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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비대면 진료 2년 겪어보니…’ 의사들, 비대면 진료 부정적

7일, 4개과 의사회 공동 기자간담회…
의사 2500여명 설문조사, 비대면 진료 부정적 인식 72%↑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비대면 진료에 대해 2년여간 겪어본 의사들은 아직은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놨다.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7일 대한내과의사회 회의실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4개과 의사회 공동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자간담회에는 박근태 내과의사회장,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황찬호 이비인후과의사회장, 강태경 가정의학과의사회장이 배석했고, 설문결과와 의미에 대한 발표는 박근태 회장이 맡았다.


의사회들은 이 자리에서 2022년 6월 14일부터 6월 28일까지 4개 전문과목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비대면 진료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방식은 모바일 응답을 통해 이뤄졌고 전국에서 총 2588명이 참여했다.


설문결과를 보면 먼저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에 참여한 회원은 1881명으로 72.7%였고, 전화상담 후 처방전까지 발행한 비율은 82.8%에 달했다. 하지만 대면 진료와 비교해 충분한 진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 회원은 7.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박근태 내과의사회장은 “의료진은 시진, 청진 촉진 등의 진찰을 진료의 기본으로 배워왔다”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적절한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간과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진료 경험을 통해 알고 있어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회원들의 견해는 ‘감염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54.4%로 가장 많았다. ‘진료의 기본 개념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절대 안된다’는 의견도 18%에 달해 부정적 인식이 72%였다.


박근태 회장은 “이번 결과는 2021년 10월 1079명의 대한내과의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의 회원이 원격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수개월간 비대면 재택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식이 더 나빠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시 우려되는 점으로는 94%에 달하는 회원이 환자를 충분히 진찰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을 지적했고, 비대면 진료 전문의원의 출현(69%), 원격의료 관련 플랫폼의 난립(66%),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59%),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각각의 우려점에 대한 응답 비율은 작년 설문조사보다 모두 증가한 경향을 보였다.


박 회장은 “비대면 진료를 하게 되면 아무리 증상이 가벼원 환자라도 심각한 질병일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 범유행의 상황에 비대면 진료의 통계를 통해 분석한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린 논문을 통해 알 수 있다”며 “불충분한 진찰은 오진의 위험을 높이고 그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산업적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가 정착된다면 비대면 진료 전문의료기관이 생겨나고 관련 플랫폼 간의 경쟁과 불필요한 의료수요가 증가해 의료영리화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가 도입됐을 때 회원들이 생각하는 진료 범위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질환이 범유행을 하는 국가 위기 상황에 한시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77.9%에 달했고 도서벽지와 같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62.4%,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자에 대해서만 해야 한다는 응답도 51%로 나와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보다는 한시적이고 지극히 제한적인 범위로 국한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90% 이상의 회원들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주목할 점은 2021년 설문조사에서 초진, 재진과 상관없이 처방전 발행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0%로 감소한 것”이라며 “이 결과도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에 비해 충분한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회원들이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언했다.


비대면 진료의 주체로 1차 의료기관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은 90% 이상으로 나왔고 제한 없이 이뤄져도 된다는 의견은 7.8%에 불과했다. 이는 현재도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환자들의 진료를 하고 있는 상급병원의 진료행태에 대한 비판과 함께 비대면 진료의 주체를 제한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일부 플랫폼 업체들이 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 및 건강상담과 의약품 배송에 대해서는 87.5%에 달하는 회원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고 그중 79%의 회원은 플랫폼과 연계된 전문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경계했다.


또한, 플랫폼 간의 경쟁이 심화됨으로써 환자의 건강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77%나 나왔고 70%에 달하는 회원들은 산업계의 주장대로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 진료의 대상에 포함된다면 불충분한 진찰, 의료쇼핑, 약물 남용 등으로 국민건강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회장은 “비대면 진료 제도의 도입에 편승해 정부와 대한약사회에서는 처방, 조제 절차와 관련된 국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국가의 보건의료 관련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이번 설문에 참여한 의사회원들의 57%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모바일 기기를 통한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의 도입에 대해서는 66%의 회원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국민의 편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체 조제가 더욱 활성화되고 복약지도가 부실해져 국민건강에 해를 줄 수 있으며 성분명 처방,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방전 리필(재사용)로 이어져 의사와 약사 간의 상호 직역 존중을 전제로 한 의약분업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 관련 입법이 현실화됐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회원은 9%밖에 안됐고 21%의 회원들은 현재의 대면 진료만 유지하겠다고 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의 비대면 진료의 전망에 대해서도 42%의 회원들은 의료취약지 등의 특수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고 의료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원격의료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26%나 됐다.


박 회장은 “비대면 진료의 도입은 지금까지의 의료산업구조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의료의 개념과 가치를 바꿀 수 있는 문제이고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70% 이상의 회원들은 오진의 위험, 의료영리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에 대한 우려로 비대면 진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한시적으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율은 더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인프라가 잘 갖춰진 경우에는 전면적인 도입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의료취약지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만약 도입하게 되더라도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막기 위해 인증된 1차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재진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정된 지역과 제한된 인원 안에서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며 “또한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 플랫폼과 수익만 추구하는 일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번 설문조사는 비대면 진료 제도에 대해 2500명 이상의 의사 회원들이 참여한 신뢰도가 높은 결과”라며 “정부는 이 결과를 참고로 해 제도의 도입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하기를 촉구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