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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순환기내과] 한국인의 관상동맥 질환에서 HDL-Cholesterol의 역할

최 병 일

아주대 의대 순환기내과

Byung-il William Choi, M.D. & Ph.D.

Dept. of Cardiology

Ajou University Hospital

Ajou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1960년대 의과대학을 다녔던 필자의 경우 심근경색환자를 한 명도 보지 못하고 의사가 되었다. 사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은 한국인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며 당시 신촌의 세브란스 병원 신축공사장의 건축 감독이었던 미국인이 협심증 증세로 입원했던 경우가 처음으로 관상동맥환자를 본 경우였다. 그 당시 심근경색 환자는 case report를 할 정도로 희귀하였으며 당시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의 차홍도 교수님에 의하면 60년대말이나 70년대초에 처음으로 한국인 심근경색환자를 보았는데 첫 환자는 미군부대에서 일하던 조리사였다고 한다.

 

 이 환자는 미군들과 같이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였다고 전한다. 두 번째 환자는 양계장 주인이었는데 매일 깨지는 계란이 아까워서 모두 먹어버리는 환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대 미국의 경우 필자가 수련하던 병원의 내과 병동은 항상 심근경색 환자나 심부전 환자가 대다수였다. 1960년대의 미국만하더라도 음식문화가 원시적이어서 아침식사는 계란 두 개에 베이콘과 버터가 항상 식탁에 놓여졌고 저녁에는 두껍고 지방이 많은 스테이크를 먹는 것이 잘먹는 저녁식사였다. 사실 그당시 많은 사람들이 흡연을 하였으며 의사들까지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1980년대이후 많은 사람들이 식생활을 개선하여 고지방음식을 피하고 채식위주의 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관상동맥질환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1988년 올림픽이후 한국관상동맥환자의 수는 증가추세에 있으며 앞으로 더욱 폭발적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차이가 어디에 있을까?

 

194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프래밍햄군의 역학적 연구는 사실 관상동맥질환을 연구하는데 초첨을 마련해 주었다. 1960년대말에서 1970년대초까지 정리된 역학적 조사에 의하면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당뇨, 흡연 등 위험인자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미국의 역학적 자료에 의하여 한국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이해에는 상당한 오해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특히 고지혈증의 경우 미국과 한국의 양상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인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Lipid Profile

 

1996년 아주의대 순환기내과에서 본 관상동맥조영으로 확인된 관상동맥질환자 1,310명에 대한 지질대사상황은 미국의 경우와 너무나 차이가 난다.

특히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거의 56%에서 총 콜레스테롤치가 200mg/dl이하이며 총 cholesterol 치가 200mg/dl 이상인 군(238±37mg/dl)을 보면 중성지방이 220±159mg/dl, LDL이 149±42mg/dl로 높고 HDL도 43±31mg/dl으로 낮으며 ApoB는 129±40mg/dl으로 ApoA1 109±26mg/dl보다 높았다. 총 cholesterol이 200mg/dl이하인 군(166±23mg/dl)을 보면 중성지방이 143±99mg/dl, LDL 102±27mg/dl이며 ApoA1은 103±19mg/dl으로 ApoB 90±40mg/dl보다 높았으나 HDL이 39±19mg/dl으로 낮은 상태를 보여 주었다.

 

총 cholesterol이 높았던 군에서는 중성지방과 LDL이 높았으나 HDL이 낮았으며 우리나라 관상동맥질환의 환자의 반수이상을 이루는 cholesterol이 낮은 group에서는 HDL이 낮은 양상을 보였다.

 

더욱 특이한 것은 LDL과 cholesterol이 낮은데도 관상동맥질환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양군 모두 대부분의 환자가 HDL이 정상이하인 것이 특이한 현상이라 하겠다. 특히 HDL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인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고지혈증의 역할을 다시한번 조명해 봄이 어떨까 생각된다.

사실 HDL-C의 수치와 관상동맥질환의 발현은 역비례의 관계로 HDL-C 뿐만아니라 ApoA1의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관상동맥질환의 발현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많은 역학적 study에서 증명된 바 있다.

 

미국 VA-HIT 연구에 의하면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심근경색 위험도는 총 콜레스테롤 치에 비례하고 ApoA1의 수치에 반비례하는 결과를 보여주었고 관상동맥 환자의 상대적 위험도 같은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또한 gemfibrozil 투여로 HDL-C가 상승한 경우 관상동맥 환자의 위험발생이 현저히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인의 역학적 자료가 한국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한국인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경화반 모습(plague morphology)

 

2000년대부터 아주의대에서 평균 콜레스테롤치가 186±41mg/dl, HDL-C가 40±10mg/dl,  LDL-C가 112±35mg/dl, Triglyceride가 167±116mg/dl 이며 안정된 협심증을 가진 102명 환자의 경화반을 혈관내초음파조영(IVUS)으로 관찰 해본 결과 HDL이 높은 group에서 경화반의 면적이나 두께가 HDL이 낮은 group보다 작았으며 또한 관상동맥조영으로 본 협착부위도 역비례의 관계를 보여주었다.

