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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 신상엽 연구위원, “풍토병화된 코로나19, 피해 최소화가 관건”

향후 유행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제언 담은 건강정보 제공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엔데믹의 올바른 이해와 향후 유행 대응 방안’에 대한 제언을 담은 건강정보를 27일 내놓았다.


신상엽 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엔데믹에 들어섰으며, 앞으로 유행 양상은 다소 낙관적으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에 방역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정확한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팬데믹 vs 에피데믹 vs 엔데믹 vs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유행의 위험도에 따라 경보 단계를 1~6단계로 나눈다. 이 중 4단계가 ‘에피데믹(유행, epidemic)’이다.


감염병 전파가 한 지역이나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유행하는 상황으로, 2003년 사스(SARS),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 2015년 메르스(MERS), 2016년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이 이런 유행에 해당한다.


가장 위험한 6단계는 ‘팬데믹(대유행, pandemic)’이라고 부른다. 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황을 말한다.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 2020년 코로나19 유행 시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


독감이나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은 평소에는 ‘유행(epidemic)’과 ‘소강상태’를 반복하는 유행병이다.

 
그런데 박쥐 등의 포유류가 매개돼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나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전세계 대유행인 ‘팬데믹(pandemic)’을 일으킨다.


즉 독감, 코로나19와 같은 질환들은 기본적으로 ‘유행-(대유행)-소강상태-유행’이라는 패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통 통칭해서 유행병이라고 부른다.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 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이라는 경보도 있다.


선포 기준이 단순히 유행의 위험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감염병 대응이 필요한지 여부를 따져서 WHO에 의해 선포된다.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이 선포되면 감염병 발생 지역에 대한 교역, 여행과 관련된 권고가 전달되고 국제적인 의료 대응 체계가 꾸려진다.

 
2005년 국제보건규칙이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야생형폴리오,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 2018년 에볼라, 2020년 코로나19, 2022년 엠폭스(MOPX, 원숭이두창) 유행 시 선포됐다.


‘엔데믹(Endemic, 풍토병)’이라는 유행의 상태도 존재한다. 엔데믹은 정의상으로 해당 지역에서 감수성이 있는 인구 집단에서 ’기초재생산지수(R0)=1‘의 유행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감염을 매개하는 학질모기나 숲모기가 있는 아프리카, 동남아 등의 열대 지역에서는 꾸준히 일정 수준의 말라리아, 뎅기열 환자가 발생하는데 이런 특징을 가진 감염병을 풍토병이라고 부른다.

 
독감과 코로나19와 같은 대부분의 호흡기 감염병은 유행과 소강상태를 반복하기 때문에 유행병이지 풍토병은 아니다.


요약하면 코로나19는 현재 전세계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단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지금은 각 지역과 나라별로 에피데믹(유행)과 소강상태가 반복되고 있으며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은 유지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유행을 요즘 엔데믹이라는 표현하는 것에는 일견 이유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19를 엔데믹(풍토병)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엔데믹(풍토병,endemic)‘과 ’엔데믹화(풍토병화,endemicity)‘는 다른 개념이다. 여기에서 많은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2003년 사스(SAR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09년 신종플루(신종 인플루엔자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MER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크고 작은 에피데믹과 팬데믹을 경험했다.

 
신종 감염병이 대유행하면 초기에는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설령 개발돼 있더라도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를 명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확진자를 격리하고,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벌려 감염병 전파를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및 백신 접종 등을 통해 개개인을 방어하는 ’개인적 거리두기‘를 통해 유행을 통제한다.

 
거리두기를 통해 유행의 규모를 통제하면서 최대한 위중증 및 사망환자가 적게 발생하는 ’피해 최소화‘를 추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시간을 벌게 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전세계가 경험한 21세기 팬데믹은 모두 단 한 번의 대규모 유행을 일으킨 후에 약화하거나 소멸했다.

 
때문에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전문가들조차도 아직 백신 치료제가 없지만 과거 경험했던 사스나 메르스의 경우처럼 단 한 번의 대규모 유행을 거리두기로 잘 넘기면 유행이 약화하거나 소멸할 수 있다는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그 특성이 이전과 너무나도 달랐고 유행이 3년 이상 지속되면서 거리두기는 물론이고 비교적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사용됐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2~3번의 코로나19 유행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문가들도 인정하게 됐다.
 

