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는 이르지만 적용한다면 선별 급여 방식을 고려해야 하며,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일 ‘로봇수술 급여화 방향 설정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로봇수술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2013년 기준 4대 중증질환 의료비 10조 3465억원 중 비급여는 1조 5790억원이며, 이 중 의학적 비급여는 7344억원에 달한다.
지난 10월 기준 216개 항목에 대해 급여를 확대해 누적 비급여 경감률은 56%(약 5700억원)에 이르렀지만 로봇수술은 비급여 발생 규모가 높아 환자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기준 BIG5 병원 비급여 중 17.1%(1300억원)를 로봇수술이 차지하고 있고, 비급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의료 이용량 관리가 필요하다는 실정이다.
로봇수술의 비급여 관행수가는 700~1500만원 선으로 개복수술 및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보면 2~3배의 고가 수술이다.
발제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김한숙 사무관은 “치료효과성은 입증 단계로 암종별로 차이가 있다”며 “비용효과성은 미흡하고, 다만 전립선암은 수술비를 포함한 1년 의료비가 약 830~900만원 이하로 낮아진다면 비용효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NECA 연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숙 사무관은 로봇수술 건강보험 적용에 선별 급여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사무관은 “비용·효과성이 불충분해도 급여의 사회적 요구도가 있는 경우는 본인 부담 비율을 높이는 선별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며 “3년 이내 모니터링 후 재평가를 실시, 수가 및 가격 적정성도 평가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봇수술이 급여권내로 들어오면 의료 이용량의 관리가 가능해 진다”며 “또 암환자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고 경제력에 따라 실시 여부가 결정되는 불형평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지난 9월 급여평가위원회는 로봇수술에 대해 사회적 파급력이 큰 항목으로 의료전달체계, 의료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 후 선별급여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장비 구매가 증가하고 급여 이득이 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분산 개발이 가시화 될 시점에 급여하는 것이 타당하고, 고액 의료비가 경감되는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도 클 것이므로 폭넓은 의견수렴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무관은 로봇수술 급여화에 따른 예상 파급 효과로 ▲장비 과잉 공급과 환자쏠림 가능성 ▲로봇수술 실시 건수 급증 가능성 ▲전문과목 불균형 및 전공 기피 가능성 ▲유망기술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언급했다.
그는 “PET, 방사선 치료 장비 등 건보 적용 후 장비가 급증한 사례가 있고 최신 장비 도입 홍보 효과로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될 수 있다”며 “30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이므로 이를 보유가능한 대형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적용 범위가 넓기 때문에 과잉 실시 가능성도 있다”며 “암종별 효과성과 점유율의 차이, 급여대상 전문과목만 손해를 볼 수 있는 점, 치료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비급여 수술은 여전히 이득을 보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은 한림대 비뇨기과 이영구 교수, 고려대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 서울대 권순만 교수,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 한국한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손영래 과장 등이 참석했으며 좌장은 차의과대 전병율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 토론자들은 대부분 급여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영구 교수는 “로봇팔 하나에 800만원인데 10번밖에 못 쓰는 고가 장비인데 사용하다 보니 병원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심평원이 원가를 정확히 산정해야 하고 도입하더라도 관행수가를 보존해야 한다. 조만간 공급업체도 다양화 되고 기술 발전에 따른 비용효과성이 생기면 그때 가서 로봇수술 급여화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서인석 이사는 “건보제도 원칙 중 하나가 급여를 과사용 하지 않는 것인데 의료비에 7.6%만 쓰고 보험료율이 6%대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로봇수술을 지금 급여화 해야하는지 의문”이라며 “효율적인 의료비지출,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해서 라도 로봇수술 급여화는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윤 대표 역시 “기술이 발전하고 비용효과성이 생기면 논의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 급여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다”라며 “10여년이 지난 로봇수술 기술이 좋은 기술이라면 지금은 이에 대한 좋은 근거가 쏟아져 나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안기종 대표는 “복강경 및 개복수술과 로봇수술의 치료성적이 같은데 굳이 급여화해야 하나”라며 “의사의 로봇수술 숙련도에 대한 확보도 필요하고 다른 의료기술과 비교해도 로봇수술의 급여 우선순위는 절대 높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해 손영래 과장은 “로봇수술은 빠른 속도로 장비와 시술건수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대체가능하고 비용효과성이 낮으며 과잉진료 유발, 소득 역진적 혜택 등 부작용도 생길 수가 있어 이번 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화 하느냐 마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이 효율적일 것인지 따지느냐도 중요한 문제”라며 “건정심에서도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있어서 상당한 토의와 격론 끝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