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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암 치료도 개인별로’ 정밀의료 정착 방안은

NGS 건보적용으로 토대 마련…​
검사·분석·치료제·플랫폼 구축 등 분야별 정비 필요

대부분의 암은 유전자 이상은 후천적으로 생기게 된다. 어떤 암 유전자에 어떤 이상이 생기는지에 따라 암은 그 생물학적 성질, 치료 반응, 예후가 각각 다 다르다. 이러한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는 의료의 새로운 흐름을 ‘정밀의료’라고 부른다.


다양한 암 유전자 이상과 이로 인해 발현하는 암 특이적인 표적을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암 분야의 정밀의료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한두 개의 표적을 중심으로 검사하던 시대를 지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 기술을 이용해 수백 개의 암 유전자를 한꺼번에 검사하고 암 유전자 이상에 따라 맞춤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서울의대 김지현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원이 발간한 2021년 공감 NECA 제7호에 실린 ‘암 정밀의료 정착을 위한 제언’ 기고를 통해 우리나라 암 진료에 있어 정밀의료를 정착시키기 위한 준비와 극복 과제를 제시했다.


검사 단계


2017년 3월부터 10대 암에 대해 NGS 유전자 패널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해, 2019년 5월에는 전체 암종으로 범위가 확대돼 암환자를 위한 검사의 접근성이 향상됐다. 검사 건수는 점점 증가해 2020년에는 2만건 이상의 유전자 패널 검사가 이뤄졌다.


국내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NGS 검사는 300~500여 개의 암유전자만을 검사하는 targeted panel sequencing을 시행하고 있다. 아직은 암 유전자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종양-정상조직의 paired sequencing이나 whole genome/exome sequencing, RNA sequencing, liquid biopsy을 병행하는 등의 보완 검사가 좀 더 도입돼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진단 당시와 질병의 재발/전이 때 단 2회만 검사가 가능하며 50%는 환자 본인 부담이라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보험제도와 검사 비용을 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분석 및 결과 해석 단계


유전자 이상을 해석해 맞춤 치료에 연결함에 있어 국내 환자의 유전체 검사 결과를 통합한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지 않아 각 병원별로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거나 외국의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병원마다 NGS 검사 분석 방법이나 유전자 이상을 평가하는 판정방법, 보고 방법이 상이해, 병원간의 데이터를 통합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에 어려움이 있다.


환자가 병원을 옮겨 자료를 제시할 때 해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복잡한 유전자 이상을 분석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종양내과의사, 분자병리학자, 진단검사의학자, 생물정보학자, 종양생물학자 및 코디네이터 등으로 구성된 분자종양보드(Molecular tumor board)에서 최적의 치료법을 논의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분자종양보드를 갖추지 못한 병원도 많고 운영에 대한 수가가 마련돼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검사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고 치료로 연결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것도 선결돼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맞춤 치료 선정 및 적용 단계


정밀의료를 진료실로 가져오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단계이다. 발견된 유전자 이상을 표적으로 하는 표적치료나 면역요법 등이 존재하고 우리나라에 허가가 돼 있고 보험 급여도 가능하면 가장 이상적이나, 이러한 약제가 아직 개발돼 있지 않거나 개발됐더라도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거나, 있더라도 허가가 없거나 보험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에는 해당 약제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다 많은 정밀의료 신약 임상시험을 암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몰라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식약처의 의약품 안전나라, 국립보건연구원CRIS 홈페이지에서 우리나라에서 진행중인 임상시험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며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도 암 임상시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임상시험 정보 공개는 물론,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임상시험을 찾아주는 연결 프로그램의 개발과 도입, 임상시험 기관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아무리 많은 임상시험을 유치하더라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환자는 제한돼 있기 마련이다. 특히 동일한 암 유전자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약제가 이미 다른 암종에는 허가돼 있으나 아직 환자가 걸린 암종에는 허가가 돼 있지 않은 경우 환자들의 안타까움은 배가 된다.


약제의 허가나 보험 적용은 충분한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가능하지만, 드문 유전자 이상을 가지고 있는 희귀암 환자나 당장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말기 암환자들에게는 허가 외 항암제 사용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과 국가적 차원의 대책 또한 요구된다.


정밀의료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 대책


난치성 암환자들을 위한 치료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각국에서 학계와 산업계, 국가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 차원의 정밀의료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NCI-MATCH 연구나 네덜란드의 DRUP 연구, 미국 종양학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TAPUR 연구 등이 한 예로, 표준 요법에 실패한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학회와 국가가 주도해 NGS 패널 검사 결과에 근거한 맞춤 약제를 환자에게 투약하고, 그 결과를 모아서 축적하는 연구의 형태를 띄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부터 암 정밀의료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 과제를 통해 1만명의 진행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이중 유전자 이상이 발견된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함으로써, 한국형 정밀의료를 구현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이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축된 암유전자 데이터와 연구사업의 성과를 실제 환자의 진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진료 상황에서 NGS 결과에 근거한 맞춤 표적치료제를 투약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서 획득된 RWD를 수집해 약물의 효과와 안정성을 평가하는 프로세스 구축이 필요하며, 이 결과를 이용해 약물 허가와 급여에 이르게 하는 등의 혁신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각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NGS 결과를 아우르는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한국인 암환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2차 연구에 이용해 새로운 진단, 치료법 개발에 사용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는 암 정밀의료를 진료실로 보다 더 신속하게 가져오기 위해 ‘암정밀의료 네트워킹 그룹’을 발족했다. 주된 사업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사업과 학회 차원의 분자종양보드 운영이 있으며 NGS패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 목적 사용 프로세스를 통해 맞춤 치료제를 공급하고 그 결과를 축적하는 KOSMOS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학회의 노력과 정부의 제도 개선, 그리고 관련 산업계의 진단, 치료법 개발의 발전이 합쳐진다면 희귀 난치성 질환과 암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치료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