 

콜레스테롤의 수치보다도 HDL의 수치에 의하여 경화반의 두께나 관상동맥질환의 진행과정에 영향을 주는 인상을 받고 있으며 이것은 HDL이 오히려 우리나라 관상동맥질환의 발생과 진화과정에 깊은 영향을 준다는 심증을 갖게된다. 또한 놀라운 사실은 일단 발생한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경화반을 보면 cholesterol이나 중성지방의 수치와 관련없이 경화반내에 지방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혈관의 내피세포의 손상이 오면 지방질의 혈관내 침투는 가능한 것으로 사료된다.

 

 

미세고밀도 지방단백(small dense lipoprotein)과 동맥경화

 

이와 더불어 미세고밀도지방단백(small dense lipoprotein)의 역할이 현재 부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하다.

특히 한국인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특징인저 HDL 과 고중성지방 수치와 더불어 평균이나 그이하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진 환자에서 동맥경화과정을 조명하는데 중요한 과제가 미세고밀도지방단백(small dense lipoprotein)의 역활이 될 것이다.

중성지방이나 chylomicron이 풍부한 저밀도 지방 단백질의 수치가 높은 환자는 간내의 지방분해효소(hepatic lipase)에 의하여 지방 성분이 분해되면서 크기가 작고(small) 밀도가 높은(dense) 지방단백질로 변하는데 이것이 혈관내피세포를 쉽게 침투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기전이 HDL이 낮고 중성지방이 높은 환자에서 일어나는 동맥경화의 발생기전이 아닐까 사료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이 급증하고 있고 고혈압과 복부 비만과 함께 insulin 저항을 동반한 metabolic syndrome 환자의 증가는 이러한 현상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우리 병원에 내원하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30% 정도가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 50% 이상에서 HDL이 낮고 TG가 높으며 LDL cholesterol은 정상이거나 약간 높은 환자들이 많은 것을 고려해보면 우리나라 환자의 동맥경화를 연구하는데 미세고밀도지방단백의 역할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 같다.

 

 

Cholesterol 역운송(reverse transport)과 PPAR-α의 역할

 

더욱이 관상동맥질환뿐만아니라 죽상동맥경화 자체가 CRP의 증가등 사실상 염증반응의 결과 생긴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에서 시작된다는 이론을 고려하면 콜레스테롤의 수치와 관련없이 수치가 높은 경우뿐만아니라 낮은 경우에도 혈관내조직과 거식세포에 침착하는 콜레스테롤을 역운송(reverse transport)시키는 것이 보다 중요한 사실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 역운송의 정확한 기전과 HDL-C의 역할은 아직도 충분히 증명되지는 않았으나 PPAR-α(peroxisome proliferator accelerating receptor-α) 길항제인 fenofibrate에 의한 ApoA1이나 HDL-C의 상승과 혈관내 거식세포의 ABC-1 receptor gene과 간장내에 있는 SR-B1 receptor gene의 발현에서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다.

거식세포나 혈관의 말초조직 내의 산화된 LDL-cholesterol은 ABC-1 receptor에 의하여 세포밖으로 탈출되며 이 과정에서 ApoA1과 결합후 HDL로 운송되어 간으로 이동되고 간장내의 SR-B1 receptor를 통하여 간세포내에서 대사되고 담도를 통하여 장으로 분비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역운송과정을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ApoA1이나 HDL-C의 역할이 동맥경화의 발생이나 진행과정을 늦추는데 도움이 되며 역운송을 통한 동맥경화반의 치유 및 혈관재구축(remodeling)에 긍정적 효과를 초래한다고 사료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관상동맥환자의 특이 지질프로파일을 연구하고 이에 합당한 대응을 하여야 하며 맹목적인 서구식의 대처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높은 LDL-cholesterol 수치만을 가지고 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관상동맥 환자수의 50% 이상에서 볼 수 있는 저HDL, 고중성지방 환자의 일차적 대응에는 미흡한 감이 있다.

 

그러나 Statin 계열의 여러 가지 임상실험에서 특히 MIRACL study나 HPS에서 콜레스테롤 수치에 상관없이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이나 안정된 심장병 환자에서 Statin 계열이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 입원 revascularization 의 빈도를 낮춘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관상동맥 질환 환자의 대부분인 저HDL과 고TG 환자에 대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PPARα의 자극을 통한 HDL의 증가와 TG의 감소를 초래하는 Fibrate계열의 약물들에 대한 체계적 임상 검증이 우리나라 환자에서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사실 우리나라 환자와 실정에 맞는 약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이지만 당뇨병을 가진 동맥경화환자에 대한 fenofibrate의 치료결과(diabetes atherosclerosis intervention study)는 HDL을 높이고 콜레스테롤 하강보다 더 많이 중성지방을 낮춤으로써 관상동맥환자의 경화부위의 반지름이나 협착정도를 20∼40% 줄이고 따라서 임상적인 심장사고도 23% 줄인다는 결론은 우리나라에서 당뇨를 동반한 관상동맥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될것으로 사료된다.

 

[출처 : DiaTreat Vol2. N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