즉, 코로나19가 풍토병은 아니지만 1년에 2~3번 유행이 지속되고 소강상태에서도 환자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전세계 ’풍토병화‘ 됐다고 하는 것은 가능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가 코로나19 유행의 종식을 원했지만 현실은 코로나19의 ’엔데믹화(풍토병화)‘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전문가들이 정말 바라지 않았던 결말이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전세계적으로 좋아져서 풍토병(엔데믹)이 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팬데믹으로 대응하기에는 경제적 피해 등이 너무 커서 풍토병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같이 공존하면서 풍토병처럼 대응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풍토병화된 코로나19와 공존은 불가피, 관건은 피해 최소화


코로나19가 미래에 종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마도 풍토병화된 코로나19와 인류는 계속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코로나19는 기존의 상식과 예측을 모두 깨는 전대미문의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일반적 상식은 ’변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 전파력은 증가할 수 있지만 독성은 줄어들고 재감염되면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있는 사람만 전파력이 있다‘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다르다.


첫째, 변이를 거듭할수록 전파력이 증가한다. 거기에 더해 기존 면역 회피력도 높아진다. 문제는 독성이 전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델타 변이 때는 독성이 증가했다가 오미크론은 예전 초기 바이러스 수준의 독성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재감염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 않는다. 일부 집단에서는 위중증이나 사망률이 재감염 시 훨씬 증가한다.

 
셋째, 감염 후 회복됐다고 안심할 수 없다. 회복 후에도 10~40%에서 만성 코로나19 증후군(long COVID)이 발생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재감염돼도 개별 감염마다 ’long COVID‘ 비율이 줄어들지 않는다.

 
넷째, 독감보다 전파력이 10배 정도 강하고 치명률도 훨씬 높다. 독감과는 애초에 비교할 수도 없이 위험한 질환이다.
 

다섯째, 증상이 나타나기 2~3일 전부터 감염력이 있어서 무증상자를 통한 전파를 막을 수 없다. 유행 초기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까다로운 코로나19와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 한다면 ’이제 엔데믹이다‘, ’코로나19 별것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하면 안 되고 ’피해 최소화‘에 대한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어르신과 기저질환자들은 위중증과 사망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고, 젊은이들은 ’long COVID‘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은 ’확진자 7일 의무 격리‘, ’실내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정도가 남아있다.

 
이런 방역 정책들의 조정은 피해 최소화가 가능한 타이밍에 정교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제언


’확진자 7일 의무 격리‘를 5일이나 3일로 단축하면 격리 해제된 확진자를 통한 감염 전파를 피하기 어렵고 특히, 학교나 회사에서의 유행을 촉발할 수 있다.

 
굳이 조정해야 한다면 현 상황에서는 7일이라는 날짜를 조정하기보다는 마스크 정책처럼 ’7일 의무 격리‘를 ’7일 격리 권고‘로 바꾸고 꼭 필요한 경우 의사 진료 후 병가로 대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2022년 9월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자율로 바뀌었다. 그 이후 2022년 겨울 7차 유행을 겪으면서 해당 정책이 다음 유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2023년 1월 7차 유행 하락기에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었다. 유행의 하락기에는 확진자 증가에 의한 일시적인 집단 면역이 유행 감소를 주도하기 때문에 정책 변경의 영향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다.
 

때문에 이번 실내 마스크 정책 변경 영향은 다음 8차 유행 과정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확인하고 평가한 후에 다음 단계로의 정책 변경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또한 향후 마스크 관련 정책이 어떻게 바뀌든 간에 국민이 자율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으면 유행은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올 수밖에는 없다는 점을 방역 당국에서는 잘 설명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long COVID‘에 대한 연구를 장려하고 장기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long COVID‘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고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처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준비해야 한다. 향후 코로나19백신은 독감과 유사하게 1년에 한 번 정도 접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1~2년 접종하다 끝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해외 백신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새로운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을 국내에서도 바로 생산할 수 있도록 백신 플랫폼별로 생산 기반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

 
코로나19 치료제 역시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가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