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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변호사들이 본 의료감정 문제점과 제안하는 개선책은?

법관·변호사 10명 중 9명은 의료감정으로 소송 ‘지연’ 응답

의료감정 절차 각 단계마다 존재하는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감정 지연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수준은 기본권 중 하나인 재판청구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안이 제안됐다.

국민의힘 조명희 국회의원과 무소속 양정숙 국회의원이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주최하는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국회세미나가 12월 1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김유정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은 먼저 의료감정제도와 관련해 사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법관의 99.1%와 변호사 98.1%가 의료감정 때문에 소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절차 지연 원인으로는 복수 응답 기준 ▲경제적 보상 부족 ▲감정 수탁 병원·전문의 부족 ▲불성실한 감정 업무 수행에 대한 제재 부족 등을 지목됐는데, 법관과 변호사 모두 감정 수탁 병원·전문의 부족을 큰 원인으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불성실한 감정 업무 수행에 대한 제재를 개선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김 위원은 의료감정 절차와 관련해 각 단계마다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선 의료감정 신청 단계의 경우, 감정 신청서 작성 시 감정을 받아야 하는 내용과 사전 자료들이 명확하지 않아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감정인 선정 단계에서는 대학병원 전문의급 감정인이 부족해 감정인을 선정하기도 어렵고, 선정됐어도 어떤 사정으로 반송될 경우 감정인을 재선정해야 하는 과정들이 있어 감정인 선정 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었다.

더욱이 회신 단계에서는 의료감정 반송의 경우 법원에서는 감정 이후에 어떻게 진행되는 지를 알지 못해 반송 기간·사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이로 인해 의료감정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회신기간에 제한이 없어 의료감정 기간이 늘어나고, 당사자들도 이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의 경우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었으며, 감정 회신이 장기화되는 문제에 대해서 법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없는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점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감정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으며, 애초에 의사에게 있어 감정료는 본래의 업무 외에 업무를 하게 되는 것이며, 감정 업무를 하더라도 이득이 되는 부분이 없고, 오히려 감정이 잘못됐을 때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고려하면 감정료 인상 등의 조치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무엇보다도 김 위원은 의료감정의 공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감정 시스템은 오롯이 감정의가 공정하게 감정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상황인데, 감정의가 소송과 관련된 보험회사나 의료기관의 관계자 또는 친분 여부에 대해 개별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공정성을 담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의료감정 구조는 단독 감정 구조로, 의사 1명의 감정서에 의존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해당 의사의 감정에 오류가 있을 경우를 생각하면 오롯이 1명의 감정만을 믿고 판결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심리위원 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 위원은 “전문심리위원 제도의 경우 전문심리위원의 설명 또는 의견의 진술에 관해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줘야 하나, 당사자에게는 전문심리위원의 설명·의견 진술이 비공개로 관리되고, 당사자에게는 의견 진술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감정 결과에 대해 당사자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문심리위원회 설명이나 의견 진술은 소송 등에 대한 판단을 위한 기초자료로만 활용돼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증거처럼 언급되고 있는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감정 절차의 각 단계마다 지적된 문제점들에 대해 법 개정과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별 의료감정 제도가 소개됐는데, 미국은 감정인을 지정해 지정된 감정인이 의견을 진술하는 형태를 통해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고 있었고, 독프랑스는 별도로 감정 제도를 통해 감정인을 관리하는 법관을 두고 운용하고 있었다.

독일은 감정인의 객관 의무를 명시화하고 감정인의 고의과실로 감정에 오류가 발생하면 손해배상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었고, 일본은 복수의 감정을 통해 정확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김 위원은 위와 같은 국가별 의료감정의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이처럼 법원이 감정인과 소통하면서 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마련해 실무상에서 확인됐던 문제점들을 보완·정리한다면 좋은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호균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의료 부문에서 재판청구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손해 범위 확정과 상대방의 잘잘못을 가리는 감정이 너무 오래 걸려 포기하거나 시작조차 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며, 1심 판단을 받은 후 법원에 대한 기대를 접고 소송 등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기본권 중 하나인 재판청구권을 제약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 청구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법치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우리나라 헌법의 양대 원리”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감정이 시행되고 있는 사건이 재판에서 많이 지연되고 있다면 관련 정보에 당사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법원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체 감정 절차의 현실은 의식이 없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에게 알아서 신체 감정을 제3의 병원에 방문해서 받아오도록 있음을 지적하며, 감정 예규 개정 또는 민사소송법·의료법에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피해자들이 병원에서 받아온 진단서나 소견서 등의 자료를 가지고 법원에서 판단하지 감정은 예외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전하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음을 덧붙였다.

익명 감정에 대한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위원은 “익명 감정을 만든 이유가 나름대로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웬만해서는 학연과 지연 및 학회 등을 통해 사람을 알 수 있다”면서 현재 익명감정이 보이지 않는 로비의 루트가 되어가고 있음을 전하며, 감정인 보호 등을 위해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나름대로 구상한 의료감정 관련 법률 개선안들을 제안했다.

해당 개선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민사소송법 개선안의 경우 341조 2에 “감정·감정절차가 공평·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선언적인 문구와 함께 의료감정 기관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감정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또한, 법원은 감정사항 설정 시 과실 혹은 인과관계 등 법률요건이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감정을 거부하거나 감정결과 제출 지연 시 소송비용 부담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도 추가됐다.

의료법 개정안 역시 민사소송법과 같은 내용으로 내용을 정비하고, 진단서·처방전 관련 규정으로 진찰·검안한 환자에 대한 후유장애진단서·향후치료비추정서 또는 의료감정에 준하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끝으로 박 위원은 “의료감정의 공정성과 절차 지연의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에 근거 규정을 국회에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