는 미리 홍역 항체 검사를 통해 면역 여부를 확인하거나 적극 접종해야 한다.
 
둘째, 동남아 등의 개발도상국과 유럽 등 홍역이 대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하는 20~30대는 홍역 접종력이 불확실하거나 과거 1회 접종만 한 경우 여행 2주 전 최소 1회의 MMR 접종이 권장된다.
 
셋째, 홍역 환자와 접촉한 후 72시간 이내 예방접종을 하면 홍역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경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본인 거주 지역에 홍역이 유행하는 경우 우선으로 방역 당국의 안내를 따라야 한다. 20~30대의 경우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KMI 신상엽 학술위원장은 "유럽 · 미국의 홍역 유행의 예처럼 반 백신 정서 등으로 인한 백신 접종 기피는 접종하지 않은 본인도 위험에 노출되지만, 군집면역의 감소로 본인이 속한 지역 사회 전체의 전염병 유행을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국내 예방접종시스템은 선진국과 견줘도 손색이 없지만, 과거 다소 미비한 시스템으로 일부 연령대에 충분한 면역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홍역의 경우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돼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MMR 백신 접종을 통해 본인 면역과 군집면역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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