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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혈액종양내과] 간암의 비수술적 국소치료

김창민

국립암센터 연구소장

국립암센터 부속병원 간암센터장

Chang-Min Kim, M.D.& Ph.D.

Director, Research Institute,

National Cancer Center,

Head, Center for Liver Cancer,

Cancer Center Hospital,

National Cancer Center.

 

 

 

1980년대 초반에 개발된 B형 간염바이러스 예방백신의 성공적인 도입으로 향후 간세포암종(이하 간암)의 발생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낙관론은 실제 백신 접종의 효과로 소아 연령에서 발생하는 간암의 발생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 등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볼 때 간암은 여전히 빈도면에서나 치사율면에서 중대한 질환으로 남아 있어 세계적으로 한 해에 40만 명 정도의 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간암 사망률도 1990년 인구 10만 명당 24.1명에서 2000년에는 21.4명으로 약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으나 중앙암등록통계를 보면 전체 암 발생 중 간암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2년 10.6%에서 1999년 12.0%로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간암 발생과 사망이 단기간 내에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또한 간암치료 성적을 보아도 5년 생존율이 10% 전후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어 가장 예후가 나쁜 암 중의 하나다. 과거에는 간절제술 이외에는 효과적이고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가 없었으나 근래 알코올 주입법, 고주파치료, 경동맥화학색전술 등의 치료성적이 현저히 개선되고 있다. 초음파기기의 광범위한 도입 등 의료 환경의 개선으로 종전보다 일찍 진단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수술이 불가능한 조기 간암의 치료법으로 이들 국소치료법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비수술적 국소치료법의 치료 효과는 그동안 간암치료의 성역으로 여겨져 도전받지 않았던 간절제술의 범주에까지 접근하고 있다. 

 

비수술적 국소치료법의 선택

 

국소적으로 국한된 간암을 진단한 경우 다음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은 간절제술을 시행할 것인가 아니면 비수술적 치료 즉 알코올주입법, 고주파치료, 경동맥화학색전술로 치료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비수술적 국소치료법의 성적이 점점 개선되어 간절제술에 버금가는 결과를 보임에 따라 이 단계에서의 치료방법 결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치료방침의 결정이 어려운 것은 간암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의 임상적 특징에 기인한다.

 

우선 간암의 자연경과가 다양하여 치료성적의 궁극적인 판단 기준인 생존율을 이용하여 치료방법의 상대적 비교를 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직경 3 cm 이하의 치료하지 않은 간암을 관찰하였을 때 1, 2, 3년 생존율이 각각 90.7%, 55.0% 및 12.8%로서 치료하지 않고서도 상당기간의 장기생존을 보인다. 또한 간암의 근치적 절제술 후의 장기 추적연구에서 재발률이 85.6%에 이르고 있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은 점도 최선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간암 치료방법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간암 환자의 60~80%에서  동반되는 간경변에 의한 간기능 보유력의 저하다. 간기능 보유력의 저하는 근치적 절제술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치료후 간부전증 등의 합병증을 우려케 한다. 이러한 점은 간암의 진행정도만을 고려한 UICC 기 결정 시스템(staging system)이 간암의 예후를 제대로 반영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간암의 치료 효과를 비교 평가하여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하기 위한 결론을 도출하는 일은 매우 어려우며 대규모의 무작위, 통제적 임상연구(randomized controlled clinical trial)를 통해 얻어지는 높은 수준의 임상연구가 매우 절실한 것이다.  비수술적 간암 치료방법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알코올 주입법, 고주파치료법, 경동맥화학색전술 등의 국소적 종양 제거술이 도입된 이래 이들이 간절제술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의 치료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은 서로 상반된 연구결과들이 많아 현실적으로는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의사의 경험론적 소신과 환자의 선호에 따른 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수술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한 후에도 알코올 주입법, 고주파치료법, 경동맥화학색전술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어려운 선택 과정이다. 아래에서는 각 치료방법들의 적응증, 장단점을 알아봄으로써 비수술적 간암 치료법의 선택에 대한 방향을 얻고자 한다.

