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의 약가협상의 발전방향에 대해 건강보험 약품비의 거시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특정지표를 목표로 설정할 경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의지가 오히려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9일 오후 2시 원주 본부 다목적실에서 ‘약가협상 10주년 기념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고려대학교 최상은 교수는 약가협상의 발전방향에 대해 “건강보험 약품비의 거시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며 “개별 제품, 제품군, 성분군, 효능군, 공급자단체 단위의 다양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상한가 협상뿐만 아니라 환급 등의 다양한 형태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약품비 변동 상황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분석이 있어야 한다. 협상대상 선정 등에 대한 책임과 권한도 강화돼야 한다”며 “등재 후 재협상기능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사용량-약가연동제에 국한하지 않고, 시장 변동에 따른 약품비 관리가 필요하거나 협상시 참조하는 대체약 및 외국약 가격들의 변동이 있다면 재협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최 교수는 협상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해 협상의 목표, 협상참조가격 기준, 협상 결과 등을 알려주고, PV 협상 약가기준 설정, 참조가격 산출 세부 지침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학계와 제약업계, 공단 등에서 다양한 패널이 참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발제자의 의견에 공감하며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향후의 약품비 관리는 개별 약제에 대한 가격 관리, 사용량 관리를 넘어 거시적 약품비 관리를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총약품비 지출 규모의 목표 설정과 그것의 이행을 위해 지금의 약가협상을 발전시킨 총약품비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사용 중인 의약품에 대한 근거는 계속 축적되고 변화한다는 점에서 볼 때 모든 등제 약제에 대한 급여 및 약가결정은 주기적으로 재평가, 갱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은 청구율 증가의 일정 수준을 넘은 약제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향후 모든 등재 약제를 대상으로 하는 약가 재평가가 시행될 때 협상을 통한 의사결정 제도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한국제약협회 장우순 실장은 약가협상이 보험급여의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약품비 관리 목표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급여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신약의 가격이 비용효과적으로 판단됐음에도 이후 수행되는 공단과 제약기업간 협상 내용이 다시 ‘가격’으로 한정되고 있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장 실장은 “약품비 관리 측면에서 볼 때 ‘약가협상=약가인하=재정절감’이라는 논리는 시장의 경쟁현실을 감안할 때 명쾌하지 않다”며 “불명확한 성과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약품비가 의료현장에서 적정하고 적절하게 쓰이는지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보면 상한가격은 상한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 약품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실거래가이다”라며 “따라서 약품비 관리 측면에서 약가정책은 일부 독점신약을 제외하고는 실거래가를 낮추고, 사용량 정책은 의약품이 남용되는 곳을 찾아내 해법을 찾는데 집중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장 실장은 약가협상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건강보험 약품비의 거시목표 설정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만약 특정지표를 목표로 설정할 경우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의지가 오히려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 의견으로 위험분담계약제의 환급에 있어 부가세 이중부과 문제를 꼽으며,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인하시점 조정 및 협상신약으로 대상 국한, 약품비 절감보다는 예상사용량을 확인하는 장치로서 의의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용기 보험급여실장은 “약품비의 거시적 관리에 대해 공감한다”며 “개별 약제에 집중하는 것보다 전체 약품비를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위험분담제나 사용량-약가연동제 등이 시행 초기라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 복지부에서 운영 중인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 논의 결과에 따라 제도 개선방안을 하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조 실장은 “협상의 특성상 결정 과정에 대해 공개가 어려운 부분은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며 “또 부가세 이중 부과 문제는 기재부와 국세청 문제라 관련부서와 협의해 개선토록 해 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