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 PD-1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에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며, 급여적용 의료기관 조건과 사전승인에 대한 암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급여 이전 면역항암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입소문을 듣고 오프라벨 처방을 받아왔던 말기 암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처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사실상 제한되며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암환자 단체들은 지난 8월 21일 ‘암질환 사용 약제 및 공고 개정(안)’을 발표한 심평원이 암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을 막고 있다는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집회를 가진 바 있다.
암환자 단체는 “2차 집회 당시 심평원 이병일 실장과 가진 면담에서, 오프라벨 환자들의 기존 투약과 신규 투약에 대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약조를 들었지만, 실제 병원을 방문한 암환자들은 병원으로부터 심평원의 공문조차 받아 보지 못했다거나 심평원의 후속조치가 두려워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고 주장했다.
암환자들이 이에 대해 심평원 측에 항의하자 심평원은 공문을 전달했으나 병원 자체적으로 전달 오류가 있을 수 있고, 혹은 최종적인 치료 책임을 져야 하는 의료진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심평원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답변을 해왔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암환자 단체는 이번 면역항암제의 급여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다학제위원회’ 심사와 ‘사전승인제도’가 불합리적인 제도라며 폐지해야 하며, 면역항암제의 오프라벨 처방을 의료진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종양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인들의 입장은 암환자 단체의 주장과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보험급여 소식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국내 유수의 종양질환 전문가들은 면역항암제 안전성 모니터링에 대한 우려 섞인 조언을 내놓았다.
13일 ‘옵디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는 “최근 면역항암제라는 혁신신약이 개발되며 언론의 관심이 효능에만 집중되면서 그와 반대로 안전성 측면이 저평가되어 우려스럽다”고 운을 뗐다.
강진형 교수는 "약제의 효과뿐 아니라 항암치료에 있어 의료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부작용'이다"라고 말하며,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은 약제의 작용기전상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부작용이 발생하는 부위도 여러 장기에 걸쳐 다양하며, 그중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간질성 폐질환 등을 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 교수는 "이렇게 여러 장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작용을 적시에 치료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에 전문가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서 면역항암 치료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학제구성기관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급여적용 범위를 제한한 심평원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강 교수는 "다학제구성기관이 갖춰진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 면역함암 치료는 부작용 사례 등 치료 데이터들을 취합해 궁극적으로 향후 면역항암제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도출로 이어져야 한다”며 “향후 환자들에 안전한 면역항암 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식약처와 심평원은 이런 데이터들을 지속적으로 팔로우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역항암제가 혁신신약으로서 빠른 시일에 전 세계적으로 허가를 받아 임상에 적용됐지만, 아직은 리얼월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실제 진료에서 어떤 부작용들이 발생하는지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또한 14일 ‘키트루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중앙보훈병원 김봉석 교수(한국임상암학회 보험정책위원장) 또한 "면역항암 치료에 있어 약 5% 환자들이 부작용을 경험하며 이 중 1~2%가 3등급 이상의 부작용을 경험한다”고 면역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현재 알려진 면역항암제 부작용으로는 심한 설사나 결장염, 혈당수치 증가, 뇌하수체 호르몬 이상, 갑상선기능 항진증• 혹은 저하증 등이 있다”며, “면역항암제가 기존 화학요법보다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나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작용기전상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말기 암환자의 입장에서는 생명이 걸린 절실한 문제에 대해 암환자 단체와 의료전문가들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면역항암제 처방에 대한 갈등은 한동안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