 

알코올 주입법(Percutaneous Ethanol Injection, PEI)

 

알코올 주입법은 2~3 cm 이하의 소간암에서 가장 널리 쓰여져 온 국소적 종양제거술이다. 초음파영상의 도움을 받아 종양을 표적으로 100%의 알코올을 주입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다. 암세포에 주입된 알코올이 암세포의 탈수반응을 일으키고 응고성 괴사와 섬유화를 초래하여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경제적 부담이 가장 적고 따로 기자재가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치료효과가 상당히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알코올 주입법은 3 cm 이하의 소간암의 경우, 70~80% 정도에서 완전한 종양괴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3~5 cm 정도의 간암을 대상으로도 치료한 경험이 보고되고 있으나 치료 효과는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주로 5 cm 이하의 크기가 작은 간암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 알코올 주입법이 간절제술에 비견할 만 하다는 보고도 있으나 일본에서 이루어진 대규모의 후향적 연구에서는 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알코올 주입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보다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간기능 보유력에서  간절제술이 부담스러운 3 cm 이하의 간암에 주로 선택되고 있다.      

 

알코올 주입법의 단점은 재발률이 50 % 이상으로 높고, 3 cm 이상의 크기를 가진 종양의 치료시에는 종양내 septa의 형성과 피막 침윤(capsular invasion)때문에 알코올이 균일하게 종양 내로 퍼지지 않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먼저 경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하여 종양의 괴사를 유도한 후 알코올을 주사하면 그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초산(acetic acid)을 투여하면 알코올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알코올 주입법은 반복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호응도가 떨어진다. 대개 일주일에 2회, 일회당 2~6 회를 치료하여 전체 8~12 ml 정도의 알코올을 투입하는데 비교적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치료가 환자들에게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최근에는 1∼2회의 시술로서 충분한 고주파치료로 대치되는 경향이 있다.

 

고주파치료(Radiofrequency Interstitial Tissue Ablation, RITA)

 

고주파치료는 고주파를 이용하여 고열을 발생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다. 국소적인 열처리로서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방법은 고대 그리스, 이집트시대 때부터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고주파치료에서는 460~500 kHz의 고주파를 종양 조직에 투입하고 고주파는 암세포내 이온의 왕성한 이동을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의 마찰열로 95~105℃의 고열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고주파의 발생에 사용되는 프로브(probe)는 뜨거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마찰열은 조직의 응고성 괴사를 일으키게 되는 점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고주파 발생을 위해 두 가지의 프로브가 쓰이는데 cool-tip,  J-shaped hooks를 이용하여 3~5 cm의 범위에 있는 종양을 10~30분에 걸쳐 제거할 수 있다 (그림 1).

 

3 cm 정도의 종양은 1회 치료로서 충분할 수 있으며 이보다 큰 경우 2회 이상 치료할 수도 있다. 3개 이하의 종양을 가진 경우에 주로 사용하며 대부분의 경우 초음파영상의 도움을 받아 경피적으로 간 종양에 접근하나 경우에 따라 복강경을 이용하거나 개복 후 시술하는 경우도 있다. Child-Pugh class C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INR > 1.8, 혈소판 5만/mm3 이하인 경우도 상대적 금기로 생각된다.

치료 효과면에서 Rossi 등은 3.5 cm 이하의 간암의 경우 3, 5년 생존율이 68%, 40% 정도임을 보고하였다. 알코올 주입법과의 비교연구에서 알코올 주입법은 완전괴사율이 80% 인데 반해 고주파치료는 90% 였으며 완전괴사를 얻기 위해 필요한 치료 회수도 고주파 치료의 경우가 적은 점 등으로 인해 고주파치료가 상대적으로 우수함을 주장하였다.

 

고주파치료의 장점은 알코올 주입법에 비해 적은 치료회수로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보다 넓은 범위의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점이다. 고주파치료의 문제점으로는 치료시 사용되는 주사 바늘을 따라 생기는 종양의 파급으로 특히 피막 하에 위치한 경우에 더 위험하다고 보고되었다. 현재 고주파치료와 알코올 주입법은 적응증이 겹치는 부분이 많으며 향후 보다 치밀히 짜여진 임상연구를 통해 각각의 적응증이 분명히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경동맥화학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olization, TACE)

 

경동맥화학색전술(이하 화학색전술)은 간이 문맥과 간동맥의 이중 혈류를 통해 공급을 받으며 간암 종괴의 경우 주로 간동맥을 통해 혈류공급을 받는 점을 이용한다. 간암 종괴를 공급하는 혈류를 선택하여 gelfoam을 이용하거나 리피오돌(lipiodol)과 항암제(doxorubicin, cisplatin 등)를 혼합하여 투입한다.

