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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아이돌이 술광고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 음주 위험 인식해야”

음주폐해 관련 정책, 흡연에 비해 거의 없어… 연간 예산도 흡연 1400억 대비 15억에 그쳐
국립암센터-대한암예방학회, 제16회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 개최

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흡연, 음주, 식이습관에 대한 규제 정책의 세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립암센터와 대한암예방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16회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이 3월 21일 암 예방의 날,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는 암의 1/3는 예방이 가능하고, 1/3은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1/3의 환자도 적절한 치료로 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3-2-1에 의미를 두고 2008년부터 매년 3월 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제정해 암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는 대한암예방학회와 국립암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2번째 암 예방의 날 심포지엄으로서, 두 기관은 작년 11월에는 암 예방 공동연구 및 대국민 홍보사업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심포지엄은 국내외 암 예방을 위한 연구, 특히 흡연, 식이, 음주를 중심으로 관련 정책의 현황을 살펴보고 추후 정책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오늘 이 자리가 암 예방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관련 연구와 정책적 노력을 더욱 활성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암 예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표는 흡연, 음주, 식이습관 순으로 이뤄졌다. 먼저 서울금연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이강숙 교수가 ‘국내외 흡연예방 및 금연정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이강숙 교수는 “폐암은 2021년 암 종별 사망자 수가 가장 높았고, 흡연으로 인한 암 발생위험 증가는 여러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암 예방을 위한 금연정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강숙 교수는 2021년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처음 흡연시작 연령’은 올라갔으나 ‘매일 흡연시작 연령’은 14세라는 점을 지적하며, 담뱃갑 경고그림 표기에서 더 나아간 규격화 무광고 포장을 도입해 담배 노출을 계속해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금연지원 서비스는 참여 대상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한계가 있어, 서울금연지원센터에서 ‘찾아가는 금연지원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위기 청소년, 여성, 대학생, 장애인, 소규모 사업장,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금연지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으로 음주와 관련해서는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가 ‘국내외 음주폐해 관련 정책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해국 교수는 “흡연 관련 정책에 비해 음주 정책 현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아세톤알데히드는 WHO 지정 1급 발암물질임에도, 국가정책 음주폐해에 대한 사회적 노력과 국가적 정책은 지난 5년간 거의 변화가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해국 교수는 “우리나라는 알코올이 질병부담 1위 요인인 유일한 OECD 국가이자 아이돌이 술광고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로, 암생존자도 암 진단 전후 행동변화 없이 ‘문제성 음주’를 지속하는 것에서 위험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프랑스, 영국 등 해외에서는 연예인 주류광고 불가, 음주 장소, 시간, 판매 등 접근성 제한을 하고, 알코올 도수 1도당 가격을 부과하는 주류최저자격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음주 정책 국가 예산이 15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비용이 들지 않는 비효과적 정책에만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국 교수는 “음주운전 재범율이 40%에 이르는 것에서 현 정책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또한 10시 이후 소주 광고 등 미디어나 사회 지도층에서 음주에 대한 몰이해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김초일 교수는 식이와 관련해 국가별 지침을 비교하며 잘 알려진 나트륨, 당, 지방 외에도 적색육, 가공육 또한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발표했다. 

김초일 교수는 “스페인의 경우 최초로 육류 섭취량 제한을 권고했다. 우리나라도 가공육 섭취량이 높은 것에 주의해야 한다. 거의 모든 식품으로부터 발암원은 올 수 있다. 물질 기반이 아닌 식품 기반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앞선 발표와 관련해 정책으로 추진할 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강창범 실장은 “코로나로 인해 음주량이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돈이 한정된 상황에서 정책에 접근하다 보니 실질적 음주 폐해 예방 정책이 이뤄지지 않고, 25년째 예산이 바뀌지 않는 상황이다. 금연 정책처럼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류광고 모델 규제에 관한 부분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단계적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규제를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복지부가 거버넌스를 구축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암예방학회 회장인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수경 교수는 “중학생 미만에서 흡연을 시작하면 성인이 돼서 금연을 하더라도 정상 위험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결과가 있다. 어린 나이에 흡연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알코올 규제는 정신과적인, 심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광고에서 병을 따거나 술을 따르는 소리를 규제하면 판매량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 술을 판매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식이의 경우 건강 형평성에 대한 고려를 꼭 해주길 바란다. 어떤 대상자가 어떤 문제가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에 이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환경 문제와 동시에 봐야 한다고 본다. 환경부와의 공조 아래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김한숙 과장은 “지난 3년간 코로나를 겪으면서 만성질환에 대한 부분이 후순위로 미뤄진 것 같다. 이제 마스크가 해제되면서 암,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기지개를 펴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음주가 맞는 것 같다. 음주 부분이 건강 정책과, 정신건강 관리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상태라서 그런 것도 있다. 정부 예산이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에서 각 아젠다별로 세팅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암센터 임정수 암관리사업본부장은 6월 19일, 국립암센터에서 암 예방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고 밝혔다. 이날 오늘 다룬 흡연, 음주, 식이 관리를 비롯해 해외에서 이뤄지는 암 예방 정책에 대한 다양한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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