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대해 애초에 행위별진료비를 평균해 신포괄수가를 만들었기 때문에 수가수준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적용 병원이 공공병원으로 한정돼 신포괄수가제의 효과를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나왔다.
충북의대 의료정보학및관리학교실 강길원 교수는 ‘HIRA 정책동향 3~4월호’에 실린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이 전체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포괄수가제 적용이라는 초기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포괄수가제 적용 병원이 공공병원으로 한정돼 신포괄수가제의 효과를 충분히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신포괄수가제를 처음 적용한 일산병원의 경우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료진의 거부감과 모델병원으로서의 부담감 때문에 진료행태 변화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공공 병원의 경우도 재원일수가 감소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재원일수 감소에 따라 발생한 유휴병상에 입원시킬 추가 환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극적인 행태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환자 확보를 위해 다른 민간병원과 경쟁을 해야 하는 공공병원들이 서비스 제공량을 줄이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공병원에 한정된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결과만으로 신포괄수가제의 효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행위별진료비를 평균해 신포괄수가를 만들어 수가수준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부분도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강 교수는 “지불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불방식의 개선뿐만 아니라 지불수준에 대한 조정이 이뤄져 한다”며 “의료계가 불리한 지불방식을 받아들이는 대신 보험자는 원가 미만의 수가를 정상화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고 왜곡된 진료행태를 바로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시행 당시에는 원가분석에 대한 토대가 미비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위별 진료비를 기반으로 신포괄수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시범사업은 지불수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없이 지불방식만 변경하는 지불제도를 시험한 것이라고 평가햇다.
또한 일부 병원의 자료만을 이용해서 신포괄수가를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병원들로 신포괄수가제를 확대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결론이다.
강 교수는 “일산병원이 보험자 병원으로 표준적인 진료를 지향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병원들의 진료행태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올해부터 기본수가 산출 병원을 3개 병원으로 확대했지만 대표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민간병원을 포함한 다른 병원들로 신포괄수가제를 확대적용하기 위해서는 대표성 있는 병원자료를 수집해 신포괄수가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결국 지불수준의 개선이 신포괄수가제의 정착을 위한 향후 과제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이제는 지불수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서 지불방식과 지불수준을 함께 개선하는 새로운 지불모형을 만들고 이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산병원뿐만 아니라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한 원가분석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원가에 기반한 신포괄수가 산출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원가 기반 포괄수가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민간 의료기관을 포함한 대표성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해야 할뿐만 아니라 임상전문가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경험적 자료와 전문가 검토가 합쳐져야 설득력 있는 신포괄수가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강 교수는 “신포괄수가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 자체의 합리성뿐만 아니라 제도의 합리적 운영도 매우 중요하다”며 “신포괄수가제가 신뢰받는 지불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주기적 조정을 통해서 예측가능한 지불제도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