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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뒤늦게 터진 ‘공방사태’로 개원가만 ‘진퇴양난’

개원가, 제도시행된 상황 감안 醫·政간 조속 타결 촉구

이미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만성질환관리제를 두고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대립이 계속돼면서 의사들의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양상까지 나타나자 개원가는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고 있다.

개원가는 이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중이라 개원의들이 진료현장에서 매일, 매시각 부딪치는 현실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의협 새집행부가 환자단체와 공방을 벌일 시간적 여유없이 복지부와 대화부터 열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 사태는 환자를 직접 대하는 개원의의 자긍심 문제라고 개탄하면서 의사들의 참여반대의 명백한 이유를 의사단체들이 직접 나서서 정정당당하게 대국민 홍보와 설득을 해줘야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만성질환관리제가 환자단체와의 공방사태로 까지 전개되고 있는 것은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취해왔던 제37대 대한의사협회 차기 집행부가 지난 8일 신임 16개 시도의사회장단과 회의를 긴급 소집해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불참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표면화 됐다.

차기 집행부측은 회무를 인수인계 받기도 전에 이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제동을 걸 시간 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출범준비위원회는 불참의사와 함께 만성질환관리제 불참을 위한 대국민 설득과 홍보, 안내문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대회원 서신문도 서둘러 발송했다.

이용진 출범준비위 위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회원들은 만성질환관리제를 내원하는 환자에게 설명하고, 등록시킬 의무가 없다”며 “환자가 특별히 요구하지 않으면 평소대로 진료하고, 청구함으로써 제도에 불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대표 안기종, 이하 환연)와 백혈병환우회는 지난 9일 의협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방해 행위를 중단하라면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연은 “환자가 원한 것은 동네의원의 만성질환 관리의 질적 향상이었지만 의사협회의 반대로 결국 1회 진료당 진찰료 920원 경감 받는 할인제도로 전락해 버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만성질환관리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환자 개인정보 누출 위험, 보건소의 개입 여지 등을 들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의원의 수익감소 우려”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혈압·당뇨 환자의 병원비 경감 혜택까지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라고 꼬집었다.

환연은 “의사들이 고혈압·당뇨 환자들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를 실제 방해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 환자단체연합회에 신고센터를 설치해 고혈압·당뇨 환자들로부터 적극적인 신고를 받아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자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 이하 대의협)도 환연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대한의원협회는 13일 성명을 통해 “만성질환관리제 반대는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 실질적인 선택과 등록 과정이 있으며 건강지원서비스라는 미명으로 만성질환자 관리에 건보공단과 보건소가 공식적으로 개입하게 된다”며 “심평원의 평가를 통해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의료기관에서 보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며 “결국 만성질환자를 공단 공무원들의 일자리 보존을 위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행정을 위한 도구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주장마저도 의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한다면 일부 환자단체는 정부의 의도대로 싸구려 저질 진료를 받고 싶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정말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다면 정부가 정해준 기준대로 진료하고 인센티브를 많이 받으면 된다”고 환자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공방이 계속된 가운데 건강세상네트워크도 가세해 환자단체에 힘을 실어줬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의료계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거부는 아무 명분 없는 ‘폭거’”라며 “특히 최근 의료계의 태도는 제도설계와 관련된 그간의 논의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고 제도시행 자체를 무력화 하겠다는 매우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만성질환관리제'는 주로 의료기관간 기능 재정립이라는 명분하에 시행되는 제도였지만 의료계의 뜻에 따라 원안과는 사뭇 다른 변형된 형태로 설계됐다”며 “이는 현재 의료계의 집단반발 움직임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정부는 오히려 제도설계과정에서 의료계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등 편향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만성질환관리제'는 의료기관기능재정립 목적과는 관련성을 찾기 힘든 변질된 제도라고 봐야 한다는 것.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결국 만성질환관리제는 목적이 변질돼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반쪽자리 제도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 하겠다는 아전인수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극단적인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보건의료의 진정한 파트너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렇듯 만성질환제를 놓고 환자단체들의 비난이 심각해지자 의협 출범준비위는 지난 10일 복지부에 전면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출범준비위는 “시도의사회 및 의료계 각 직역 등 37개 의료단체들이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력히 반대해왔는데도, 정부는 건정심 합의사항을 거론하며 제도를 강행하고 있다”며 “전면 재협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10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출범준비위는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복지부와의 재논의 과정에서 ▲보건소 진료기능 삭제토록 관련 법령 개정 ▲저가 중심의 관치의료 강요행위 중단 ▲진료수가 현실화 先 시행, 後 지불제도 개편 논의 등 3가지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범준비위는 “이 3가지의 조건이 선결되지 않은 한, 만성질환관리제의 시행은 불가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복지부와의 재논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회원들에게는 만성질환관리제에 불참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출범준비위는 “환자들의 불만과 반발이 있더라도 만성질환관리제 불참운동 진행 중임을 잘 이해시키면서 준비위의 방침을 끝까지 따라 달라”며 “비밀이 지켜져야 할 환자의 소중한 개인정보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지정한 의원뿐 아니라 동네의원 어느 곳에서도 지금보다 더 많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출범준비위의 이 같은 강력한 불참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반향될지 예단키 어려운 상황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문제해결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점과 그 과정에서 개원의들만 곤란한 입장에 처할 것이란 사실이다.

개원가는 복지부와 의협간 조속한 대화와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빠른 결단과 수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