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의 일회용기저귀에 폐렴과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균이 발견됐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폐기물처리 업체측은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반면, 의료계는 연구 자체가 과학적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감염 위험이 낮은 일회용기저귀는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신창현 의원이 주최한 ‘일회용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제외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가 22일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기저귀 중 감염 우려가 낮은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감염 우려가 낮은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면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밥그릇을 뺏기게 생긴 폐기물처리 업체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단국대 미생물학과 김성환 교수가 한국의료폐기물 공제조합 의뢰로 진행한 요양병원 일회용 기저귀를 분석한 중간결과(105개소)에 따르면 상당한 수준의 폐렴균 및 제2위험군균이 검출됐다. 또 일반폐기물의 분리배출도 잘 되고 있지 않았다.
18개 요양병원 폐기물에서 폐렴구균이 발견됐고, 폐렴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Klebsiella pneumoniae는 80개에서 검출됐다. 또한 녹농균은 19개소에서,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Proteus mirabilis는 69개소에서, 황색포도알균이 74개소에서 각각 검출됐다.
김성환 교수는 “균의 유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요양병원 감염균 관리 실태에 대한 안전성은 아직 불분명한 시점”이라며 “따라서 요양병원에서 배출되는 기저귀가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균 오염 기저귀의 관리를 일반의료폐기물에서 사업장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시도는 예방관리에 허점이 될 수 있다”며 “완전한 과학적 안전 자료에 기반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환경부의 입법예고 사항에는 아직 보건학적으로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고 요양병원의 감염관리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기 때문에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실태 조사를 좀 더 수행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에서 의료계 참석자들은 발제자의 발표 내용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는 한편 의료기관에서 철저한 의료폐기물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송영구 과장은 단순히 일회용기저귀에서 세균이 나왔다는 결과만으로 감염성과 위해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 내용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송영구 과장은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분변 기저귀가 배출되는 시점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배출 이후 중간처분 업체를 방문해 기저귀 시료를 채집한 것으로 돼 있다”며 “배출시기로부터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시점인지 알기 어렵고, 다른 폐기물들과 혼합돼 있어 어떻게 오염이 된 상황인지도 알기 어렵다. 따라서 검체 채집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염질환이 있었던 환자의 기저귀인지, 일반 환자의 기저귀인지 구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위로 시료를 채집해 검사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송 과장은 “특히 PCR로만 미생물 유무를 검사했는데 죽은 세균에서도 양성으로 나오므로 연구 목적인 감염성 및 위해성을 판단할 수 없다”며 “연구목적과 내용이 서로 적절치 못하고 방법에 커다란 오류가 있는 연구로 그 결과를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박성국 이사는 폐기물처리업체들의 일방적인 처리 가격인상을 문제삼고, 의료기관의 의료폐기물 관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성국 이사는 “요양병원협회 이사 자격으로 오늘 토론회에 참석했지만 저도 요양병원을 6년째 운영하는 병원장”이라며 “2년 전부터 의료폐기물 소각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 35곳 요양병원을 조사해 보니 거의 다 올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각 용량은 한정돼 있고 신규 의료폐기물 업체 진입도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폐기물 처리단가를 업체가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 원인”이라며 “한전에 사모펀드가 들어오고 가격을 마음대로 정해 전기료가 급증한다면 국민들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시장실패 영역은 정부개입이 정당하다. 정부가 엄중한 개입을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의료폐기물을 잘 관리 못한다 지적이 있다”며 “의료폐기물이 일반폐기물로 가서 적발이 되면 병원은 징계를 받는다. 정말 보수적으로 처리하고 분리하고 있다.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업체측은 환경부의 입법예고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최병운 사무국장은 “감염병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투병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기저귀라도 감염에 대한 우려를 100% 해소할 수 없다”며 “치명적 감염균에 오염된 일회용기저귀가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고 추적 처리가 불가능한 일반폐기물로 처리될 경우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작위로 한꺼번에 처리하는 일반폐기물 특성상 일회용기저귀가 소각 처리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언제 어디서 감염이 전파될지 통제할 수 없다”며 “자칫 폐기물을 다루는 작업자의 감염 우려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의료폐기물 발생량 대비 소각처리용량이 부족한 상황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최 사무국장은 “2017년도 기준 국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1만 9013톤이며 처리가능용량은 19만 3200톤으로 다소 부족한 상황이지만 현행법상 업체는 소각용량 대비 129%까지 소각이 가능하다”며 “이를 적용할 경우 처리용량은 24만 9228톤으로 발생량 대비 114% 수준이다. 아울러 올해 안 준공 예정된 시설을 포함할 경우 22만 9068톤으로 100%처리할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입법예고안에 대한 강력한 추진의지를 밝히는 한편 일반의료폐기물 전용소각 완전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권병철 과장은 “과연 오늘 토론회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의문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오해를 일으킬 토론의 장이 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며 “정부차원에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공제조합도 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공제조합에서 진행한 연구의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토론형식”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에 따르면 이번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의 가장 큰 배경은 현재 의료폐기물 체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고, 처리에 대한 어려움이 수년째 지속되고 작년말에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권 과장은 “의료폐기물 발생량 대비 처리율이 120%까지 증가했다. 노후화된 소각로를 1~2개월 보수하는 상황도 빈번하기에 허용용량인 130%를 넘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라며 “언론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형병원 지하창고나 보관창고에 의료폐기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폐기물 처리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선진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WHO도 권장하고 표준으로 삼는 체계”라며 “13개 전용소각로가 아닌 곳에서는 의료폐기물을 소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독특한 체계가 현재 발목을 잡고 있다. 전용소각로를 별도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개정안은 비상 대응책이다. 그나마 더 안전하게(냉동차 이동) 고육지책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의료폐기물의 감염성과 위해성을 가장 잘 판단하는 곳은 의료기관이다. 의사와 간호사 등 환자의 감염여부를 최초 확인하고 전문성을 발휘해 판단해 줘야 한다”며 “엄격하게 분리 배출토록 하고 감염성을 없앨 수 있는 소각방법을 통해 관리할 예정”이라며 개정안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드러냈다.
끝으로 “현재 의료폐기물 처리체계는 어려움이 많다. 일반의료폐기물 전용소각을 폐지하는 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