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25일 배포자료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의료인과 환자 간 대면진료의 기반과 국민의 건강권을 저버리면서 규제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몽상적 효과만을 앞세운 무분별한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확대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금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재외국민에게 진료, 상담 및 처방을 하는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임시허가를 부여한데 따른 대응이다.
임시허가는 국내 의료기관이 전화‧화상 등을 통해 재외국민에게 의료상담‧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 요청 시 처방전을 발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협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 공익적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한 기존 규제에 대한 특례(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특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이라는 기본적 가치 보다 산업적‧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제한적이고 임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의료인-환자 간 전화 상담‧처방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검증도 없이 정책의 실험장을 재외국민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은 주객전도의 전형이라는 것.
의협은 “의료인-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제한적인 소통과 근본적 한계로 인해 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또 이러한 원격의료는 결국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과 산업계의 경쟁을 촉발하고 불필요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그 허용 형태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영리추구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의료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다가 경증 환자를 놓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을 벌이는, 그야말로 무질서 그 자체인 의료전달체계 아래에서 원격의료의 허용은 동네의원의 몰락과 기초 의료 인프라의 붕괴로 이어져 국민 건강에 치명타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재외동포나 해외에 있는 국민의 건강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국가가 최선을 다해 보장해야 하지만 그 방법은 외교를 통한 외국과의 상호협조를 통해 실질적인 치료의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하며 본질과 동떨어진 원격의료 방식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혼선을 빚거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또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자국 의사에게 받은 처방전을 가져와 우리나라 약국이나 병원에 와서 치료를 요구한다고 해서 이를 시행해줄 곳이 있겠는가”라며 “한 마디로 실현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오히려 해당 국가의 법률 위반 문제를 야기해 외교 및 통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발표된 재외국민에 대한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임시허가는 한 마디로 실효성이 없는 면피용 정책이며 표면적 성과물에 집착하는 당국자의 조급증이 빚어낸 웃지 못할 참사라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가 이렇게 까지 ‘원격의료를 위한 원격의료’에 목을 매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정말 원격의료가 그토록 중요하고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이라면 애꿎은 해외국민을 희생양 삼을 것이 아니라 담대하고 당당하게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점과 의문에 답변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