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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法 “재난적의료비, 의료비 지출 규모·선납 상관없이 지급해야”

의료비 일정분 지출 필수, 근거 없고 ‘재난적의료비지원법’ 목적에도 위배돼

의료기관에 납부한 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재난적의료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광주지방법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원고 A씨의 모친인 망인 B씨의 진료비에 관한 재난적의료비 지급 신청에 대해 이 같이 판결했다.

원고 A씨는 모친인 B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해당 병원과 B씨의 진료비 금액 등에 관해 분쟁이 발생했고, 이에 C병원 측은 B씨를 상대로 진료비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뇌졸중이 발병해 2019년 4월 23일 C병원에 입원한 후 ‘기저동맥의 상세불명 폐쇄 또는 협착에 의한 뇌경색증’ 등의 병명으로 치료를 받던 중 2021년 3월 8일에 사망했다.

문제는 민사소송 과정에서 B씨가 민사소송 중 사망하게 되자 A씨가 민사소송을 수계하게 되는데, 당시 A씨는 건보공단에게 민사소송이 진행 중임을 근거로 민사소송 판결 확정 이후, 판결 결과에 따라 재난적의료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지급의 신청기한 유예를 요청하면서 재난적의료비 지급을 신청했다.

이러한 A씨의 요청에 건보공단은 A씨에게 C병원에 실제로 납부한 B씨의 의료비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의료비 부담 수준 미충족’ 사유를 근거로 재난적의료비 부지급을 처분했다.

그러자 A씨는 건보공단의 처분에 불복하며, “‘재난적의료비지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출’은 환자 등이 C병원에 실제로 의료비를 납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난적의료비 지급 신청 당시 병원에 의료비 납부 의무는 부담하고 있으면서 향후 상당한 기간 내에 의료비의 금액이 확정되는 경우도 포함해 해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건 신청 당시 모친인 B씨의 입원과 진료로 인해 C병원에 의료비를 납부해야 할 의무 자체는 확정돼 있었고, 의료비의 금액 등은 분쟁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음을 강조하며, ‘지출’의 의미를 부당하게 좁게 해석한 건보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인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건보공단에게 재난적의료비 부지급 처분 취소 및 원고의 소송비용 부담을 부담하도록 판결한 것이다.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들을 살펴보면, 우선 법원은 ‘재난적의료비지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출’의 의미는 ▲의료기관 등에 실제로 의료비를 납부한 경우 ▲의료기관 등에 납부할 의료비 지급채무가 확정됐으나 아직 납부하지 못한 경우 ▲의료기관 등과 의료비의 금액에 관한 소송 확정 이후 의료기관 등에 납부할 의료비가 확정되는 경우 등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재난적의료비지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출’의 개념을 재난적의료비 지원대상자가 재난적 의료비 지급 신청 당시 의료기관 등에 의료비 지급채무는 부담하고 있으나, 당장 의료비를 납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난적의료비지원법’의 입법 목적이 소득수준 대비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의료비의 일부를 지원해 의료이용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하고 있으며, A씨의 어머니인 B씨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로 재난적의료비 지원대상자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법원은 만약 ‘재난적의료비지원법’의 ‘지출’을 재난적의료비 지원대상자가 의료기관 등에 실제로 의료비를 납부한 경우로만 한정할 경우, 재난적 의료상황에 놓였으나, 의료비의 일부도 당장 납부하기 어려운 극빈자는 재난적의료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재난적의료비 지원대상자라도 의료비의 일부를 의료기관 등에 당장 납부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피고로부터 재난적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에, 그보다 경제적인 사정이 더욱 열악한 사람은 의료비를 실제로 납부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재난적의료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모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또 법원은 원고인 A씨에게 C병원에 실제로 의료비를 납부할 것을 강제함으로써 사실상 이 사건 민사소송을 포기하게 하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함과 동시에 ‘재난적의료비지원법’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애초에 ‘재난적의료비지원법’의 법령,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에 “재난적의료비 지원대상자나 지원대상이 되기 위해 스스로 일정 금액 이상의 의료비를 지출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명시적인 규정 자체가 없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인 건보공단이 재난적의료비지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출’의 개념을 재난적의료비 지원대상자가 의료기관 등에 실제로 의료비를 납부한 경우로만 한정해 잘못 해석함으로써, 원고가 병원에 망인의 의료비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처분 한 것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위법하다”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