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4월18일 밝힌 인사는 조금 이상하다.
의협은 지난 3월30일 상임이사회를 개최했다. 앞서 3월24일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에서 보내온 제39대 집행부 임원진 일괄 사임 권고와 관련, 임원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상임이사회에서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의협에 보낸 정식 공문에서 ‘39대 집행부 임원진은 일괄 사임 후 재신임을 통해 전면 개편하고 새로운 각오로 대정부 대국회 회무에 임하라’고 권고했다. 일괄 사임의 이유로는 의협 집행부의 대국회 활동의 무능함,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을 들었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후 추무진 회장은 18일 △상근부회장에 김록권 전 의무사령관 △의료정책연구소장에 이용민 전 정책이사 △기획이사에 김봉천 대전광역시의사회 기획이사를 각각 임명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 대해 많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록권 상근부회장에 대한 것이다.
18일 의협 기자실에서 브리핑 한 추무진 회장은 “잘 알다시피 김록권은 의무사령관을 역임했고, 우리나라 의사로서 최초의 삼성 장군이다. 그 정도로 행정이라든지 모든 면에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협회 내부 체계나 모든 행정적인 면에서는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회장은 “상근부회장의 역할을 협회 정관상 규정돼 있는 것은 없지만 회장을 보필해서 할 것이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고려할 것이다. 내정자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야 할 면은 적극 나서서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동안 강청희 상근부회장이 수행한 대국회 업무, 전공의문제 등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라는 점이다. 집행부 일괄 사임의 이유로 대국회 활동의 무능함을 들었음에도 국회 활동을 수행할 인사를 영입하는 고민이 없었다.
출입기자들이 질문하는 가운데 “김록권 전 의무사령관은 병원 개원 경험도 없고 군대에만 있었는데 의협 안팎의 살림살이를 챙길 역할이 적합한가? 캐릭터 자체가 활동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출입기자들의 질문 중에는 “김록권 내정자는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계속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을 반대해 온 의협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다. 이 지적은 경력 적격성에서도 문제가 있는 인사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추무진 회장은 “(김록권 내정자가) 충분히 회원들과 협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했다.”며 “평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답했다.
경기도의사회 등 의협 산하 시도의사회, 개원내과의사회 등 각과 개원의협의회 등이 ‘의사의 정치세력화’를 외칠 정도로 국회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새로 영입하는 상근부회장은 관리형이고, 회장을 보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추무진 회장은 “새 부회장은 내일(19일) 중에 정식으로 임명장을 줄 것이다. 강청희 상근부회장도 현재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핑에 앞서 추무진 회장은 18일 강청희 상근부회장에게 ‘해임을 통보한다.’는 정식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서 “인적 쇄신이 요구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와 관련하여 원활한 회무 운영을 도모하여야 하는 회장 입장에서 상근부회장 등 일부 임원을 교체하여야만 하는 힘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뚜렷한 명분과 합리적 근거 없이 눈엣가시를 제거하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18일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추무진 회장 새 인선에 대한 강청희 상근부회장 입장’이라는 논평을 통해 “모든 책임을 개인 강청희가 받아들이기엔 정의롭지 않다. 협회활동을 하기위해 병원을 접고 상근부회장으로 근무했다. 회원을 위한 노력과 헌신을 믿었던 회장에게 해임이라는 불명예로 강요받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39대 집행부에 쏟아지는 질타와 비판에 대해 ‘인적 쇄신’이라는 궁색한 명분으로 집행부 임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회장 포함 집행부 총괄사퇴’를 주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사퇴는 회원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그동안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상근부회장으로서 뚜렷한 소신을 회장의 개인적 혹은 주관적 판단과 압력에 의해 명분 없이 결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는 대의원 총회에서 회원의 뜻에 따라 명분 있게 결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라고 강조했다.
오는 4월24일 대의원총회에서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신상 발언의 기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대의원들에게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