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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투유유 교수 업적은 중의학 업적인가?

중국 최초 노벨의학상…한국에서는 양한방 갈등 촉매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투유유 중국 중의학연구원 교수(여·84)가 선정됐다. 이로써 중국인 최초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됐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 사건이 그렇잖아도 시끄러운 양·한방 갈등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약학을 전공했지만 중국 전통의학을 연구하는 중의학연구원에 평생 몸담아온 투유유 교수의 노벨상 수상이 우리나라의 한의학에 해당하는 중의학의 업적인지, 아니면 현대의학의 업적인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의계, 당연히 중의학 업적…한국도 한방 지원 강화하고 의료기기 사용도 가능해야
한의계는 이번 투유유 교수의 노벨상 수상이 명백히 중의학의 업적이라는 입장이며 우리나라도 이를 본받아 한의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시키려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동안 의료계와 첨예한 갈등의 원인이 됐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2일 ‘중의학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관련 한의학 과학화를 위한 한의협 입장’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한의사 의료기기 규제를 풀고 한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노벨상 수상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투유유 여사가 비록 약대출신이기는 하지만 중국 중의학 육성지원 정책에 따라 졸업 후 서의습중의 (서양의학이 중의학을 배우도록 함)과정을 통해 2년 6개월간 전문 중의학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평생 중의학연구원장에 몸담으며 중의학 연구에 매진했다”고 강조했다.

한의계는 투유유 교수의 업적이 중의학의 업적임은 당연하고 중의학에 대해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노벨상 수상이라는 업적까지 달성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한의학에 대한 지원은 너무나 미비해 노벨상 수상은커녕 한방의 과학화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김필건 회장은 “중국은 인민헌법에 중의학 육성 발전을 명시하고 중국 위생부 중의약관리국 예산규모만 1조 3634억원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그에 반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 예산은 220억에 불과해 정부가 얼마나 한의학을 폄훼하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중의사들에게 의료기기 사용 뿐 아니라 수술 및 일부 양약의 사용까지 허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규제를 풀어 한의학 과학화 및 현대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강도에 칼 쥐어주는 것
투유유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중의학의 업적으로 홍보하며 한의학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한의계의 모습에 의료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13일 “이미 노벨위원회에서 투유유 박사의 노벨생리의학상은 중의학과 관련 없다고 발표한바 있음에도 한의협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한의계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약은 한약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감기약에서부터 항암제까지 모든 현대 의약품들 역시 동식물 등 천연물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위는 “버드나무를 치료제로 쓰던 이집트 전래 요법에서 과학자들이 영감을 받아 아스피린을 만들어 노벨상을 탔으니 이집트 전래 요법도 발전시키자고 주장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정호 충북대 내과 교수는 투유유 교수가 중국 전통의서에서 영감을 받아 개똥쑥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개발한 것을 두고 “개똥쑥을 약이라고 농축해도 (말라리아)치료효과를 만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말라리아치료를 위해 수없이 많은 자연물(식물/동물)의 성분을 분석해 실험하던 중 개똥쑥의 성분의 극소량이 말라리아 치료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분리해 합성하게 되어 노벨상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인간이 사용하는 약의 99.9%가 모두 이렇게 나온 것이지만 무서운 독도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들이 식약처 같은 전문기구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한의계의 주장에도 의료계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특위는 “정부에서 1·2차 한방육성 발전 계획으로 자그마치 1조 4천억이 넘는 국민의 세금을 투여한 것을 한의사들은 까맣게 잊은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막대한 돈을 투자 받고서도 지원이 미약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치 않으며 한의계는 그 동안 이 돈을 가지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전국의사총연합은 “한방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달리 정부에서 국내 이공계 박사과정생들을 노벨상 후보 대상으로 지원한 예산은 불과 180억이며, 기초과학분야 우수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사업예산 역시 1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천문학적인 한방지원 예산을 이공계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협, 의료기기 자체 교육 예정…더 큰 충돌 예고
현재 한의협은 한의학에 대한 각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한의협 내에 자체적으로 의료기기 교육센터까지 설치해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 교육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더 큰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최근 국내 양방 의료계에서 한의사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의대 교수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국내 강사를 구하지 못함에 따라 해외 의대 교수 및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의협 한방특위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사법당국이 이미 범죄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면서 “이는 범죄자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