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제약사’를 설립해 의약품 생산과 공급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익성을 이유로 민간제약사가 포기한 의약품을 공공제약사가 생산·공급해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과 환자단체연합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가 공동주최한 ‘공공제약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권혜영 교수는 의약품영역에서의 정부 역할로 시장실패 교정과 건강권 보장을 꼽았다.
권 교수는 “접근성 측면에서 보면 건강보험급여 의약품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받는다. 또 합리적 사용규제가 미약하다”며 “비급여 처방 증가로 환자접근성이 제약되고 보장성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재정적 이유로 초희귀의약품의 공급 중단되고 환자특수성을 감안한 개별접근방식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권 교수는 의약품 생산·공급에서의 정부 주도적 관리 부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체계 부재 등을 언급하며 공공제약사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낮은 채산성으로 인해 공급이 불안정한 의약품이지만 필수성이 큰 의약품의 공급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이 포기한 영역외에도 민간이 주도하지만 공급이 불안정한 영역도 공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정혜주 교수 역시 공공제약사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제약사 기피품목은 수익성 문제, 수요없음, 판매 부진, 회사 사정, 계약 종료, 해외 제조원 문제 중 계약 종료, 공급 및 생산 중단에 해당하는 의약품으로 135품목에 달한다”며 “이 중 52품목은 동일성분의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가 가능하고, 64품목은 대체약물이 확인됐지만 12품목은 대체품목이 없어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들 품목 중 동일성분의 대체의약품이 없는 품목에 대해서는 공공부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공공제약사를 설립해 제약사 기피 품목 및 공공적 중요성이 큰 의약품에 대한 수입, 비축, 유통, 제조 등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정 교수는 공공제약사 설립 기대효과로 제조·수입사 지원, 의약품 모니터링 등 민관협력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공공제약사는 필수의약품 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더불어 필수의약품의 공급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며 “또 신종전염병과 지진 등 재난에 대한 국가적 대비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공급 불안정성이 높은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제약사, 도매상 등에 대한 지원이 원활해 진다”고 기대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의약품 공급의 안정성 확보를 통한 국민건강증진과 약제비 절감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송미옥 전 대표,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재천 집행위원, 보건복지부 강민규 질병정책과장, 식약처 김상봉 의약품정책과장 등 정부와 시민단체 토론자들 역시 공공제약사 설립 취지와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만 제약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한국제약협회 장우순 보험정책실장은 “발제자께서 언급하신 의약품 공급 문제는 제약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원인이지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막대한 비용이 드는 하드웨어 확충보다는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방식이 실효성이 있다”며 반대했다.
장우순 실장은 “현재 지엽적인 퇴방약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나 70%미만인 공장가동률을 감안해 필수약제 생산·공급을 민간제약사에 위탁하는 방식이 비용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권미혁 의원은 ‘공공제약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권 의원은 “이 법률안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평상시에는 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의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헌법의 정신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법안이라 생각한다. 오늘 공청회를 통해 주시는 의견을 잘 검토해 공공제약사가 가지는 장점을 잘 살려내는 법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