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이 20일 보건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의 불법 리베이트에 한없이 관대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의총은 성명서를 통해 리베이트 제공 관련 인증 결격 및 취소기준의 문제와 혁신형 제약기업과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이하 성명서 전문.
2012년 6월 보건복지부는 총 43개의 제약기업을 ‘12년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하였다. 복지부가 밝힌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의 도입 배경은 ○ 국내 제약기업이 복제약 · 리베이트 위주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갖추고, ○ 수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집중 지원함으로써 국내 제약산업의 선진화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2015년 8월까지 혁신형 제약기업에 직접 지원(R&D 지원, 투 · 융자, 사업 지원 등)에 1,467억 원, 간접 지원(세제 지원, 약가 우대 등)에 1,886억 원을 지원하여 총 3,353억 원을 지원하였다. 이 중 2012년 6월부터 2014년까지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한 약가 우대 지원액이 무려 170억 원에 달하였다 (별첨자료 참조).
전국의사총연합(이하 본 회)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불법 리베이트 제공 관련 인증 취소현황을 파악하고자 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 정보공개청구 및 민원신청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의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 너무나도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리베이트 제공 관련 인증 결격 및 취소기준의 문제
2012년 6월 인증 당시 43개 혁신형 제약기업 중 15개 제약기업이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적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과 관련한 인증 결격 및 취소 기준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1년이 지난 2013년 6월에야 복지내부는 반복적 리베이트 기업에 대해 인증을 취소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보건복지부고시)」을 개정 공고하였다. 인증 심사 시 인증결격기준 및 인증 이전 위반행위에 대한 취소기준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이 인증취소 기준을 보면 이상한 곳이 한둘이 아니다.
첫째, 복지부는 최초 인증 당시에는 쌍벌제 시행 이후 발생한 리베이트 제공금액이 4억 원이 넘으면 취소, 리베이트 근절 대타협(11년 12월 21일) 이후부터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까지는 리베이트 제공금액에 두 배를 곱한 금액이 4억 원을 초과하면 인증을 취소한다는 내부안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최종 취소기준에는 리베이트 제공금액이 아니라 과징금 누계액으로 그 기준을 확 바꿔버리고 공정거래법 상 과징금 기준도 6억 원 이상으로 아주 높게 설정하였다. 또한 과징금 누계액에 관계 없이 3회 이상 과징금 처분을 받아야 인증하지 않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상당한 정도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여 적발되더라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지장이 없게 되었고, 인증을 취소당할 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는 결국 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의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밝힌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6월 공정위는 17억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I제약에 대해 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만약 I제약의 리베이트 제공기간이 모두 쌍벌제 이후라고 한다면, 이 제약사는 17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고, 인증이 취소되지 않게 된 것이다.
둘째, 복지부는 리베이트 제공행위 발생 시점을 쌍벌제 이후인 2010년 11월 28일로 한정하였다. 그런데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을 금지한 약사법 시행규칙은 이미 1990년대에 법제화되었고, 2008년 12월 14일 약사ㆍ한약사의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 금지를 최초로 규정한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기존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금지 조항의 일부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하였다 (구 약사법 시행규칙 제62조 제1항 제5호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수입자 및 도매상은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약국 등의 개설자에게 의약품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아니할 것).
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 제공자에 대한 처벌규정(약사법)은 있으나, 수수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입법된 것이다. 따라서 쌍벌제 시행일이 아니라 최소한 2008년 12월 14일로 인증 취소기준을 만들었어야 한다(서울중앙지검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법규 시행 시점을 2008년 12월 14일로 판단하고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벌제 기준으로 인증취소기준을 만든 것은 복지부가 일부 불법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현재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쌍벌제 이전 리베이트 수수로 2개월의 의사면허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받고 있는 의사가 수백~수천 명에 달하는데 반해, 당시 리베이트를 제공했던 제약사들의 상당수는 쌍벌제 이전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대해 면죄부를 받고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되어 정부예산과 건강보험재정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전혀 정의롭지 못하다.
