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내달 초 복제약 약가 인하를 논의키로 하자, 제네릭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제약사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지난 9일 발표한 논의안건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가 건의한 ‘복제약 약가 인하’ 방안이 포함됐다. 그간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제네릭 약가 인하에 대한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제약업계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 조사로 인한 영업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매출하락세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위 10개제약사의 올 1분기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동아, 한미, 종근당, 일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난해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미 시장형 실거래가제, 기등재의약품목록정비 등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다, 최근 정부가 일괄적 약가 인하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구체화하면서 제약업계에 가해지는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
결국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가다간 제약산업이 몰락할 것”이라며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정책마련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제약사 중 주요 치료제 시장에서 오리지날 의약품을 보유한 곳은 손에 꼽힌다”며 “제네릭의 약가가 인하되면 당장 제약업계 전체의 매출이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정부 정책은 다국적제약사에는 유리한 반면 국내제약사에는 불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며 “과연 복지부가 산업적인 측면도 고려하면서 정책을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제약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산업과 관련이 적은 복지부에서 대부분 나오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지난 3일 열린 ‘제약협회 이사장단과 약가제도위원회 통합 워크숍’을 통해서도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협회가 복지부 산하가 아닌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이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난관은 없었을 것”이라며 “제약협회의 반대의사를 복지부에만 어필할 것이 아니라 산업발전 측면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과 논의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네릭 약가 인하가 임박하자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제약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복지부로 향하는 분위기다.
한편, 업계관계자들은 약가인하가 단기적으로는 매출악화를 가져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R&D투자 감소로 인한 제약산업 전반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가 떨어지면 기업들은 경제성 평가를 통해 자연히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이다. 이러면 R&D투자에 답이 안 나온다”며 “당장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를 지속한 다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재도 정부는 신약개발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제약사가 거의 전적으로 지도록 하는데, 약가인하로 매출이 줄어든 제약사들이 하이리스크를 감수하며 개발에 나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