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퇴직한 남성, 허무하고 우울한 기분 어떻게?

안산중앙병원 박유진 정신과장


평균 수명이 점차 길어지고 안정적인 평생직장의 개념이 거의 사라진 요즈음, 퇴직이후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년을 마치고 퇴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을 맞게 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분들 또한 많은 것 같다.

그동안 한 가정을 이끌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른바 멀티플레이어로 앞만 보며 살아오다가 중년에 접어들면서 어느 순간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 든다.

우선 몸이 예전 같지 않으며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새로운 일에도 예전과 같은 열정과 흥미가 생기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자신의 모습을 문득 발견하게 된다.
특히 퇴직과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있다면 이러한 신체적, 심리적 변화가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중년을 제2의 사춘기라고 한다. 이제까지 치열한 경쟁속에서 사회적인 성취를 이루고 자신과 가족의 안정된 생활을 위하여 올인을 하였다면, 중년 이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목표수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현실의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해하며 우울해하는 것은 이 시기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즉 이 시기를 잘 준비하고 넘긴다면 나머지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생물학자에 의하면 폐경 이후의 생존기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유난히 긴 인간의 특징에 주목하면서 제1기 번식기와 제2기 번식후기로 나누어 ‘두 인생 체제’의 개념을 제안했다.

40·50대 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살아야 한다면서 이모작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한 정신분석가 융은 중년기에 접어들어 이전의 삶을 뒤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이전의 삶의 가치와 태도를 그대로 고집한다면 진정한 인간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우울증에 빠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퇴직을 비롯해 외적인 관계에서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수행해야 할 사회적인 역할이 있으며, 막상 제2의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 전반기에서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느라 놓치고 있었던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에 집중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에 함께 할 가족과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이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제까지의 삶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소홀하였다면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함께 즐거움을 나누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우선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대인관계를 맺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서두르지 않고 제2의 인생을 차근히 준비해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