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 건강문제의 큰 문제점으로 만성 복합질환과 다약제복용이 지적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노인주치의 제도 도입이 제시됐다.
한림의대 윤종률 교수는 심평원의 HIRA 10권 3호에 실린 ‘노인의료 관련 정책수립에서 고려해야 할 노인의료의 특성’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윤 교수는 “노인들은 질병의 누적과 함께 살아간다고 할 정도로 질병이 많다”며 “그리고 이런 질병들이 대표적인 만성질환, 즉 고혈압이나 당뇨병, 퇴행성관절염, 뇌경색, 치매, 골다공증 등과 같이 쉽게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 끝까지 지속되거나 결국은 합병증을 유발하는 난치성 퇴행성 만성병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인인구의 89.2%가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3개 이상 복합질환자가 46.2%에 달하는 상황이다.
또 전체 병원 방문 외래 환자의 약 25%가 노인환자이고 입원환자의 경우에는 35%를 넘어서면서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13.1%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소요되는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35.5%를 상회하고 있다.
윤 교수는 세부전문의 중심의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노인들의 이러한 복합만성 질환에 따라 유발되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약제복용(하루 6가지 이상의 약물복용)을 꼽았다.
그는 “심평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0~2011년 환자표본자료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 외래환자에서 환자 1인당 동시에 6개 이상의 약물을 처방받은 분율은 86.4%에 달했다”며 “또 동시에 11개 이상의 약물을 처방받은 분율은 44.9%, 21개 이상의 약물을 처방받은 분율은 3.0%로 확인된 바 있는데, 이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들의 다약제 복용은 그 자체가 섬망이나 인지기능저하, 낙상, 요실금, 불면증, 식욕저하 등의 노인병증후군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미국의 경우 노인의 10~35%에서 약물부작용이 발생하며, 노인 입원환자의 1/3이 약물부작용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다약제 복용에 대해 노인의학 전문의나 주치의가 부재한 현실과 개별 질병중심의 전문의료만을 강조하는 의료체계에 의해 발생된 문제라고 봤다.
그는 “현재의 분절적인 세부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에서는 노인건강관리의 측면에서는 매우 부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밖에 없다”며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질병관리와 다학제간 의료서비스를 조정해 주는 역할을 담당할 노인주치의 제도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주치의는 노인의학적 지식과 술기를 가진 노인병 전문의가 가장 적절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노인병 전문의 양성방안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노인의학 전문의 과정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서 우선적으로는 일차의료 인력에 대한 노인병 주치의로서의 소양을 강화할 교육체계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그는 “이러한 기본자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노인종합평가능력(포괄적 노인평가도구 활용)을 기본으로 해 주변 보건의료 인력과의 다학제간 협력 및 조정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