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PARP 억제제 계열 난소암 표적항암제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가 17일(현지시각) BRCA 변이 상태와 상관없이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반응한 재발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과 일차성 성인 복막암 환자의 유지치료제로 미국 FDA의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으며, 난소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번 허가로 BRCA 변이 상태와 상관없이 그간 린파자 치료를 받지 못했던 난소암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치료옵션이 제공되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린파자 캡슐형의 '1일 2회 8캡슐씩' 복용법과 달리 '1일 2회 2정씩'만 복용하면 되는 새로운 린파자 정제 또한 BRCA 변이 상태와 상관없이 백금민감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의 유지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새로운 정제형이 기존의 캡슐과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가졌음을 인정 받은 것이다.
린파자는 2014년 12월 FDA 허가 당시 캡슐 제형으로 승인 받았다. 이번 허가로 린파자를 복용 중인 환자들은 하루 16캡슐을 복용하는 대신 하루 4정만 복용하면 되어 복용편의 개선으로 인한 삶의 질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린파자 정제는 이제 FDA의 가속승인 단계에서 전환되어 이전에 화학요법으로 3회 이상 치료 경험이 있고, 생식계열 BRCA 변이가 있거나 의심되는 진행된 난소암 환자에서의 사용이 가능하다.
FDA의 이번 허가는 린파자의 'SOLO-2'와 'Study 19' 이렇게 두 가지 무작위 연구을 토대로 이뤄졌다.
SOLO-2 연구는 이전에 2회 이상의 백금기반 화학요법에서 완전반응하거나 부분반응을 보인 생식계열 BRCA1 혹은 BRCA2 변이가 있는 295명의 재발성 난소암, 난관암, 일차성 복막암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과 비교하여 린파자 정제형 300mg의 단일요법 유지치료 효과를 연구한 무작위, 이중맹검, 다기관 3상 임상연구이다.
이 연구에서 린파자는 생식계열 BRCA 변이 환자에서 질병의 진행과 사망을 70% 감소시켰으며(HR 0.30 [95% CI, 0.22-0.41], P<0.0001),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은 19.1개월로 위약의 5.5개월에 비해 13.6개월이나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tudy 19 연구는 16개국 82개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다기관 연구로 재발된 혹은 심각한 수준의 난소암 환자에서 린파자 단독요법 유지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2상 임상연구다.
26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린파자는 BRCA 변이 상태와 상관없이 환자에서 질병의 진행과 사망을 65% 감소시켰으며,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8.4개월로 위약의 4.8개월에 대비해 3.6개월 연장해 유의미하게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HR 0.35 [95% CI, 0.25-0.49], P<0.0001). 린파자 유지치료를 받은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중간값은 29.8개월로 위약 27.8개월 대비 2개월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린파자는 국내에서 지난 6월에 들어서야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급여 적정성을 인정 받았다. 한국에서는 난소암 환자 자체가 적어 이제야 겨우 린파자 유지요법 급여 논의가 이뤄진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연간 약 1,300명 정도의 난소암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75%가 전이가 진행된 3~4기에 발견되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도 생존율이 30~40%이고, 항암치료 후에도 1년 혹은 2년 후 75% 이상이 재발한다고 한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무진행 생존기간을 눈에 띄게 개선시킨 린파자는 절실한 치료옵션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비급여인 상태로는 매달 700만 원 정도의 약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추후 국내에서도 올라파립 유지요법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들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