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속 국내 의약품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된 시스템이 반영된 법률 구비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현행 약사법의 개정보다는 의약품법 분리 제정을 통해 변화된 시대에 맞는 법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서울 홍제동 소재 그랜드힐튼 서울호텔에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사단법인 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4차 산업혁명과 헬스케어 규제과학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속 제약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한 거버넌스에 관련된 다양한 발표가 진행되었으며, 보건당국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응방안, 새 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중권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과장,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과장, 이세정 한국법제연구원 행정법제연구실 연구위원, 박정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전무, 조종화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이사,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 김대원 대한약사회 약사정책연구원장, 정성훈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패널로 참석하여 각자 단체 입장을 대변하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 주제는 자연스럽게 약사법 개혁에 따른 의약품법 분리 제정으로 모아졌다.
대부분의 패널들이 현행 약사법 일부 개정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의약품의 유통시스템까지 효율적으로 관리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법 제정을 통해 도래하는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세정 한국법제연구원 행정법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약사법 제정 이후 60여 년간 그때그때 시의성에 맞춰 다발적인 일부 개정이 이뤄져 온 현행 약사법은, 그 내용이 너무나 복잡하고 담고 있는 사안 또한 의약품의 제조 유통과 약을 다루는 직능인에 관한 내용이 총 망라되어 있어 법 전문가들조차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지경”이라며, “현재로서는 약사법 안에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포함되어 있어 개정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행 약사법의 기술적인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융복합 시대로 현행 약사법으로는 변화하는 산업 변화를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약품법 분리 제정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하지만 김대원 대한약사회 약사정책연구원장은 의약품법 분리 제정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다른 패널들의 의견과는 다소 상반되는 의견을 개진했다.
“산업계가 기술 개발 및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말로 포문을 연 김대원 원장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약사법 개혁 요구 중 ‘의약품법 분리’에 대해 약사회는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의약품법이 분리되어 있는 미국, 일본 등에서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프랑스와 같이 분리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약국 외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의약품법 분리가 국내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유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까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또한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도 의약품법 분리가 타당한지에 대해서 의문”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방향성은 초연결성, 초진화, 초융합성이 그 특징으로, 모든 분야에 융복합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의약품법을 따로 분리하여 관리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일수록 규제와 조화의 균형을 잡아주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보건의료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통합적 지휘 체계를 갖추고 약사법 등 그 외 모든 법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면 통합적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면, 의약품법 분리보다는 통합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보건의료기본법에 역할을 주어 관리 효율성을 개선하자는 취지이다.
이날 참석한 보건당국 관계자의 입장 또한 대부분의 패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과장은 “식약처도 시대에 급격한 변화에 공감하고 법제 개혁 요구의 타당성에 동의하고 있다”며, “개정이든 분리던 그것은 방법의 문제로, 일단 법 개정에 대한 대중의 공감대 형성 및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과장 또한 “의약품 유통 물류 체계 법안 필요성 요구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공감한다”며,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민적 지지가 일단 중요하고, 전체적인 프로세스의 작동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토론을 진행한 김중권 교수는 “의약품법 분리 제정은 의약품 약국 외 판매와 연결시켜 생각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의약품 약국 외 판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별개의 문제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약품법 분리 제정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자’는 의미로 현행 약사법의 부분적 개정보다는 새로운 법을 제정함으로써 시작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아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