이와 같이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쌍벌제 시행 이후의 위반행위에만 적용하는 바람에 2012년 인증 완료 이전에 행한 리베이트로 적발된 15개 기업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고, 인증 이후에 적발된 업체들(동아제약, 동화약품)도 쌍벌제 이후에 제공한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과징금만을 적용하여 인증이 취소되지 않게 되었다. (동아제약은 2013년 1월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에 의해 2009년 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병·의원 1400여 곳에 48억 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었으나, 2013년 7월 회사 분할을 이유로 인증을 반납함. 동화제약은 2013년 11월 공정위에 의해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전국 1,125개 병∙의원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총 8억 9,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으나, 인증이 취소되지 않고 2015년 재인증을 신청하지 않음. 바로 인증이 취소되지 않는 바람에 2014년도에 10억 원 상당의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음).
셋째, 복지부는 인증 이후 위반행위에 대한 취소 기준을 대폭 완화시켰다. 2012년 6월 최초 인증 당시 보도자료에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이후 발생·처분된 경우 무조건 취소"라고 하였으나, 경미한 경우에는 1회에 한해 취소처분을 면제하는 것으로 후퇴하였다.
넷째,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신약개발 역량을 제고하고자 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을 일정 이상 상회할 경우에는 과징금을 일부 경감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투자만 많이 하면 불법 리베이트 영업도 용인해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서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는 아주 대조적이라 할 것이다.
2) 혁신형 제약기업과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정부가 불법 리베이트를 규제하는 이유는 리베이트 비용이 약값에 반영되어 약제비가 증가하고 결국 의료수가 인상에 따른 건강보험료의 인상 및 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전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적발된 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하고 이들 기업이 생산한 의약품에 더 높은 약가를 책정해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혁신형 제약기업의 불법 리베이트 영업은 복지부가 건강보험재정을 이용하여 지원해 준 약가우대 지원액을 리베이트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 이는 결국 복지부가 제약사의 리베이트 비용을 약가우대 형식으로 약가에 반영시킴으로써 약가거품과 리베이트 영업을 조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복지부는 조금이라도 리베이트를 제공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 즉각 인증을 취소해야 하고, 리베이트 제공이 인증 기간에 이뤄졌다면 그 기간 동안의 약가우대 지원액을 소급하여 환수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약가우대 지원액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낸 건강보험료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왜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사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음).
본 회는 복지부의 『2014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및 성과분석 결과 발표(2014.11.21)』 보도자료에서 판매관리비의 경우 상장기업은 0.5%p증가(`11년 31.8% → `13년 32.3%)했으나 혁신형 제약기업은 1.2%p 감소(`10년 35.3% → 34.1%)했다는 자료를 보고, 혁신형 제약기업 중에 여전히 리베이트 영업을 벌이고 있는 곳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리베이트 쌍벌제가 국회에서 통과되기 직전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재희 전 복지부 장관이 국내 제약사의 판매관리비가 32%로서 제조업의 12%에 비해 유독 높다면서, 이는 불법적인 리베이트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본 회는 공정위의 제약사 리베이트 적발 보도자료를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의료인이 요구하기 때문에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던 제약사들이 사전에 자사의 의약품 판매촉진을 위해 사전에 치밀한 리베이트 제공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에 대해 철퇴를 내리는 것이 리베이트 근절의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수수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내리면서도 혁신형 제약기업의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복지부가 제약사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본 회는 복지부가 "리베이트가 R&D 투자 재원을 잠식하고 혁신경영 풍토를 크게 저해하므로, 리베이트를 반복하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혁신하고자 하는 일환에서 인증취소기준을 마련하였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혁신형 제약기업의 리베이트 영업관행을 용인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본 회는 이와 같은 복지부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대해 감사원에 엄중한 감사를 청구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할 것이다.
2015년 10월 20일
올바른 의료제도의 항구적 정착을 염원하는
전국의사총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