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학술/학회

메르스 유행이 사스 신종플루 등과 다른 이유는?

인접국가 유행 주시·낮은 치명률 등…당시 방역만 강화했어도


2015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 2003년의 사스와 2009년의 신종플루 유행과 무엇이 달랐기에 유례없는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을까?

천병철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고려대 보건대학원장)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책동향 보고서인 HIRA 최신호에서 “사실 2003년 사스의 유행과 6년 후 2009년 신종플루의 유행에서도 우리나라가 방역을 잘 했다기 보다는 단지 운이 좋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냉철한 판단”이라고 전했다.

만약 이 때 제대로 방역사업을 평가하고 방역체계를 개선하고 발견된 문제를 수정했다면 2015년 메르스의 한국유행은 없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천 교수는 “사스 유행 시는 우리나라 보다 홍콩과 중국 등 인접국가에서 먼저 유행했기 때문에 우리는 국경검역을 강화하면서 유행국가로부터 도착한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의심환자를 걸러내거나 격리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이렇게 70여명의 의심환자들을 역학조사하고 조기에 격리시켰으며 사스의 특성상 발열 등 증상이 시작돼야 전파력이 있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천병철 교수는 “그러나 이번 메르스처럼 사스의 유행을 국가가 인지하기 전에 첫 유행지인 홍콩에서 감염된 사람이 잠복기 동안 국내에 들어와 발병해 병원에 입원했었다면 사스의 큰 유행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더군다나 당시에는 국내에 음압병동도 전무하고 현재보다도 병원감염관리 수준도 낮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감염병 유행에 취약했다”고 덧붙였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에 대해서는 “신종인플루엔자는 증상 시작 전 전파력이 있기 때문에 검역으로 막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했고 노인을 제외한 학령기의 소아청소년 군인을 포함해 상당수의 국민들이 감염되고서야 끝났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또 “예방접종을 시작한 11월 말은 이미 유행곡선이 내리막길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 유행을 종식시키는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당시 우리나라는 유행이 시작되고서야 타미플루 등을 추가로 구매하기 시작했으며 신종플루 특성과 맞지 않는 각종 조치와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역시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종플루가 계절독감 정도로 중증도가 매우 약했기 때문에 무사히 넘어간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2009년 신종플루가 이전의 신종이플루엔자 대유행처럼 치명률이 높았다면 우리나라 대비수준을 감안할 때 매우 큰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천병철 교수는 “대부분의 신종감염병은 동물에서 유래한 병원체에 의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플루엔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비와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종 감염병 대비를 위해 그는 ▲신종 감염병 감시체계 구축 ▲발견된 환자나 클러스터에 대한 전문적인 역학조사와 초동대응 ▲환자관리 및 병원관리 ▲접촉자 관리 ▲신종감염병 대비를 위한 확실한 조직체계 ▲질병본부관리의 위상과 역할 재정립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리 ▲민간전문가 역할 강화 ▲신종 감염병에 대한 기본적 연구 확대 ▲공중보건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병철 교수는 “2003년 사스나 2009년 신종플루때도 정부는 질병관리본부가 만들거나 범부처연구사업단 등을 만드는 조치를 취했지만 그러나 이때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메르스가 알려준 교휸을 하나하나 장기간의 전략과 단계적 목표로 바꾸고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