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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마취실명제·전문의 마취 가산수가 필요

마취는 환자 안전 위해 고도로 훈련된 전문의가 시행해야

마취통증의학회가 불법 무면허 마취 근절을 위해 마취실명제 도입을 주장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28일 자료를 통해 마취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료인에 의해 많이 시행되는 원인들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술에는 대수술과 소수술의 개념이 있으며 두 수술이 명백하게 위험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마취에서는 일반적으로 대마취, 소마취라는 분류는 하지 않는다.


학회는 “의식 소실이 발생하는 경우 기도관리가 되지 않으면 저산소증에 의한 영구적 뇌손상이 발생하거나, 수술 중 다양하게 변화하는 활력징후를 조절하지 못하면 주요 장기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마취 중 적절한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마취는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의료 행위이며, 다년간의 임상경험이 필요한 고도의 의료 행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 의뢰된 마취와 관련된 의료사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92%의 환자에서 사망을 포함한 영구적 손상이 발생했다. 그 중 43%는 표준적인 마취 관리를 했다면 예방이 가능했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전문적인 마취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렇듯 마취가 명백히 환자안전에 중요한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문가가 아닌 의료인에 의해 마취가 행해지는 경우가 있다. 최근 2018년 부산의 대리수술에 의한 뇌사 사건, 2021년 간호사의 대리마취에 의한 산모사망 사건 등은 전문적인 마취관리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사건들이다.


학회는 “현재 건강보험요양급여 수가체계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고용에 의한 의료 행위는 비현실적인 저수가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라며 “2016년 보고된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방안 2단계'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하고 집계가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 물적 투입을 고려한다면 실제 마취 수가는 원가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괄수가제의 경우 마취료를 별도로 산정되지 않으므로 마취분야에 대한 인력과 자원투입이 심각하게 감소하는 경우도 많아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도 많다”며 “실례로 적지 않은 병원에서는 경영상의 이유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가 회복실이 없어 병동으로 바로 올라가거나 회복실 담당 간호사가 수술실 간호사가 마취회복업무를 같이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저수가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 및 자원의 부족은 의료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마취를 시행했을 때만이라도 원가 보전을 보장하고, 포괄수가제에서 마취료를 분리하는 것이 최소한의 마취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건강보험요양급여에서 전문의가 시행했을 때 가산 자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 제도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마취행위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나 수가제도가 없다.


학회는 “의료법에서는 의사는 모든 의료행위를 시행할 수 있으며, 전문의만이 해당과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법적으로 제한이 없는 상황이라도 타과 전문의가 해당과의 진료행위를 시행할 경우 해당과의 전문의 수준에 맞는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수술을 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환자의 활력징후를 확인하면서 다양한 관리를 시행해야 하는 마취를 동시에 시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환자 안전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가 제도는 수술을 하는 집도의가 마취의를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동시에 마취를 시행하더라도,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취를 시행하는 의사를 고용해 개별적으로 마취를 시행한 경우와 동일한 마취수가가 지급된다.


학회는 “투입되는 인력, 안전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수가가 지급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라며 “이러한 모순으로 인해 일부 의사는 간호사에게 마취를 지시하는 불법 행위를 하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마취행위와 동일한 마취수가를 받는다”고 언급했다.


즉,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마취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의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현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환자안전을 위한 투자 및 고용을 방해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무기록과 보험청구 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의사면허번호를 반드시 기입하도록 해 실제적인 ‘마취실명제’가 시행돼야 하며, 특히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수술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마취실명제’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또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전담으로 시행하는 경우 마취 수가의 차등급여를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