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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가협상 이대로 좋은가

전재기 울산광역시의사회 회장


2009년도 수가 협상이 결국 결렬되었다.
어쩌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도대로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너무나 형편없는 인상률을 제시하고, 너무나 성의 없는 자세로 대화하는 정부 당국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

결국 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되어 통고되는 의료보험 수가.
정말 이런 식으로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것인가.

작금의 경제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 환자 수는 격감하여 폐업하는 의원이 점점 많아지고 해마다 의사수는 증가하여 의원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의원의 요양급여 비용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적정수가 인상만이 국민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협 협상팀이 강조하였다고 한다.
수가 인상을 동결하겠다는 내용의 연막을 치고 겨우 2% 인상률을 제시한 작태는 정말 우리를 분노케 하였다.

물가인상률이 5.6%이고 임금상승률이 6.2%임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인상률이다. 공단은 결국 2.5% 인상률을 마지노선이라고 못 박고,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최후통첩을 우리에게 보냈다.

의사들도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일반 백성들인데 어찌하여 무조건 희생만 강요하는가.참으로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러고도 양질의 의료를 바라고 있는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의료는 세계 5위의 최선진국이다. OWED 국가들의 평균 의료비는 PDP의 10%순이지만 우리나라는 6% 수준이다. 적은 의료비로 국민들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의사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여 의료 최선진국이 되었지만 수가가 개선되지 않는 한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저수가로 인하여 동네 의원의 1차 의료가 붕괴되어 가고 있다.
오랫동안 힘들게 공부하여 전문의 취득을 했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게 되는 수도 있다.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의 전공과 관계가 없는 비 보험을 선호하게 되고, 진료 과의 표방을 망설이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일전에 발표된 심사평가원의 보고에 의하면 의과의 원가 보전율이 70%라고 하였다.
특히 다른 직종은 100%가 넘는 곳도 있다. 그리고 지난 정부 5년 동안의 평균수가 인상률은 2.8%로 평균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턱없이 낮았다.
의사들에게 너무 희생만 강요하게 되면, 국민 건강을 위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서서히 쇠퇴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 저수가가 지속이 된다면 일차 의료의 붕괴가 가져오는 수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큰 문제가 야기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수가계약은 공급자와 보험자가 동등하게 상호존중을 통한 협력적 제도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 가치를 인정하고 국민들이 양질의 의료 혜택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공급자와 보험자의 일인데.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태도는 정말 잘못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매년 수가결정은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수가계약의 지침을 정하고 이것을 의료계에 통보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로 넘겨서 다수결로 표결해 결정해 버린다.
건정심의 구성은 공급자, 가입자, 공익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급자는 의료인이고 가입자와 공익대표들은 모두 공단재정운영위원회 위원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이런 비민주적인 구조가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는가? 당연히 폐지해야 하는 기구다.

수가협상 결렬 후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요구안을 발표했다.
1.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한 허울뿐인 현재의 계약제도는 폐지하고 계약 당사자들의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동등계약제 정책을 마련하라.
2. 적정수가, 적정부담, 적정급여체계만이 왜곡되어가는 한국의 의료를 바로 세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정확히 밝혀라.
3. 최소한 이번 건정심에서는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이며, 이미 붕괴의 길로 들어선 1차 의료의 몰락을 막을 수 있는 적정한 수가 인상 결정을 하여야 한다.

정부는 수가계약을 원점으로 되돌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의논하여 계약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