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강력범죄 예방, 영국이 시사하는 바는?

다부처 협업체계 구축으로 정신건강 서비스 적극 제공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범죄가 최근 빈발하면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과 법무부가 공동 주최하는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 강화 간담회'가 1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영국 보건부 정신과 전문의인 알렉산드라 루이스(Alexandra Lewis) 박사가 초청돼 '영국의 정신질환 소년범죄자 치료체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 교육부 · 보건부, 학생 정신건강 위한 협업 진행

영국 정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50%가 14세 이하에서 정신 문제가 발현됐으며, 18세 이하를 적용하면 무려 75%가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올해 1월 영국 보건부는 아동 · 청소년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최우선 순위로 하는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루이스 박사는 "3명 중 1명의 청소년만이 정신건강 서비스와 연결되고 있다."며, "영국에서는 아동 · 청소년이 학교에서 정신건강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도록 교육부와 보건부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모든 학교에 최소 1명의 정신건강 관련 훈련을 받은 직원을 배치하고,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관리자도 지명하도록 한다. 또한, 신체 · 정신 건강에 대한 교육을 필수로 실시하며, 학교 평가 시 교육성과와 함께 아동 ·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실태를 평가한다. 

미국 CDC 연구소의 아동기 부정적 경험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뇌 발달에 유해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성인기의 신체 ·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스 박사는 "대상자에게 트라우마를 고려한 회복력 기반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뇌가 상당 부분 변화했다."며, "이 연구로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아동 · 청소년 대상 조기 개입의 중요성이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치유 · 개입될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 지역사회가 나서서 아동 법정신의학 서비스 제공

영국의 소년범죄자를 위한 종합 정신건강 서비스는 감호병원, 형사구금시설, 지역사회 서비스, 민간 연계 및 조기개입, 등록 중재자 등이 존재한다. 

법원 중재자를 제외한 모든 형사사법기관의 정신건강 서비스는 보건부와 국가 보건의료서비스에서 운영한다.

루이스 박사는 "과거 보건부는 성인 · 소년범 감호병원 및 지역사회 정신건강팀, 법무부는 교도소 및 소년 구금시설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담당했으나 2001년 변화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박사는 "교도소 예산의 절반가량은 보건 분야에 사용되지만, 교도소 특성상 안전에 더 중점을 두는 탓에 정신건강 서비스 효과가 미미했다. 이 때문에 교도소 보건 예산이 법무부에서 보건부로 이관됐다."고 설명했다. 

감호병원은 중강도 보안 6개소와 저강도 보안 10개소가 존재하며, 12~17세의 정신장애 · 신경발달장애 청소년을 수용한다. 저강도 보안 감호병원 또는 비보안 병원에서 문제가 심각해지면 중강도 감호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한다. 

소년 감호병원에서는 개별화된 여러 분야의 종합적인 치료 패키지가 제공된다. 최소 주 25시간 신체활동 기회가 부여되며, 적시에 타 시설로 이송할 수 있도록 중간 평가를 실시한다. 

그러나 감호병원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1인당 연간 3억 6천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이 같은 고비용 문제로 인해 지역사회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 아동 법정신의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정신의학팀은 정신과 전문의, 임상심리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되며, 주로 정신건강과 관련한 상담 · 조언 · 연계 및 입원 승인을 피하기 위한 간단하고 집중적인 개입을 진행한다.  

◆ 소년 구금시설, '공식화' 접근 방식으로 개입

대부분의 소년범죄자는 감호병원이 아닌 소년교도소, 소년원, 소년보호시설과 같은 구금시설에 수용된다. 입소 대상자는 범죄청소년 뿐만 아니라 가출 등 부모가 다루기 곤란한 청소년도 포함된다. 

그러나 소년 구금시설은 건강 분야를 우선순위로 하지 않고, 자원도 상당히 부족하며 정신건강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소년 구금시설에는 수많은 전문가가 있다. 대규모 시설에는 여러 직종으로 구성된 정신건강팀이 존재하며, 소규모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주 1~2회 방문한다. 정신건강을 위한 공간에는 24시간 간호사가 대기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의사에게 연락한다. 

입소 청소년은 신체 건강, 약물 남용, 성적 건강, 정신 건강, 신경발달 문제 등 5개 분야로 구성된 종합적 건강관리 평가를 받는다. 평가 결과가 양호하면 전문 개입 절차로 이행되며,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정신건강법상 절차에 따라 병원으로 이송된다. 

그러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청소년에게만 장기적 · 지속적 관리가 이뤄지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통합 케어 모델이 개발 · 적용됐다.

루이스 박사는 "모든 개입은 진단이나 환경이 아닌 소년의 인생 경험을 고려한 공식화 접근 방식에 따라 이뤄지며, 일상적인 건강 관리는 소년과 직원 간 관계, 외상과 애착 원리에 대한 이해로 집중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