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에서 가입자 권한을 강화하고 공급자 역할은 축소 혹은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 건정심 구조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14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민주적 개편 방안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발제자와 토론자는 한 목소리로 건정심에서의 공급자의 권한 축소, 위원 배제 등을 주장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은 건정심에 대해 주요 결정사항 대부분이 일개 위원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의료공급자의 권한이 과도하게 편입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갈현숙 원장은 “건정심은 사회보험형 의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해외사례와 비교해 봐도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건강보험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보험자, 국회 역할 중심으로 의사결정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갈 원장은 “건강보험의 장단기 발전 계획 등 제도운영의 방향성 제시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로 기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공익위원의 중립성 제고와 이익집단 배제를 위해 의료공급주체의 위원회 박탈과 이를 통한 가입자의 실질적인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찬진 변호사는 “현재와 같이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공급자와 함께 결정하는 구조는 모순”이라며 “재정운영위원회와 건정심을 이원화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본인부담금 부담률 및 부담액에 관한 사항은 정부의 결정권을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재정위로 이관해 보험료율과 함께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건정심 위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연합단체 추천위원을 2인 늘리고 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는 다목의 위원을 2인으로 감축하는 등 인적 구성을 개편해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들의 생각도 일맥상통했다. 이날 토론회에 의료계를 대표하는 인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이문희 정책위원장은 “지출구조에서 가입자가 건강보험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건정심이 유일하지만 건정심은 그 결정구조상 공급자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실무상으로는 심평원에 영향을 받으며, 심평원 전문위원회는 공급자 편향의 구성원이 절대 다수”라고 지적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실장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3:1인 것을 고려할 때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양대노총 위원을 2인 추가하고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 추천 가입자 위원을 공익대표로 이관해야 한다”며 “또한 공익성의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해 전문가 추천 4인이 아닌 시민사회단체의 공익대표 추천권이 최소 2인으로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변 기획실장은 제약협회는 건보법상 보건의료인이 아니며, 병원협회는 전문가들의 대표성이 중복될 수 있으므로 위원회 배제를 주장했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공급자단체가 보험료율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과도한 권한 부여”라며 “수가인상을 위한 재정확보를 위해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합리적 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남 사회정책팀장은 “건강보험료 결정은 재정위 심의·의결로 이관하고 보험자 및 가입자단체의 권한과 책임성을 높이도록 건강보험 정책결정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며 “의협위원 2인을 1인으로 축소하는 등 일부 공급자 단체의 권한 집중 해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현재의 건정심 구조는 큰 문제가 없다며, 건보법상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종 책임을 가지는 부분을 강조하며 정부의 참여가 당연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창준 과장은 “왜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느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부가 책임성을 가지고 하는 부분”이라며 “건정심 구조와 위원 구성 등 하나하나 국회 입법과정을 통해 정해진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단기보험이다. 한해 지출에 맞게 수입을 결정하려면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또 여러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신속하게 보험에 들여와 제공해주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재정흑자를 보장성 강화에 투입하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도 연간 1조 5000억 투입하기로 돼 있고, 멀지 않은 미래에 적자구조로 바뀔 수 밖에 없는 부분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흑자를 모두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토론회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