 

현실적으로 간암 환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방법이며 간절제술, 알코올 주입법, 고주파치료 등의 치료법의 적용이 되지 않는 환자에서 간이외의 종양 침습이 없으면서 치료의 금기가 없는 경우에 주로 선택된다. 간기능 보유력이 현저히 감소되어 있거나 Child-Pugh class C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심한 이유로 추천되지 않는다. 현저한 동정맥단락(AV shunt)이 있거나 주 문맥 혈전증이 있는 경우나 종양이 차지하는 부위가 전체 간의 60% 이상인 경우도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화학색전술의 부작용으로는 간부전증이 가장 우려되는 합병증이며 문맥침범, 복수가 동반되거나 담도 폐쇄가 있는 경우에는 시술 후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화학색전술이 간암의 치료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간암 환자가 많고 화학색전술의 경험이 많은 아시아쪽의 의사들은 경험적 논거에서 화학색전술이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었고 서구의 의사들은 전향적 무작위 연구에서 그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를 계속 주장해 왔다. 프랑스의 간암치료연구팀은 화학색전술이 종양 축소 효과는 있으나 생존율을 향상시키지는 못함을 보고한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 포함된 대상환자의 60% 가 5 cm 이상의 종양,  multinodular type, diffuse type 등으로 화학색전술의 효과를 얻기 힘든 환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화학색전술의 치료 효과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최근 Lo 등은 무작위 연구에서 화학색전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보다 생존율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보고하는 등 이제 오랫동안의 논쟁은 치료 효과를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화학색전술과 간절제술을 비교한 연구에서 Yoshimi 등은 화학색전술이 간절제술과 유사한 성적을 보인다고 하였으나 Kanematsu 등은 간절제술이 화학색전술보다 유의하게 좋은 성적을 보인다고 하였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은 두 치료법을 비교함에 있어 간기능 보유력 등 동반된 간경변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점과 대상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반영한다고 생각된다.

 

최근 Lee 등은 수술 가능한 Child-Pugh class A, UICC T1-3N0M0 환자 182명을 대상으로 일차적으로 화학색전술을 시행한 후 간절제술을 받은 91명과 수술을 거부하고 화학색전술을 계속한 환자 91명을 경과 관찰하였다. 이 결과 UICC T1-2N0M0 환자군에서는 간절제술의 경우가 나은 생존율을 보였으나 UICC T3N0M0의 경우는 간절제술을 시행한 군과 화학색전술을 시행한 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비수술적 국소치료법을 선택함에 있어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에 따른 치료방법의 선택이 매우 중요함을 나타내 보이는 결과로 앞으로 적절한 치료 방법의 선택을 위한 꾸준한 임상연구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겠다. 

 

 

 

위에서 열거된 간암의 국소적 치료법이외에도 많은 치료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극초단파응고요법(percutaneous microwave coagulation therapy, PMCT)은 종양내로 직접 전극을 삽입하여 극초단파를 발생시켜 발열 효과를 통해 암조직을 응고괴사시키는 방법이다. 또한 국소적 방사선치료도 시도되고 있는데 방사성동위원소인 홀뮴(holmium-166)의 사용이 그 예다. 홀뮴은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베타선에 의한 효과를 기대하는 방법으로 이 등은 알코올 주입법의 적응증과 유사한 환자를 대상으로 홀뮴을 종양내 경피 주입하여 73.3%에서 완전 괴사를 얻었다고 보고하였다.

이 방법은 아직 3상 임상연구 중이므로 그 결과를 더 기다려 보아야하나 시술의 불편함, 경제적 부담, 예상되는 부작용 등으로 보편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암질환의 궁극목표인 장기생존율의 향상이라는 목적에 기존의 경동맥화학색전술외에 고주파치료, 알코올주입법 등의 가세는 간암의 치료 성적을 현저히 개선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종래 유일한 근치적 치료방법으로 여겨져 왔던 간절제술의 위치가 위협받는 정도에 이르렀고 외과의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국소적 치료법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국소 치료법들은 아직 장기적인 추적에 의한 임상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확대보다는 기존 치료와의 엄격한 비교와 적응증의 정확한 적용을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CDMC  Vol.2 N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