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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EAP, 있으면 좋을 뿐 ‘빠른 급여’가 우선돼야”

환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동정적 사용제도 등 논의

10월 6일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정부·국회·보건의료공급자·국민 등이 환자의 투병과 사회복귀, 권익 증진 관련 정책·입법에 관심을 갖고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20년부터 제정된 ‘환자의 날’이다.

올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한 제4회 환자의 날 기념행사는 ‘아파도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개최됐으며, ‘우리나라의 생명과 직결된 신약 동정적 사용제도 및 환자지원 프로그램 운영 현황 및 개선 방안’이라는 대주제 아래 각 분야의 관계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 날 대표 발제를 맡았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정부가 의약품 무상공급 환자 지원 프로그램과 비급여 약제비 환자지원 프로그램 관련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통합해 관리할 주체를 지정한 후 관리·감독하고 공식플랫폼을 운영해 관련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이와 함께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승인제도 개선 방안 △의약품 무상공급 환자지원 프로그램 개선 방안 △비급여 약제비 환자지원 프로그램 개선방안을 설명했다.

먼저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승인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제약사가 임상시험 승인 신청 시 ‘치료목적 사용승인제도’ 진행 여부를 표시·공개하고 △초고가 신약의 비용 청구는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으로 설정해야 하며 △주치의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 △정부의 엄격한 관리·감독 △대국민 정보제공 및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임상의 어떤 단계에 허용되는지에 대한 규정 미비를 지적하며 △1상 완료한 경우로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모든 단계에서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음도 공유했다.

의약품 무상공급 환자지원 프로그램 개선 방안으로는 △약사법 개정을 통한 법적 근거 신설 △의약품 안전나라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홈페이지에 ‘의약품 무상공급 환자지원 프로그램’ 현황 공개 △식약처 허가 신청 시 제약사가 <의약품 무상공급 환자지원 프로그램> 운영계획서 제출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오인 우려도 짚었다.

비급여 약제비 환자지원 프로그램 개선방안으로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관련 정보를 한번에 실시간으로 전체검색 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을 제안했다.

이와 같은 안 대표의 발제를 바탕으로 패널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공유됐다. 정부, 기관·단체, 의료진 등 대부분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었다.



이 중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임상/메디컬위원회 정형진 위원장은 “EAP 등의 활동은 결국 글로벌 본사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국의 지사들도 할 수 있다. 모든 신약들에 대해 허가 전 EAP를 하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다”라고 전했다.

법률적 측면에서는 “기존 대체제가 있거나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EAP를 진행하는 경우 공정경쟁 저해, 판촉 등의 목적으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제약사는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IRB 심의료, 약제 보관료, 폐기비용 등이 발생하는데 이를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주치의가 이 비용을 부담할 수도 없다. 주치의 소속 기관에서 이러한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고려해 지원해주거나 제도적으로 보완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특히 “추가되는 적응증으로 EAP를 진행하는 경우 시판의약품으로 공급 가능할 수 있도록 하면 공급이 원활할 것”이라면서 “급여가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기한 무상지원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엄승인 상무는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환자 한 분 한 분의 기록이 소중하기에 최소한의 안전성, 유효성과 데이터가 확보된 후 제공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고 제언했다.

또 환자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해 “전문의들의 적극적 의지 등 많은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데, 환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들을 제약사에 직접적으로 소통하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약사 입장에서는 전문의약품이기도 하고 광고 우려, 적극적인 대응 시 의사와의 관계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많은 환자지원을 하게 될 경우, 후발주자를 개발하는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에 등록할 환자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로 인해 환자 등록에만 몇 년이 소요된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속한 치료제 개발과는 대비되는 상황의 발생을 우려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임상에서 느낀 점은 ‘절차’가 너무 힘들다는 점이다.”라며 “의사 입장에서 행정적 절차를 할 때 비 서울 지역에서는 혼자 다 했어야 했는데, 서울 대형병원은 도와주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특히 “EAP 공정 사용과 관련해 의사가 개인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기도 했지만 외국에서 약이 오다보니 통관 등의 문제로 수 달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러한 절차적인 복잡성과 시간적인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1상만 통과하고 지원하자는 의견에도 반대다. 2상을 통과해야 그제서야 효과에 대한 시그널을 볼 수 있고, 2상을 통과한 약들 중 3상에서 실패하는 약이 대다수다. 신약을 쓰다 보면 전혀 모르는 부작용이 닥쳤을 때 병이 나빠진 것인지 약으로 인해 나빠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2상에서 데이터가 충분히 얻어진 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EAP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EAP는 있으면 좋은 것이지, 약이 빨리 허가받고 빨리 급여받는 것을 더 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임상시험 시 환자 1명당 3~5억 원이 들어간다. 몇 백 명이 참여하게 되면 수백억에서 수조 단위가 들어가는데 세계에서 거의 최저가로 국내 공급을 하면서 비용까지 무상으로 제공해달라고 하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무리한 부담이 된다.”며 “국민의 70% 이상이 가입한 실비보험에 들어가는 돈을 건강보험으로 흡수해 급여화를 빨리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라고 했다.

환자들에게는 “제도에 대해서 이해가 필요하다. 급여, 비급여를 모르는 분들도 많고 비뇨기암이나 담도암 환자가 폐암약을 사용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시스템을 손쉽게 알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 다양한 기회가 있는데 많이 거부하면서 동정적 사용에 기대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당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영진 의약품정책과장은 “제약사의 임상승인 신청 시 식약처가 체크하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치료목적사용 승인대상이 되는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시도 해봐야겠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제한의 요소가 되지 않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임상 단계에 따른 제한에 대해서는 의약품이 개발될 당시 갖고 있는 자료가 어느 정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것을 단계별로 제안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기회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선에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가 조언한 환자에 대한 홍보와 관련해 식약처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며 “무상 공급 환자 지원 프로그램은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이 됐는데 경쟁 제품이 없는 선에서 웬만하면 다 승인하고 있다. 타당한 사유가 있으면 환자들한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