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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적자전환-구조조정 잔인한 계절이 오고 있다

위기 맞은 제약산업…돌파구를 찾는다<2>

적자전환-구조조정 잔인한 계절이 오고 있다


매출은 최대 1000억원이상 감소하고, 적자에 허덕이게 될 회사들은 ‘일단은 살고보자’며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신약개발 포기를 선언할 미래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각 회사들은 일괄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당장 내년도 예산 가운데 중장기사업인 R&D분야 삭감을 결정한 상황이다.

더불어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하던 부분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일부 회사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시행준비에 들어간 것이라는 전언이다.

◇치명적인 매출감소, 장기투입 되는 R&D부터 줄여라

일괄 약가인하로 인해 극명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역시 매출액이다.

관련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내년도 상위 제약사들의 손실액을 분석한 결과, 최대 700억원 수준의 연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전문의약품 보유율이 높은 상위사들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매출 1조원 돌파를 기대했던 동아제약의 경우 약 7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2011년 1~3분기 매출을 기준으로 추정했을 때 내년도 예상 매출 감소율은 7.6%며, 영업이익 감소율은 19%다.

뒤를 이어 대웅제약의 주요품목별 평균 약가인하율은 3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감소액은 600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도 매출 감소율은 8.3%, 영업이익 감소율은21%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체는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81%에 이르며, 주요품목별 약가인하율은 35%정도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같은 매출감소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면 상위제약사들도 도산될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태영의 권경배 회계사는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그 회사는 가치가 없어진다. 주가하락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고, 주주입장에서는 투자를 했지만 회사로부터의 배당이 불가능해진다”며 “이들 회사 중 한 개 제약사는 도산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매출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가장 먼저 예산삭감에 들어가는 부분은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R&D분야가 될 수 밖에 없다.

한 상위제약사 사장은 “계획했던 임상예산이 대폭 축소되면서 임상초기 단계인 것들은 외국에서 사가겠다면 팔고 라이센스를 받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30년간 신약개발에 매진해 왔다. 5년 후면 우리도 글로벌 신약을 내놓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R&D 투자율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해 관련 팀이 모두 모여 사업을 지속할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진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사업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간 글로벌 진출을 내걸고 R&D투자비율을 높여왔던 상위제약사들의 투자비용 감축이 진행될 전망이다.

상위 업체 가운데서도 매출액의 13%이상을 R&D분야에 투자하면서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한미약품의 감축액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의 판관비 가운데 R&D비용은 총 478억원이며, 약가인하 후에는 362억원으로 100억원이상 줄 것이란 예측이다.

결국 개발기간이 짧고 투자비용도 적으면서, 투자비용 회수는 빠른 제네릭 개발에 오히려 더 치중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R&D의 위축은 임상에 참여했던 병원 등의 고급인력까지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인프라가 줄어들어 현재까지 발전한 기술을 후퇴시키게 된다”며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제약 R&D투자비율을 높이는 환경에서 우리의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꼬집었다.

◇구조조정, 이미 ‘안’은 나왔다…‘잔인한 봄’ 될 듯

산업의 위기는 곧 산업종사자의 고용불안과 직결된다.



제약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8.12 약가인하 발표직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설은 업계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됐으며, 일괄인하가 그대로 내년 강행될 경우 그 실체가 수면위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노피, GSK 등 일부 다국적제약사는 희망퇴직자 접수를 통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황이다.

국내업체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임금동결은 물론이고, 중소규모의 회사들을 중심으로 인력감축 방안이 구체적인 수준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채용을 중단하면서 자연스러운 인력감축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지만, 일부 회사들은 실적을 기준으로 하위권을 쳐내거나 부서변경을 통한 업무 부담으로 퇴사를 유도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안’은 나와 있는 상태다. 대폭적인 부서변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이 가능성이 높아 내부 분위기가 무겁다”며 “개발부서에 있던 사람이 영업부서로 옮겨간다고 생각해봐라. 버텨낼 수 가 없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만일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 강행될 경우 내년 봄은 제약업계 사상 최대의 ‘잔인한 계절’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는 회사들마다 노조의 공격대상이 될까 적극적인 감축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 매출하락이 시작되면 아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구조조정의 칼날이 본격적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휘둘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노조의 타깃이 될까 아직은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내년에 일괄인하가 시행되면 버티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회사가 나오게 될 것이다. 처음이 누구냐가 문제지 일단 시작되면 줄줄이 이어지게 된다”며 “상황이 IMF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